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들의 : 번외편
유키 노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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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우리들의> 본편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반갑게 읽을 수 있을 번외편. 완결과 함께 나와 바로 즐길 수 있다.


본편 섭남이었던 시바사키와, 츠바키의 동생 아즈사가 자아내는 이야기다.

본편 섭남에게 짝을, 그것도 본편 여주의 동생을 주다니. 진짜 대단한 결단이라고 내심 생각했다.

책 날개에 달린 작가의 말을 보면 캐릭터의 마음을 성불시키고 싶어 나온 이야기라고 한다. 캐릭터를 아껴 주시는구나 싶어서 이 점까지 마음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즈사는 연애에 무관심하다. 어쩌면 성가시다. 173, 여자로서 큰 키. 어쩌면 남성 평균 키에 더 가까울 수치. 자신보다 큰 남자는 안 그래도 적은데 그중 괜찮은 남자는 더 적다. 작은 남자는 작은 남자대로 자신의 큰 키에 당황한다.(현실 반영 120%...) 취준 시기인데 그냥 취준에나 준비하자는 그런 마음이다. 목표는 출판사.


이런 마음을 언니에게 말하자 언니는 문득 그 이름을 입에 담는다. "내가 아는 중에서 키가 큰 애는 시바사키 정도려나?" 다정하고 착하다고까지 말하지만 아즈사가 몇 번 마주쳤을 때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또 오늘 딱 마주친다. (운명)


장난 같은 우연으로 사는 동네까지 같다. 그리고 어쩌다 또 동네 패스트푸드점에서 마주쳤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아즈사는 시바사키에게 자소서 첨삭을 부탁한다. 왜냐하면 시바사키는... 아즈사가 자소서를 넣어 볼 기업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맥은 쓸 수 있을 때 쓰는 게 좋다. 아즈사 나이스.


그런데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니, 아즈사는 알게 된다. 무심해 보이는 얼굴 뒤에 정말로 다정함이 있다는 것을. 그의 위로가, 인정이 자신의 마음 깊이 와닿음을. 자신의 큰 키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는 시간을.


시바사키에게 아즈사는 그저 친구의 동생. 그렇기에 아즈사의 마음이 다가오는 걸 외면했다.

그러나 아즈사가 "어서 와요."라고 말해 주는 그 순간에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줄곧 바라던 '돌아갈 곳'이 이미 있다는 걸. 그게 바로 여기, 아즈사임을. 그리고 그렇게 둘은 서로의 돌아갈 곳이 되어 알콩달콩하게 된다는 결말.


...뭐야 작가님 더 주세요... 이걸 단편으로 이렇게 주다니 감사하지만 너무 잔인하다... 장편으로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이미 신 연재 들어가신 분이니 그냥 이 한 권을 계속 뜯고 맛보고 즐기며 서사를 되는 대로 착즙하는 수밖에 없다. 중단편인데도 깔끔한 기승전결로 구성되었고, 감정선이 어색하지 않게끔 최대한 애쓴 부분도 보인다. 보고 있으면 괜히 따뜻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애틋함은 덤.


섬세한 연출이 정말 좋았다. <평범한 우리들의: 번외편> 말고도, 함께 수록된 <세일러복에게 작별을>도 그 섬세한 감성이 돋보였다. 전개가 매끄럽지는 않아도 어딘가 사람 마음을 끈다. 그건 아마 등장인물의 감정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잘 보여 주기 때문이겠지. 학생 시절의 상처를 성인이 되어 그제야 매듭 짓고 학생 시절의 상처받은 나를, 그 시간에 멈춰 있던 나를 보내 주는 이야기. 이미 많이 쓰이는 소재인데도 특유의 그 분위기가 있어서 비 내리는 여름날 이따금 떠오를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문득. <평범한 우리들의: 번외편>은 당분간 그냥 계속 한 번씩 열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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