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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달의 강철 1
마츠우라 다루마 지음, 이지혜 옮김, 미즈타니 토시키 감수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3월
평점 :
반실사 일러스트 같은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짙푸른 형체가 무슨 무늬인 줄 알았는데 주인공인 류도 코우노스케였어요. 주인공인데 좀 취급이 하찮은 느낌이라 놀랍고 웃겼네요.
이야기는 책 소개에 적혀 있는 대로입니다. 무사 가문에서 태어나 무사답게 살고 무사답게 죽으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늘 코우노스케를 비참하게 하죠. 왜? 코우노스케는 칼을 쥘 수 없습니다. 칼을 쥘 수 없는 무사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몸엔 철이 닿을 수 없습니다. 닿기도 전에 휘어버리기 떄문에.
그렇게 비참한 매일을 보내던 중, 정말 갑작스럽게 그의 삶에 달빛이 비쳐듭니다.
한밤중에 들어온 의문의 혼담. 이것만으로도 이상한데 심지어 가난한 코우노스케의 사정을 아는지 지참금도 상당합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이 왜 자신에게 혼담을 넣었는지 너무나 수상합니다. 게다가 굉장한 미인이기까지. 그녀의 이름은 츠키(月).
여기서 잠깐. 1권의 목차를 볼까요.

'고독'한 코우노스케의 삶에 츠키(달)가 서서히 차오르는 겁니다. 처음엔 의심스러워 경계했는데 츠키가 보여주는 진실된 태도가 코우노스케의 마음에 와닿기 시작합니다. 삭부터 초승달, 상현(또는 하현)달을 거쳐 마음에 꽉 차는 보름달까지.
'보름달'에 이런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연출이었어요.

잔에 담긴 물 표면에 달이 비칩니다. 마침 코우노스케는 츠키를 떠올리던 차.
달은 츠키의 상징물. 그는 수면에 비친 달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그대로 마십니다.
코우노스케가 츠키를 마음에 들였고,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츠키와 함께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죠. 이 장면 정말!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츠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코우노스케.
이후로 일자리도 정해졌고, 츠키와의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죽고 싶다, 무사답게 죽고 싶으니 무사에게 시비를 걸어서라도 검에 베여 죽고 싶다'며 현재를 살지도 못하던 사람이 츠키를 만나 미래까지 바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길하고 강력한 불청객, 음양사가 나타나 츠키를 데려갑니다. 츠키는 코우노스케와 영원까지 함께하고 싶었으나 '더이상 당신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코우노스케가 음양사의 손에 죽지 않도록 그를 순순히 따라가죠. 코우노스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야 삶에 찾아든 유일한 빛인데.

그러나 그는 너무나 무력했습니다. 매일같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절망하면서도 목도를 휘둘러 왔지만 그는 여전히 철로 된 칼을 쥐지 못하므로.

절규로 발산된 그의 의지는 그의 특이체질을 강화한 형태로 발산됩니다. 근처에 있는 검을 그의 의지로, 손도 대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츠키를 구하기엔 부족했습니다.

1권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마 이후로 코우노스케는 츠키와 함께 했기에 보름달 같던, 그 짧지만 행복한 때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지 않을까 싶은데요.
주인공의 특이체질이 가미된 조금 독특한 시대물인가 했는데 시간을 건넜든 시간을 돌렸든 코우노스케를 위해 그를 찾아온 듯한 츠키와, 음양사 세력까지 더해져 의미심장하고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제시되었네요. 제목에도, 소제목에도 '달'이 있는 만큼 코우노스케 원톱물이 아니라 쭉 츠키의 존재감이나 이야기가 함께 풀리는 방식으로 전개될 듯합니다. 흥미진진한 서막이었네요.
*학산문화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신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