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좀 빌려줘 사계절 1318 문고 136
이필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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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고운은 일기장에 유서를 네 장이나 쓰고 야구장으로 도망을 가던 중이었다.
한달 전부터 소리 내지 않고 울고 있던 수완이는 죽음의 문턱 앞에 있었다.
타인의 온기, 가족의 온기가 필요했던 윤희는 잘못된 길에 발걸음을 한 뒤로 한달 가까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우개 좀 빌려줘”에 나오는 친구들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밀폐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밀폐된 그 마음에서 비집고 한 걸음 나올 수 있도록 해준 것은 호박마차 아줌마, 지우개를 빌려주는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해준 호랑이님,함께 울어준 포뢰였다. 형태없는 마음이 저 밑까지 가라앉아 바스러진채 야구장에 가던 고운을 뒤에서 “얘!”라고 친근하게 불러준 나비넥타이 고깔모자 친구가 필요한 우리 청소년들!

바쁘고 빠르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옆에 있는 학생들을 돌아보며 작지만 용기를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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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준비됐어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5
이재문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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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_바깥은 준비됐어


얼마전 「산책을 듣는 시간」이란 사계절 청소년문고를 읽고 감동 받은 적이 있었다.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두 명의 청소년과 개와의 이야기였다. '장애'를 특별하거나 동정의 눈빛이 아닌 그냥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다루며 성장해가는 청소년들과 동물과의 교감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책이었다. 「바깥은 준비됐어」를 읽으며 「백 투 더 퓨쳐」에서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 읽게 되었다. 작가를 보니「산책을 듣는 시간」의 정은 작가님이었다. 역시! 라는 마음의 환호를 외치며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이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 친구가 등장한다. "오늘은 78퍼센트쯤 여자에요." "오늘은 65퍼센트쯤 남자에요" 라고 대답하는 2025년에 살고 있는 OO. 아인슈타인의 손녀라는 매우 독특한 할머니의 타임머신 여행으로 2075년의 미래에 도착했다. 50년 뒤면 엄청난 과학의 발전이 있을거라 막연히 예상했지만 오히려 퇴보한것처럼 보이는 미래. 하지만 미래의 문명은 추상화되었으며 이분법의 성정체성이 아닌 넓게 펼쳐진 스펙트럼상에 성이 존재했다. 


"2075년에 성은 스펙트럼상에 존재합니다. 그냥 넓게 펼쳐진 스펙트럼상에 존재해요. 살면서 자기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위치를 탐색을 통해서 찾아가는 겁니다. (중략)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냐의 문제인데 그건 고정된 게 아니에요. 또 관계 안에서 바뀔 수가 있고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든 사람들을 몇 가지 분류에 다 넣을 수가 있나요? 그건 불가능해요. 결국 나와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지극히 사적인 선택의 문제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은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없어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백 투 더 퓨쳐를 했던 OO는 폐허 같았던 마음이 풍요롭고 단단해졌으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겨우 견디며 살았던 OO는 이제 세상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변한 자신을 믿고 자존감 뿜뿜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아주 맘에 든다."


나를 사랑하기 힘든 세상, 사람들, 기준, 가치.그것들을 무너뜨리거나 변하게 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세상의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존재하는 독특한 '나'.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좋아해주고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일! 정은 작가의 소설 속에서 발견했고 배우게 되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마음에 크고 넓은 파장을 주는 물수제비 같은 「백 투 더 퓨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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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의 내일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4
이선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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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_ 모로의 내일


"엄마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엄마의 인생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낮엔 보험을 팔기 위해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저녁엔 밥을 먹고 일일 연속극을 기다리는 삶이라니. 어떤 고유성도 없어 보였다."

 

"열네 살의 나는 엄마를 보면서 인생을 산다고 느끼지 않았다. 견디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이선주 작가의 「선택」이란 소설을 읽으며 나의 열 네 살적 엄마에 대한 기억과 현재 열 네살이 된 나의 딸의 엄마에 대한(나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고유성도 없어 보이는, 늘 바쁘게 먹고, 아무렇게나 잠들어 버리는 엄마의 모습. 나 자신도 어릴 적에 나의 엄마를 그렇게 보아 왔었다. 심지어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다. 왜 다른 엄마들처럼 세련되지 못할까, 왜 더 맛있는 반찬을 도시락으로 싸주지 못할까......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 살아보니 어떤 고유성이 없어 보이는 생활도 그냥 되어지는 것이 아니며 나름 열심히, 생각하며, 계획하며 사는 삶임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엄마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엄마로 살아보니, 결코 쉬운 삶이 아니다!


최영희 작가의 「모로의 내일」은 무언의 비난과 충고가 모로와 친구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엉뚱한 상상력이 소재가 된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완전 공감하게 된 소설이다. 

"작가의 말

어릴 적 나만 보면 혀를 차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멀쩡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그 사람만 보면 페달을 놓치기 일쑤였다. 못마땅한 눈길에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에 순간적으로 휘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중심을 되잡고 자전거를 쌩쌩 몰아갔다. 언제나 뒤에 남겨지는 건 그 사람이었으며, 내 앞에는 비난의 파장이 뚫을 수 없는 숱한 ‘내일’들이 있었다."


