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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 - 사진작가 위드선샤인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90
박선영(위드선샤인) 지음, 박선영(위드선샤인) 글.사진 / 푸른향기 / 2025년 1월
평점 :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진도 좋아하나 보다. 아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도 좋아하는 건가? 여행 에세이를 주로 내는 푸른향기 출판사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작가를 많이 알게 된다. 이번 책은 소개하는 여행지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사진이 담겨 있다. 사진을 찍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이라는 제목과 '사진작가 위드선샤인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90'라는 부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국내 여행지 90여 곳을 꼽아 그 장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시기별로 구분해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다.
꽃뿐만 아니라, 산수유나 감귤과 같은 열매를 볼 수 있는 곳이나 나무 군락지, 심지어는 빙벽이나 일출처럼 경관이 아름다운 곳 등 꽃과 관련이 적거나 없더라도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다양한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다. 에세이에 담긴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그 장소가 주는 아름다움에 집중되어 있기도 해서 이 책은 '사진 스팟 추천 에세이'라고 이해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책 한 권에 여행지가 90곳이나 소개되어 있고 사진도 많이 담겨 있어서 두께감이 있는 책인데도 모든 글이 2~3쪽 정도로 굉장히 짧다.
그만큼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앞서 언급한 대로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여행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소개하고 있는 장소가 워낙 많아서 새로운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만한 책이 없다. 예쁜 사진과 함께 여행지 90곳을 소개한 것도 부족한지, 작가는 '작가가 추천하는 국내 꽃 여행지'라는 부록을 만들어서 꽃의 개화 시기별로 여행 가기 좋은 장소를 추가로 정리해 두었다.
그래서 이 책에 언급된 여행지만 100곳이 넘는다!
박선영 작가는 원래 치위생사로 일했다. 계절의 변화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여유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불쑥 갑상선암을 진단받았고,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나둘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찾은 것 중 하나가 여행이었고, 여행을 하며 시작한 사진 촬영이 새로운 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위드선샤인'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여행지를 배경으로 스냅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 김학준 작가는 "평범한 삶이 도달 불가능한 것이 된 지금, 엉뚱하게도 그에 대한 좌절의 책임을 구조가 아닌 소수자에게 묻고 있다고 할 때, 다시 사회를 만들어낼 새로운 도덕의 단초는 능력주의가 아닌 평범함을 다변화하는 데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도 김학준 작가가 말하는 '평범함을 다변화하는 데' 기여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테니까.
치위생사로 일하던 작가의 과거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간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