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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의 내일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ㅣ 사계절 1318 문고 134
이선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_ 모로의 내일
"엄마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엄마의 인생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낮엔 보험을 팔기 위해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저녁엔 밥을 먹고 일일 연속극을 기다리는 삶이라니. 어떤 고유성도 없어 보였다."
"열네 살의 나는 엄마를 보면서 인생을 산다고 느끼지 않았다. 견디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이선주 작가의 「선택」이란 소설을 읽으며 나의 열 네 살적 엄마에 대한 기억과 현재 열 네살이 된 나의 딸의 엄마에 대한(나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떤 고유성도 없어 보이는, 늘 바쁘게 먹고, 아무렇게나 잠들어 버리는 엄마의 모습. 나 자신도 어릴 적에 나의 엄마를 그렇게 보아 왔었다. 심지어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다. 왜 다른 엄마들처럼 세련되지 못할까, 왜 더 맛있는 반찬을 도시락으로 싸주지 못할까......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어 살아보니 어떤 고유성이 없어 보이는 생활도 그냥 되어지는 것이 아니며 나름 열심히, 생각하며, 계획하며 사는 삶임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 속 엄마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응원과 위로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엄마로 살아보니, 결코 쉬운 삶이 아니다!
최영희 작가의 「모로의 내일」은 무언의 비난과 충고가 모로와 친구들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엉뚱한 상상력이 소재가 된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완전 공감하게 된 소설이다.
"작가의 말
어릴 적 나만 보면 혀를 차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멀쩡히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그 사람만 보면 페달을 놓치기 일쑤였다. 못마땅한 눈길에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에 순간적으로 휘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중심을 되잡고 자전거를 쌩쌩 몰아갔다. 언제나 뒤에 남겨지는 건 그 사람이었으며, 내 앞에는 비난의 파장이 뚫을 수 없는 숱한 ‘내일’들이 있었다."
나는 교사이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갖고 있다. 최근 인도의 Auroville에서 살다가 온 분을 만났는데 그곳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일정을 스스로 정하며 교사를 teacher가 아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부르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존재가 아닌 이미 아이들 속에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여긴다고 해서 새롭게 느낀 적이 있었다. 나를 생각해보면 내 자녀를, 내가 가르쳐야할 학생들을, 많이 부족한 존재로, 고칠 부분이 많은 존재로, 소설 속의 환청처럼 혀를 끌끌 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결국 걸림돌이 되는, 오히려 일을 망치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혀를 차는 사람을 뒤로하고 앞으로 씽씽 나아가는 아이들! 이제는 혀를 차지 말고 더 앞으로 자유롭고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부모, 선생님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