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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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단체에서 운영하는 대중강연회에서 그녀를 만났다. 작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어가는 그녀의 강연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을 안정시켰다. 대한민국 일하는 엄마이자 며느리, 아내로서의 고충은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라 뜬금없이 친근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그럴 땐 한 번 뒤엎으세요." 이런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그녀의 책을 한번 읽고 나면, 진정한 어른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은 뿌듯함을 준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적다 보니 한 바닥이다. 30대를 지나는 일이 꽤 지난하다. 그녀의 또다른 책도 부여잡아 볼 생각이다.

p.25
김삼순, 윤은혜는 결코 풀할 수 없다. 삶이 그들에게 쿨함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별아의 소설 <이상한 오렌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쿨하다는 것은 한 없는 상냥함이야. 그것은 질척대는 삶의 중력권 밖에 있다는 얘기거든. 그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허락되지 않는 거야. 살기 위해서는 일상에 신음하기 마련이니까."
삶이 쿨함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쿨함이란 갑옷으로 무장하려는 젊은이들은 그래서 슬프다. 쿨함에 목숨 거는 젊은이들은 말 그대로 멋지고 자유롭고 세련되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알고 보면 한치 앞도 모르는 시대에서 살아남고자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고, 외로우면서도 상처 입기 두려워 외로움을 참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감추고 있거나 억투르고 있는 분노가 자신을 해칠 수도 있음을 그들은 기억해야 한다.

p.27
감정은 우리 삶에서 음악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가 만나서 내는 일종의 합창이다. 따라서 감정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신의 선물이다. 그러므로 감정 기복이 심해 고생하고 있다면 그 감정이 내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라. 그것은 마음에 어떤 갈등이 있다는 신호이므로 그 원인을 알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어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

p.46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정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직장을 그만두지 안흔 것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괜히 시대를 탓하지 말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탓하고, 애매한 사람에게 그 선택의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닌 것이다.

p. 50.
...직장 생활은 또 어떤가. 입사했을 때의 의욕과 패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일에 대한 회의가 찾아든다. 직장은 자아실현의 장이라는데 현실에서 직장은 돈을 대가로 나의 자아를 착취하는 곳이라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일은 그냥 꿈이었다고 접고 싫든 좋든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것인가의 딜레마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나이 서른에 나를 찾을 것인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의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다.

p.52
..지독히 운이 없거나 팔자가 드세거나 야망으로 가득 차 있지 않더라도 많은 여자가 결혼을 안 한 채로, 직장에서 세월을 축내며 서른 살을 맞이한다. 그리고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기엔 현실의 벽은 너무나 공고하다.
....나는 문득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인 츠네오라는 남자가 떠올랐다...."담백한 이별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 댈 수 있지만 사실은 단 하나뿐이었다. 내가 도망쳤다."

p. 55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실현시키고 싶어한다.

p. 72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다른 사람들은 실험 결과에서도 봤듯이 생각만큼 나를 주시하지 않는다. 그저 나 혼자 조명을 켜 놓고 나 혼자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살고 있다는 안정감과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결국 내가 나 자신을 향해 환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에 목숨 거느라 너무 많은 부분을 외양에만 투자하게 되면 내적 성숙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인생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내가 나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목숨 걸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

p.77
...서른 살은 자신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그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다. 그들은 고아나 다름없다. 집과 학교에서 부모와 스승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지 이미 오래고, 노인들은 사회의 퇴물인양 취급받는다. 그것은 곧 가야 할 길을 비춰 주고,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때 점잖게 꾸짖어 주는, 믿고 의지할 만한 어른들이 사라져 버렸음을 뜻한다. 권위를 위한 권위는 배척되어야 하지만 삶의 지혜와 연륜이 쌓인 권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의지할 만한 권위 있는 대상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은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독학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자기 계발이나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 81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우선 잠시 멈추어 당신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런 다음 신뢰할 수 있고 존경할 만한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 마지막으로 그 조언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행동하라. 그것이 바로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는 지름길이다.