나는 교사이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갖고 있다. 최근 인도의 Auroville에서 살다가 온 분을 만났는데 그곳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일정을 스스로 정하며 교사를 teacher가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부르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존재가 아닌 이미 아이들 속에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여긴다고 해서 새롭게 느낀 적이 있었다. 나를 생각해보면 내 자녀를, 내가 가르쳐야할 학생들을, 많이 부족한 존재로, 고칠 부분이 많은 존재로, 소설 속의 환청처럼 혀를 끌끌 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결국 걸림돌이 되는, 오히려 일을 망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혀를 차는 사람을 뒤로하고 앞으로 씽씽 나아가는 아이들! 이제는 혀를 차지 말고 더 앞으로 자유롭고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부모,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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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사계절 1318 문고 133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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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문
#탁경은 #사계절교사북클럽 #사계절출판사

<지금은 생리중>
생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리에 관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생리통이 심하여 백화점에서 쓰러지기까지 한 유나.
남들은 다 하는 생리를 하지 않아 주눅들고 스트레스 받는 지인.
생리박사로 생리에 대한 발언을 언제, 어디서나 큰 소리로 하는 채희.
소설 속 생리와 관련된 다양성을 나 역시 주위에서 늘 보아왔고 경험한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생리 이야기. 여자로서 100퍼센트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생은 망했어>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생각해 봤을 “이번 생은 망했어!” 라는 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 마음먹은 대로 일이 안 될 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이 들 때...... “이번 생은 망했어!"
체육시간의 배구경기, 자신에게 오는 공을 멋떨어지게 치려 했지만... 실패. 게임레벨 올리려고 꼼수부리다가 실패. 수업시간에 손가락에 생긴 사마귀를 만지작 거림으로 마음의 안정과 위로를 갖는 영욱이. 이런 영욱이가 너무 안쓰러웠고 남일 같지가 않았다. 뭐든 맘대로 안되고, 넘어지는 영욱이.
하지만 우연히 운동도 잘하고 몸도 좋은 최대영에게 "너, 노래 잘 부르던데!" 란 소리를 듣게 된다.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영욱이가 그 소리에 눈이 약간 커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간의 미소를 머금은채 이 소설이 끝나는 것 같다.
(48쪽) 어차피 나는 글렀다. 이번 생은 망했다.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사는 건 정말 재미대가리가 1도 없다.
(51쪽) 나는 오히러 사마귀가 커질수록 친근하고 듬직하게 느껴졌다. 베스트 프렌드를 손가락에 얹고 있는 것 같았다.
(51쪽) 나는 오히러 사마귀가 커질수록 친근하고 듬직하게 느껴졌다. 베스트 프렌드를 손가락에 얹고 있는 것 같았다.

민트문
고된 청소년기에 유일한 희망, 아이돌 덕후생활!
공부도 잘 안되고 가족 안에서도 자리매김이 어려운 나는 오직 "오빠"뿐이다! 서영과 함께 오빠 덕후생활을 하며 팬픽을 쓴다. 다행히 팬픽 반응이 좋다. 꿈에도 나타나는 오빠. 자신의 아이돌 오빠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오빠는 하늘의 민트문이 되어 늘 나와 함께 하게 된다...

모기
소통불가, 은따 아빠의 명령으로 실시되는 일요일 가족 저녁식사시간. 그 시간은 아빠를 제외한 엄마, 언니, 오빠, 나는 그 시간을 겨우겨우, 딴생각을 하며 견니는 시간이다. 모래알처럼 따로 노는 그 가족을 한데 뭉치게 하는 건 바로 모기라는 녀석! 식사시간에 갑자기 '윙~'하는 모기소리가 들리면 가족이 각각 모기를 잡자는 하나의 목표 아래, 제 역할에 따라 충실히 움직인다. 일사분란한 모습!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족 중 아빠만 유독 모기에 안 물린다는 사실!
그 이유를 작품의 마지막에 공개하는데...
블랙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 중에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려 하지만 실제 가족 사이에서는 모기같은 대우를 받는 아빠였다.

동욱
부모라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없이 홀로 세상의 바람과 비에 맞서는 동욱. 스스로 날카로운 가시를 곧추세우며 강한자인 척 살아간다. 그러나 어이없는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소년원까지 가게 된 동욱이.
그런 동욱이를 응원하며 읽게 되었다. 동욱이가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더 단단해 지기를...

청소년 단편소설집. 민트문.
제각기 나름의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조금씩 새로워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어리지만 자기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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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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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읽다
#서현숙
#사계절출판사

📗17쪽. 첫만남
철컹철컹, 무거운 철창을 대여섯 번 통과해서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이라고는 하지만, 학교 교실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이다. 4인용 좌식 테이블 서너 개, 소년원 직원용 책상, 스탠딩형의 냉난방기, 주말 종교 집회를 위한 종교 기물들이 전부다. 미적인 것을 고려한 공간은 없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일주일에 2시간씩 소년원에 들어가 국어수업을 하게 된다.

소년원의 아이들. 죄의 대가로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 대한 편견. 책을 읽기 시작하며 저자와 마찬가지로, 국어수업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 반, 호기심 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은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읽는 내내 와! 하고 감탄하기도, 소년들의 간절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아이들 사연에 안타까워지기도, 박수치며 응원을 보내게 되기도 했다.

소년원의 소년들에게 '진심'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함께 책을 읽고, 저자와의 만남도 실행시키는 서현숙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징벌방에서 3주간 선생님이 준 책을 몇 번이나 읽는 소년, 온몸에 각종 물고기 문신으로 아쿠아리움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의 책에 대한 진지함, 책을 처음 읽어 본 소년,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소년, 9호, 10호 처분을 받는 소년, 이들 모두 책을 읽고 책을 좋아하게 된 소년들이었다.

특히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설렘이 독자인 내게도 그대로 전달되었고 소년들이 읽은 책들도 나의 희망도서목록이 되었다.

📗130쪽
명구야, 잘 살아... 너의 몸과 마음을 잘 보살펴주렴. 자신을 팽겨치는 일 없이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믿어. 세상이 너를 많이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소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서현숙 선생님의 바람이 나의 바람이 되었다.
너무나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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