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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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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p.98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금을 주고라도 사람을 구하려는 이도 있어요. 그것은 말이 되는 일입니까?”

『식탐정 허균』은 미식가 허균이 살인 사건의 탐정으로 활약하는 조선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음식과 추리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 속 음식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배가 고파진다.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 음식을 활용해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 과정이 독특하니 인상적이다. 음식과 범죄를 연결해, 맛과 향, 식재료의 특성을 사건 해결의 열쇠로 삼음으로써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음식 문화와 인간사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미식가 탐정 허균을 중심으로, 죽은 자를 진료하는 의생 재영과 총명하고 대담한 찬모이자 다모 ‘작은년’이 함께하는 여정이다. 호탕하고 자유분방하며 미식가이자 탐식가인 허균과, 그와 반대되는 차분한 재영, 작은년의 명석함과 재치가 적절히 섞여 사건이 극단의 어둠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가능하게 한다.

p. 74 “정이 깊고 도타운 것은 요즘 세상에는 대단한 장점이니까. 나는 그것까지 포함해서 자네를 좋아하네.”
p. 308 “말하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면 자네는 또 나를 싫어하게 될 테지. 난 그런 것은 견딜 수 없어.”
기이한 사건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우선 미식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허균과 달리 미식과는 거리가 먼 재영 간의 우정도 하나의 독서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지극하니, 소중한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식을 더 많이 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역사적 진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뒤섞고, 사극-미스터리의 장르적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음식의 향연을 펼침으로써 다양한 요소를 풍부하게 즐기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기묘한 살인 사건의 전말이 궁금하다면, 허균, 재영, 작은년과의 식도락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에 참여해보길 바란다.

++MBC 드라마로 제작이 확정된 김에 해보는 가상 캐스팅
허균: 조정석 – 자유롭고 유머러스하며 호탕한(때로는 방탕하게까지 비춰지는) 허균에는 유머러스한 연기로 유명한 조정석 배우가 적합해 보인다.
재영: 이제훈 – 차분한 분위기에 허균과의 케미가 중요한 재영.
작은년: 김태리 – 사극에 빠질 수 없는 배우. 윗사람에게도 꿀리지 않는 활발한 작은년의 역할에 딱 맞을 것 같은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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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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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완독. 몸이 없어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감각할 수 있을까? '몸'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떤 형태만이 몸이 되는 걸까? 일정한 형태가 없어도 여전히 몸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주로 육체보다 영혼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바로 그 '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읽고 나니 '몸'에 관심을 두는 건 결국 영혼에 관심을 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저우원 작가님의「내일의 환영, 어제의 휘광」이었다. '언어재난'이 도래해 단 몇 초의 스침으로도 서로의 언어가 뒤섞이고 변형되어 모두가 자신의 모국어를 잃을 수밖에 없는 세계.

p. 88 언어의 경계는 세계의 경계다.
언어를 잊는다는 건 세계를 인지할 방법을 잃는다는 것이다.

언어는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이라는데, 그런 언어가 매 순간 변화한다면 우리가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뀔까? 흥미로운 세계관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기억에 남은 단편이다.

p.239 우리는 오해하고 있어. 인간이 고통을 두려워했다고. 고통은 지옥과 같다고. 하지만 다르지. 고통만 있는 지옥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현실은. 현실은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현실이었던 거야. 고통이 주는 쾌감과 희열. 인간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어. 말 그대로 파괴와 멸망을 갈망하지. 끊임없이 죽음과 세상의 종말을 떠올린 걸 봐. 그건 두려움으로부터 의연해지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모든 것은 끝내 죽고, 소멸한다는 해방에서 비롯된 희열이었을 거야. 죽음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 있다는 걸 느끼지 않아. 고통이 없다면 쾌락도 없겠지. (…) 인간의 몸은 고통을 원해. 죽음을 원하기도 하고. 그건 다시 말하자면 인간은 본인의 의지로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 해. 죽음의 순간과 형태, 그때 느낄 고통의 크기까지.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원하는 삶과 쾌락.

인간은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없고, 그 고통은 때때로 몸으로부터 비롯된다. 어쩌면 우리는 영혼의 고통만큼이나 몸의 고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 두 가지가 언제까지 구분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p. 100 “언니, 저는 지난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차라리 내일을 살겠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몸'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미래에는 또 어떻게 변화해 있을지 알 수 없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내일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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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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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완독. 그래픽노블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림과 글을 모두 꼼꼼히 살펴보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작품 모두 무엇 하나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세 작품을 읽는 내내 끝없이 사유해야만 했다. 독자를 자신과 같이 끝없는 사유에 던져넣는 것이 폴 오스터 작품의 특징 같기도... 탐정소설의 탈을 쓰고 있지만,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전혀 탐정소설이라고도 추리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언어와 자아정체성우연과 삶처럼 무엇 하나도 쉬운 주제가 없으며, 작품 전체가 끝없는 미궁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그림의 연출이 작품에 더 몰입하게 하고 때때로 섬뜩한 느낌까지 준다. 작화의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그림이 더해지니 내가 직접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 더 몰입하게 된다. 미궁 속에서 주인공들처럼 헤매다가 종내에는 붕 떠버린 느낌이 들었다. 전부 열린 결말이라 그런지, 나를 세상에서 부유하게 내버려두고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도...폴 오스터의 작품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사유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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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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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완독.



이것은 70대의 노교수 바움가트너가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 어느 날을 기점으로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이야기이다. 동시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면서. 

아내의 죽음 이후 ‘환지통’처럼 따라오는 상실의 슬픔은 사소한 일로 다시 촉발된다. 충분히 길게 여겨지는 세월도 상실 앞에서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기억이 거대한 파도처럼 현재를 덮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바움가트너가 생의 끝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들여다보는 그 과정에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타인과의 관계와 밀접하게 엮여 있는 것이라,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능하게 하고 존재의 상실 이후에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애나’의 상실 이후 그와의 첫 만남부터 되짚어가는 바움가트너의 삶처럼. 


결말에 다다라서도 놓지 않는 사유의 끝은 마지막까지 문장을 짓던 폴 오스터처럼 큰 울림을 준다. 평온한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작가의 마지막 소설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도 회상할 수 있는 반짝이는 기억이 되고, 결국 상실 이후에도 삶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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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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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완독. 음식이라는 테마 아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책.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현실을 잠시 잊게도 하는 음식의 역할이 이 작품에서는 위로로 작동한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지치고 외로운 날들, 등장인물들은 김밥천국에 들러 위로받는다. 



민원 전화에 시달리는 공무원, 평생 타인의 밥을 차려주다 정작 자신의 밥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던 여성, 죽음을 앞둔 암 환자, 고국에서는 교육받은 엘리트지만 한국에 와 무시당하는 베트남 여성, 임신 후 사회의 '모자란 부품' 취급에 상처받은 여성 등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김밥천국을 통해 하루를 견뎌낸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을 위로해 주며 동시에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세상에 상처받은 이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의 역할을 하는 김밥천국 같은 장소가 모두에게 존재하기를 바란다. 


*래빗홀클럽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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