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의의 사고 이후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이 되어 눈을 뜨지 못하는 동생과 사고에 대한 죄책감과 가족의 상처, 그리고 거기서 불어버린 갈등까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뜬구름' 잡지 말라며 의대 진학을 원하는 아빠의 말은 아직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 유진을 너무나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 유진에게 어느 날 찾아온 눈송이 하나. 오른쪽 눈에서 문득 나타나 계속해서 시선을 빼앗는 그 눈송이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아빠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면 풀던 문제로 돌아가야 했지만', 유진은 자신에게 의미 없는 공부보다는 자기가 직접 설정한 미지수 x를 구하러 가겠다고 마음을 정한다.

자신에게 각막을 기증한 장기기증자를 찾으러 가는 일. 이미 세상에 없는 이를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유진은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과정의 끝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된다. 결코 의미 없는 과정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작은 작은 일탈이었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길에 의미를 만든 유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당당히 원하는 길을 떠나라는 응원의 말을 전한다.

작가는 편지에서 '우리가 가끔 도망가는 것은 비겁해서가 아니라 다시 잘 돌아오기 위함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나는 눈송이 같은 계기가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찾아온다고 믿는다. '찬란한' 우리의 삶을 위해 필요한 건 그때 과감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작은 용기 하나가 아닐까.


소설에는 작중 인물들이 쓴 편지가 꽤 나온다. 책과 동봉되어 온 편지를 읽고 작가가 마음의 말을 차분한 글로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편지가 인물의 감정과 아픔에 몰입하도록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편지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좋아할 것 같다.

루트, 미지수와 같은 수학 개념이나 눈 결정의 모양이 다 다르다는 등의 과학 개념을 글에 녹아내기도 했는데, 확실히 비슷한 내용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청소년들이 더 흥미롭게 느낄 만한 것들이었다.

'하고 싶은 것이 없으면 일단 공부하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는 학생이라면 《스파클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