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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 -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 2023년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황승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3월
평점 :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모든 걸 그만두고 적당한 곳으로 귀촌하여 유유자적하는 상상을 한다. 급한 거 하나 없이, 내가 원하는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 그 상상을 실현한 사람이 있다. 40대에 조기 은퇴하고 군산에서 농사를 시작한 72년생 작가 황승희다.
황승희는 40대에 직장을 퇴사하고 퇴직금으로 군산에 땅을 샀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시작한다. 《사이보그 가족의 밭농사》는 팔순 부모님과 함께 농사일을 시작한 작가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작가는 이전에 《어쩌다 반백 살 반 백수》라는 에세이를 낸 바 있다. 이번 책은 《어쩌다 반백 살 반 백수》가 절판되고, 작가가 만 50세가 되던 해 전작의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 책 하단에 '조기 은퇴 후 부모님과 함께 밭으로 출근하는 오십 살의 인생 소풍 일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생 소풍 일기'라는 구절만으로도 작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다보다는 졸졸졸 시냇물 같(p.9)"은 "가늘고 길게 가게 될(p.259)"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직 자신의 삶을 위해 작가는 조기 은퇴를 결심했다.
작가는 자신이 겪는 모든 일에 질문하는 모습을 보인다. 밭을 갈아엎으며 자본주의와 도덕적 가치에, 엄마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가부장제와 남존여비 사상의 부당함에, 가족여행 사진을 보며 노인을 배제하는 놀이공원에 물음을 제기하는 식이다.
그래서 글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마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 보겠다는 결심 때문일까. 문제의식이 확실한데도 각 장마다 유쾌한 일화에, 농담에 위트가 담겨 있어 글이 술술 재밌게 읽힌다.
50대 독신이 부모님과 함께 밭농사하는 이야기라니! 흔하지 않은 만큼 귀하고 소중하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좋은 부분만을 보여주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면면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제는 마냥 열심히 살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챙겨 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결혼이 당연시되던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은 혼자 사는 삶을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아졌다. 그런 사람들에게 작가의 이야기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