p. 91
.......또한 아무도 자신을 100퍼센트 믿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100퍼센트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완전히 믿고, 남이 나를 완전히 믿어 주기를 바라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이 위험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안전한 곳은 없음을 아는 것,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믿는 것, 우리 모두는 욕망과 충동을 지닌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적절한 룰을 정함으로써 서로를 보호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질투나 경쟁심 그리고 원한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항상 겸손한 자세로 남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때 그저 당하고만 있지 말고 적절히 대응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p. 92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라고,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고....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중)

p. 111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거와의 이별이란 슬픔이 내포되어 있다. 새로운 출발은 항상 과거에 친숙했던 것들과의 이별 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계를 깨닫는 것, 이젠 더 이상 선택할 수 없게 된 것을을 인식하는 것. 이루지 못한 꿈과 현실의 간극을 깨닫는 것 등은 인간 존재의 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전지전능했던 유아기의 나르시시즘을 포기하고 그와 이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p. 115.
성장한다는 것은 사실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인정한다면 나의 필요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까지 부모님의 말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만 열심히 해 왔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부모님과 이별하고 어린 시절과 이별하는 것이다. '과도한 이상'이라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고통당하지 말고, 이제 그만 그것들을 훌훌 떠나보내고 새로운 인생을 두 팔 벌려 맞이하라.

p. 117.
사람은 모두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필요로 한다. 삼리적 거리란 타인의 침입과 간섭으로부터 자신의 세계를 보호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공격성과 파괴적인 성적 욕구가 밖으로 튀어나가 상대방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거리이다. 그러므로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한 사람들은 타인과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친밀감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도 상대와 지속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을 말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는 소망은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소망이다."

p. 133.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살아요. 세상에 그렇지 않은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당신을 위해 희생만 한 것은 아니에요. 당신이 태어남으로써, 당신을 위해 희생만 한 것은 아니에요. 당신이 태어남으로써, 그리고 바르게 자라 줌으로써 당신은 어머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기쁨과 행복을 드린 겁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당신을 기르셨어요. 그러니까 가장 큰 효도는 당신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겁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은 당신의 자식에게 물려주세요. 그게 바로 효도입니다."

p. 147.
피해자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화영(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처럼 모두 당당하다. 그 당당함 속에는 심지어 특권 의식까지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피해자라는 생각에 빠지면 자신을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말하자면 "너의 따위가 이런 고통을 알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그것을 견디는 것을 오히려 낙으로 삼는 경우까지 생긴다.

p. 155.
...뚜렷한 목표가 없는데도 불안감이라도 해소하고나 학원으로 몰려간다. 일명 '샐러던트(샐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의 등장이다.
-갤러리맨: 골프 관람객인 갤러리를 비유한 말로, 직장의 모든 일을 마치 골프 경기 구경하듯이 관망하는 직장인.
-암반수족: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사람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항상 웃어야 한다는 생강에 짓눌린 결과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더더욱 우울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나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 이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이 우울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이 이유 없이 불면증과 피곤함을 호소하고, 그저 매사에 짜증이 더 많아진 자신을 탓할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 보면 '부족한 것 없이 자란 너희들이 인생을 알아?"라고 무시해 버리기엔 서른 살이 녹록지 않다. 앞만 보고 달리면 어느 정도 부와 성공이 따라오던 예전과 달리, 이제 서른 살의 부와 성공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그들은 자조하면 묻는다.
"우리가 정말 풍요로운 세대 맞아?"

p. 165. 나는 '권력에의 의지(will to power)'가 인간의 본성이라는 아들러의 말에 절실히 공감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승리한 자만이 권력을 차지하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는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성공은 이전 세대를 능가하고 다음 세대를 위하려 준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의 의미가 컸다. 또한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평안과 안녕에 기여한다는 도덕적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성공은 경쟁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띤다. 그러다 보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없고 노력이 부족한 인생의 패배자요 실패자가 됨을 뜻한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성공을 향해 물불 안 가리고 질주하는 것도 어쩌면 실패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p. 167. 완벽이란 어떤 인간에게는 애당초 불가능한 것임을 명심하라.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그가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순간이다. 그러니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성취하면 그 기쁨을 충분히 누려라. 그렇게 조금씩 당신 안으로 들어온 기쁨들은 당신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당신의 잠재력을 꺼낼 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만족의 기쁨을 누릴 줄 알게 되면, 당신은 분명 그 전보다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면 성공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법이니까.

p. 169. 세상을 숙제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다....대개의 천사들은 스스로 무덤을 판다. 그들은 무의식중에 희생을 대가로 애정을 갈구하고, 희생함으로써 상대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하며, 이로써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천사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왠지 편치 않은 감정을 느끼고 거리르 두게 된다.

p. 182......모든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자기만의 특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고유한 것으로 비교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생의 목적은 남들보다 더 우위에 서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인생을 더 느끼고, 더 즐기고, 행복해지면 된다. 그러니 안 그래도 남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 태어난 마당에 비교의 버릇을 또 한 번 덧대려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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