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첫사랑 1
호시모리 유키모 지음, 나민형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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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침에 종종 보게 되는 손님, '세이노 씨'.

같은 빌딩의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근사한 외견은 물론 기부함에 늘 동전을 챙겨 넣는 마음씨까지.

카페의 다른 점원들이 그렇듯 타치바나 또한 이 세이노 씨에게 계속 눈길이 간다.


그를 다시 만난 의외의 장소. 타치바나가 야간 알바를 뛰는 편의점.

신경 쓰이는 사람이 왔는데 예쁘지 않은 상태라 조금 서러운 이때, 그가 계산해 달라고 가져온 건 맥주 두 캔이었다. 그중 한 캔은... 여자에게 수요가 많은 술.

아, 그렇지. 이런 사람이면 당연히 멋진 연인이 있겠지..., 타치바나는 묘한 상실감을 느낀다.


그날 근무를 마치고 나오니 또다시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세이노 씨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사 간 캔을 자신에게 내미는 모습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 노상 술자리를 갖게 된다.

프리터로 생활하며 느끼는 불안과 고민을 털어놓는 타치바나. 그러나 조금은 매정할 정도로 뚝 떨어지는 그의 말에 울컥, 화를 내 버린다. "당신 같은 금수저가 내 마음을 알 리가 있겠어요?" 그 말을 외치며 집으로 달려온 타치바나. 술기운이 확 달아난다. 어쩌자고 그렇게 급발진을 했을까. 다음에 만나면 사과해야지...


그러나 세이노 씨는 일주일이 되어 가도록 카페에 오지 않는다. 그때 내가 그렇게 말해서 안 오는 걸까? 불안해하는 와중에,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타치바나는 평소와 달리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쓰지도 않고 여기에 자원해서 그의 회사로 간다.

배달을 마치고 혹시라도 세이노 씨를 마주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돌아가던 중, 세이노 씨의 이름이 들린다. 그쪽으로 향하며 들어 보니, 간판 인쇄가 잘못되어 곤란한 상황인 듯하다.

그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타치바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낸다.


타치바나는 어릴 때부터 제법 오래 서예를 해 왔다.

세이노 씨의 컵에 '늘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던 그 반듯한 글씨도 자신의 글씨였다.

타치바나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랄 정도로 멋지게 글씨를 써서, 문제를 수습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어느 정도 일이 일단락된 후,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 타치바나.

세이노는 타치바나에게 화가 나서 카페를 가지 않은 게 아니었다. 방금 그 간판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워낙 바쁘게 진행되어 카페에 갈 짬도 내지 못했던 것. 안심하고 웃어 버리는 타치바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세이노가 말한다.

"타치바나 씨, 나랑 사귀어 볼래?"



이후로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된다. 서로의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만나기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두 연인의 연애담이다. 그러다 보니 세이노의 회사 친목회에 연인으로서 타치바나가 동행하기도 하고, 몸이 아프면서도 타치바나가 무리해서 데이트 약속을 지키기도 한다.


타치바나는 요새 만화에서 보기 쉽지 않은... 정말 미련할 정도로, 호구 같은 캐릭터다. 예정된 고구마 전개에 큰 기여를 하는 주인공. 어른의 첫사랑이라는 제목이 내포하는 대로 스물여섯 살인 주인공이 첫 연애를 하면서 보이는 서툰 모습을 연출하려 한 걸까? 그 우직한 성실함과 솔직함이 세이노의 마음을 연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판타지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심이 되는 사건이 따로 있지도 않은 만큼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 줬다면 좋았을 텐데 어느 새 보니 둘이 쌍방인 상태고 연애를 바로 시작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둘이 사귀게 되기까지의 감정선이 간결하게 제시되어 몰입력이 좀 떨어졌다. 그렇다고 두 주인공의 매력이 확실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라서 이 빠른 연애에 대한 설득력도 조금 아쉬웠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설렘이 부족했다고 할까ㅜㅜ


그래도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보이는 달달한 모습이 조금 위안이 됐다. 몸이 안 좋은 타치바나를 간병하는 세이노의 모습이 좋았다. 원래 순정만화를 오래 그리신 분이기도 하니 이런 달달한 연출을 더 잘해 주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타치바나에게 말을 걸기 전부터 타치바나의 이름을 안다든가, 성실한 모습에 관해 몇 번이고 언급하는 게 아무래도 세이노는 예전부터 타치바나를 눈여겨봐 온 듯한데, 이 얘기가 풀리면 좀 더 두근두근하게 이 커플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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