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후유미는 은하영웅전설의 라인하르트를 보면서 십이국기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좋은 왕'이 천년만년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질문인 것이다. 십이국기의 세계에서 천명을 받은 왕은 역시 하늘의 뜻을 대변하는 기린을 재상으로 삼아 무한한 삶을 얻게 되고, 자비와 정의의 통치를 이어나간다. 만약 왕의 통치가 자비와 정의에서 멀어지면, 기린이 병에 걸리게 된다. 그러한 징조를 보고 왕이 자비를 되찾게 될 수도 있지만, 많은 왕들은 그 끝을 알면서도 파멸로 달려나가고, 결국 기린이 죽게 되면 왕 역시 생을 마치게 된다.
통치자의 생명을 인질 삼아 선정을 강요하는 시스템인 것인데, 결과적으로 십이국기가 보여주는 것은 자신의 목숨이라는 중대한 대가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하고 욕망을 지닌 인간에 불과하기에, 폭정을 펼치는 왕은 폭정을 펼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타국에 대한 침략 전쟁이 시스템적으로 봉인되어 있는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고, 기린이라는 무한한 수명을 지닌, 자비와 정의의 수호자인 재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