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은 빨간망토에게 길들여지지 않아 1
나츠미 지음, 이지혜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빨간모자와 늑대라는 조합만 동화에서 차용해왔을 뿐 다른 부분에선 우리가 아는 동화 빨간모자의 인상이 크지 않습니다. 빨간모자 티나는 심부름 길에 혼자 끙끙 앓는 늑대 한 마리를 주워오는데, 알고 보니 그게 그냥 늑대가 아니라 늑대인간이었다,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늑대인간 아돌프는 자신이 속해 있던 늑대 무리로부터 늑대가 아니라며 배척받아 있을 곳을 찾아 인간 마을로 향하던 차에 티나에게 주워졌습니다. 날 잡아오다니! 널 잡아먹겠다! 하고 티나를 습격해 봤지만 티나네 집은 수렵을 생업 삼은 집이었어요. 즉 티나는 아돌프의 습격에 잠이 깨 비몽사몽한 중에도 아돌프의 머리로 총구를 갖다 댈 수 있는 자질을 갖췄습니다. 한밤의 소동을 통해 아돌프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인간 마을로 가던 길임을 안 티나. 티나는 아돌프에게 인간 마을로 내려가기 전에 우선 나와 함께 인간의 생활을 배워보자 권유하죠.



이후로는 이 두 사람의 우당탕탕 적응기가 시작됩니다. 티나가 인신매매단에도 잡혔다가, 서커스단에서 잠시 좌절도 했다가. 아돌프가 티나네 집 다른 늑대의 텃세에 저항(?)하기도 하고, 늑대인간 여성에게 데이트 신청도 받고 여러 사건이 1권에서 벌어져요. 한 권 분량에서 이런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만큼 각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지 않고 적당한 분량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통해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변화하는 그런 서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야기의 추가 여기 있기에 그렇게 산만한 느낌도 들지 않고요.


다만 전개와 캐릭터 사용은 조금 아쉽습니다. 모처럼 수렵 일가의 막내딸로 장총과도 친숙한 캐릭터인 티나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티나는 아돌프에게 '사실 나도 특이한 외견 때문에 버려진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가족을 만나 나의 있을 자리를 찾았듯 당신도 그럴 수 있다'라고 위로를 건넬 만큼 단단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쉽게 잡히고, 마음도 쉽게 무너지는 모습이... 그리고 그 탓에 위기에 처할 때면 아돌프가 티나를 구하러 나타난다는 전개가... 아돌프를 강조하기 위해 티나의 캐릭터성을 좀 죽였나 싶은 인상이랄까요.


그래도 뭐 총은 익숙해도 사람을 상대로 하는 싸움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고,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 아직 내면에 불안정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로 티나를 조형했겠지 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티나가 이런 인물인 덕에 일방적으로 티나가 아돌프에게 베푸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는 듯도 하고요.

아마 아돌프의 우당탕탕 인간 생활 적응기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의 곁에 정착해가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인체 작화는 좀 아쉽긴 한데 이따금 예쁜 컷이 있더라고요. 티나의 얼굴이라든가... 1권부터 나와주는 입맞춤 장면이라든가.




전반적으로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아참 학산문화사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재밌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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