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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그 마을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길래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고 불리우는 걸까. 자연 속 생활을 꿈꾸는 남편을 따라 아들 둘 딸 하나 세 남매를 데리고 산촌 유학을 떠난 미야시타 나츠 가족이 그 곳에서 보낸 일년의 기록. 새해가 되어 이사를 하게 된 일로부터 산촌 유학을 마친 그 다음 해 4월까지의 소소한 기록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x월 모일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짧은 일기의 연속이다.
서점까지 60킬로미터, 마트까지 37킬로미터. 휴대전화는 3개 통신사 모두 불통, 텔레비전은 난시청지역. 작은 학교의 해당 학년에는 학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산 속 사람들은 새들의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동물들의 배변 냄새를 맡을 줄 안다. 장남은 '깜짝 놀랐던 적도 있지 않니?'라는 질문에 "처음에 충격을 받았던 건 주변에 나 있는 풀을 뜯어 먹은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살아내는 것.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 고마워. 안녕. 또 만나자. 마음을 모질게 먹고 속도를 높여서 산을 내려가. 호수 언저리에서 돌아보니 구름 사이로 빛기둥이 보였다. 그 빛이 비치는 곳에서 신들이 아마 놀고 있을 것이다. 눈부시고, 건강하고 신비로운 곳. 우리가 사는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고, 좋은 일도 그렇지 않을 일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지만, 빛이 비치는 저 아래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이 있다. -p.299」
반짝반짝 빛나는 생활이라. 그녀의 가족들은 일년 후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다. 신들이 노는 정원을 뒤로 하고. 아마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곳은 신들의 영역이어서일까. 도시로 돌아간 미야시타 가족들, 두 부부와 세 아이들은 산촌생활의 불편함을 거두고 그 대신 반짝반짝함을 간직한 채 도심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한 가정이 일년 동안의 산촌 생활을 엮은 이야기가 뭔 대수냐 하겠지만, 나는 이 일기가 소로우가 써내려간 월든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최소한의 삶을 살아내며 자연을 예찬했던 소로우. 그 역시 한정된 기간 동안 아무것도 없는 호숫가의 삶은 살고 다시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깊은 성찰을 담아낸 <월든>을 써내려가지 않았던가. 자연의 위대함은 언제나 인간을 압도한다.
TV예능 프로그램에는 <삼시세끼>가 있고, 영화에는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면, 도서에는 <신들이 노는 정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갈망하는 삶은, 멀고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