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투스
주선미 지음 / 그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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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투스 "나는 내일 죽겠지"
섬뜩한 꽃말을 가진 식물. 이명은 '자살하는 꽃'이다.

식물 시스투스에서 제목을 따온 책 시스투스는 158p로 끝나는 중편소설이다. 단편도 장편도 아닌 중편은 낯설다. 장편소설이 가지는 서사적 힘과 단편소설이 가지는 강렬함 둘 다의 장점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이도저도 아닌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시스투스는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며 시선을 끈다. 특히 나처럼 시스투스라는 식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인 것이다.

시작부터 지독한 불행을 안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하경의 삶은 사실 드물지 않은 보통의 인생이다. 하경이 읽는 책에는 "불행에 처한 인간에게 진짜 위로란 자신보다 더 불행한 처지밖에 없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하경을 향한 말일까 독자를 향한 말일까. 어쨌든 타인의 불행을 위로 삼아 오늘을 버티는 나약한 인간의 씁쓸한 자기위안을 정확히 짚는 문장이다.

이미 제목을 알고있는 시점에서부터 결말 스포를 알고 있는것과 다름없기에 언제 어떻게 터질것인가를 기대하며 읽게 되어 가독성이 좋았다.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의 내면과 동일화하거나 공감하는 정도가 깊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점이 단점이자 장점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주인공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하고 연민을 느끼면서도 피로도가 심하지 않다는 말이다. 어째서일까는 조금 고민해 봐야할 듯.

식물 시스투스의 수액은 인화점이 매우 낮아 쉽게 불이 붙는다. 건조한 여름 자신을 포함한 그 주변을 모조리 불태우지만 내화성이 있는 씨앗은 타고 남은 재를 양분삼아 다시 싹을 틔운다. 소설 시스투스도 어떤 새로운 이야기의 싹이 될 지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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