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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평점 :

꿈은 욕망의 표상이라고들 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내 안에서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이 꿈을 만드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아이나 노인 가릴 것 없이 인간으로 태어나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욕망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래봤자 꿈은 꿈이고,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꿈이며, 현실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꿈이다. 꿈에서 깨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허망함과 무력감은 현실과 결코 가닿지 못할 꿈 사이의 거리, 바로 그곳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의 꿈을, 우리의 욕망을 완전히 실현시킬 수 있다면? 현실과 꿈 사이의 거리가 '0'이 되는 일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소설 《드리머》는 여정, 필립, 기철 그리고 명우 네 사람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세계의 황홀함과 참혹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수첩을 둘러싼 네 사람의 이야기를 세밀한 묘사로 긴장감 있게 끌고 나간다. 전개가 계속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지루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고, 몰입감이 대단했다. 각 장마다 시점도 바뀌는 데다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계속 집중해서 읽어야 했지만 어렵다는 느낌보다는 흥미롭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게다가 표지와 목차부터 느껴지는 종교적 색채가 꿈이라는 소재와 결합하면서 책 전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확실히 고조시킨다. 작가 '모래'는 인도에서 명상을 하며 사 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이나 이해가 녹아있는 탓인지 소설 속 사이비 종교 '가리교'에 관한 정보가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종교에 대해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불교'와 '힌두 사상'이라고 하니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어려운 종교 용어가 나오지도, 종교에 관한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도 않으니 읽기 전부터 겁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