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의 미학
이태동 지음 / 문예출판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내가 즐겨 읽는 책은 어떤 책들일까.
가만 생각을 해보니 대부분이 외국 작가의 장편/단편 소설들이 대부분이고,

최근 인기가 많은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들인 것 같다.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겠지만,

 내가 접한 대부분의 책은 단순한 신변잡기에 불과한 산문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 책을 읽으면 '요즘은 책을 아무나 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이 <한국 수필의 미학>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문과 교수를 지낸 이태동씨가 엄선한 한국 수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처음에는 내심 영문과 전공에 영문과 교수였던 그가 한국 수필들을 선별하고 설명해놓은 것에 의심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머리말에서부터 일상적이고 진부한 '이야기'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수필가들을 비판하고,

한국 수필들 중에서 문학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에서 많은 공감과 기대를 하게 되었다.

 

<한국 수필의 미학>에는 총 22명의 작가의 작품이 각각 1편에서 3편까지 소개되어 있다.
각 작가의 작품 이전에 그 작가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먼저 읽어 보면

그 시대적 상황과 그 작가의 성향을 어림잡을 수 있어 유익했다.

 

 

영국의 작가 월터 페이터(Walter H. Pater)는 "문체가 곧 사람이다."라고 했다.
22명 작가의 글들을 읽어보니, 정말로 22명 모두의 문체가 너무나 달랐다.

시대적으로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호흡이 긴 작가도 있고,

한자어의 사용이 많은 작가도, 쉬운 표현을 주로 쓰는 작가도,

존대어를 쓰는 작가도, 또 어딘가 모르게 난해해 보이는 글을 쓴 작가도 있었다.

 

피천득, 이어령, 이해인 등 수필을 조금 접해봤던 작가도 있었고,

고은, 김춘수, 박경리 등 시나 소설으로만 접했던 작가의 수필도 있고,

또 이양하, 이경희, 정진권 등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도 있었다.

여러 작가의 검증된 수필을 진지하게 읽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시대적 상황을 알고 읽으니 새롭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이 된 시기에 살던 작가의 글이 한글로 된 것도 신기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일상적인 내용이 내가 상상했던 것과 괴리감이 있기도 했다.

또, 그냥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내어 읽어보니 작가의 입장에 서보게 되기도 하고 같은 느낌을 받는 듯하여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각 수필마다 쓰여진 시기(연도)가 적혀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가 소개에 대략 어느 시기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은 나와 있지만, 그 수필이 쓰여진 시기가 정확히 써있다면 더욱더 그 시대적 상황을 머리에 그리며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태동 교수가 '잘 쓰여지고 문학적 가치가 있는' 한국 수필을 엄선해 놓고

작가의 소개도 직접 담아놓아 진지한 한국 수필의 정수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진부한 일상사를 늘어놓은 요즘 에세이에 지친 이라면 더욱더 좋은 책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