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사람들
케빈 베일스 지음, 편동원 옮김 / 이소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일회용 사람들이란 노예를 말한다. 옛날 노예가 아니라 요즘 노예를 말한다. 옛날 노예는 일회용이 아니었다. 평생 부려먹기 위해서 주인은 나름대로 노예를 돌보아주었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 주인은 노예를 돌보지 않는다. 우리가 일회용 컵을 쓰고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듯 현대의 노예 주인들은 노예를 부려먹다가 병들거나 필요 없어지면 내쫓아 버린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노예라고 하면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에 나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떠올리고, 그이들은 링컨의 노예 해방 정책으로 해방되었으며 지구상에 더 이상 노예 제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베일스는 '노예제는 번창하고 있는 사업이고, 노예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노예를 이용해서 부를 축적한다. 그리고 노예와의 관계가 끝나면 바로 노예를 내다 버린다. 이것이 이익의 극대화와 하찮은 목숨으로 요약되는 현대의 노예제다. 사람들이 완전히 일회용 소모품 같은 도구가 되어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설탕, 우리가 타는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기계에 들어가는 철강 생산에 필요한 목탄, 우리가 편히 누워 쉬는 양탄자 같은 물건들이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그리고 매매춘 여성들도 대부분 노예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베일스는 현대의 노예 제도와 상태를 조사하기 위하여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태국에서는 텔레비전 한 대 값에 팔려온 열다섯 살의 성 노예 시리를 만난다. 이런 성 노예들은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빚만 지다가 나이 들고 병들면 쫓겨나고 만다. 옛날 노예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쌌으므로 주인은 노예가 다치거나 병들지 않도록 보호했지만, 현대의 노예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값도 싸기 때문에 애써 보호할 필요가 없다. 태국의 매매춘 여성 모두가 노예인 것은 아니다.

태국 경제의 성장은 정부의 묵인과 지원 아래 이루어진 '섹스 관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국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도 그다지 낯선 모습이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에 나오는 인신 매매뿐 아니라 지난해 군산시의 유흥업소 철장 속에서 불꽃이 되어 산화한 여성들을 떠올리게 된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노예 업주들과 결탁하여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브라질의 경우 1988년 5월에 노예들이 해방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바테리아라고 하는 목탄 생산지에서는 여전히 채무 노예에 대한 착취와 폭행이 벌어진다. 한 가족 모두가 노예인 경우도 많아 어린 아이들이 일을 하다가 불에 타거나 사고로 죽는다.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들은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이 책은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노예뿐 아니라 파리나 런던에 있는 가정 노예의 모습도 보여 준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최소한 2700만 명의 노예가 있다고 한다(그 중 인도의 아동 노예만 해도 1500만 명이다). 그러나 현대의 노예제도는 아주 교묘하게 숨겨진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노예 제도가 세계에 퍼져 있는 한 우리도 쉽게 공모자가 될 수 있다. 노예를 착취해서 만든 물건을 사서 쓰는 일, 노예 노동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이나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일 따위가 모두 노예 제도에 가담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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