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고 있어 - 4인의 짧은 소설들
민선기 외 지음 / 하늘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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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 없이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서 놀다가 신간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카드 같이 작고 예쁜 겉표지에 선뜻 손이 갔고, '나는 잘 지내고 있어'라는 책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쓸쓸하게 홀로 앉아있는 새 한마리가 그려진 일러스트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로 장편만 읽어왔던 나로서는 이런 형태의 소설은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한 작가의 단편도 아닌, 4명의 작가가 각각 쓴 소설이라기에 조금 산만할 것 같아 살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이런 걱정은 사라졌다.  

동인집은 산만하고 난해할 것이라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4인의 이야기 모두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거운 주제나 굉장히 어려운 내용을 다룬 책이 아니라, 지하철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반이나 읽어버렸다. 5~10장 사이의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어 친구에게서 온 편지를 읽듯이 쉽게 읽힌다.  

특히 이영희 작가의 <나의 티베르나>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기차에서 잠깐 만났던 티베르나라는 여자를 잊지 못해 20년만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프라하에 도착한 주인공의 모습에서 첫사랑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겹쳐져 씁쓸함과 함께 아련함이 밀려들었다.  

가끔씩, '지하철에서 만나지 않을까 거리에서 만나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걸었던 나처럼 주인공인 '이 감독'도 티베르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프라하에 도착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림으로 그려낸 것처럼 아름다운 프라하 전경과 함께 수줍음과 기대를 함껏 품은 주인공의 모습은 동화같은 천진함 마저 엿보인다. 

 

<나의 티베르나>에는 첫사랑의 두근거리는 설렘과 함께 헛된 기대라는 아련함이 공존한다.       주인공인 '이 감독'이 들려주는 '티베르나 이야기'가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과 같았던 내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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