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준비됐어 -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 사계절 1318 문고 135
이재문 외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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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앤솔러지_바깥은 준비됐어


얼마전 「산책을 듣는 시간」이란 사계절 청소년문고를 읽고 감동 받은 적이 있었다.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두 명의 청소년과 개와의 이야기였다. '장애'를 특별하거나 동정의 눈빛이 아닌 그냥 하나의 개별적인 존재로 다루며 성장해가는 청소년들과 동물과의 교감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책이었다. 「바깥은 준비됐어」를 읽으며 「백 투 더 퓨쳐」에서 한 문장 한 문장 꾹꾹 눌러 읽게 되었다. 작가를 보니「산책을 듣는 시간」의 정은 작가님이었다. 역시! 라는 마음의 환호를 외치며 읽게 되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이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 친구가 등장한다. "오늘은 78퍼센트쯤 여자에요." "오늘은 65퍼센트쯤 남자에요" 라고 대답하는 2025년에 살고 있는 OO. 아인슈타인의 손녀라는 매우 독특한 할머니의 타임머신 여행으로 2075년의 미래에 도착했다. 50년 뒤면 엄청난 과학의 발전이 있을거라 막연히 예상했지만 오히려 퇴보한것처럼 보이는 미래. 하지만 미래의 문명은 추상화되었으며 이분법의 성정체성이 아닌 넓게 펼쳐진 스펙트럼상에 성이 존재했다. 


"2075년에 성은 스펙트럼상에 존재합니다. 그냥 넓게 펼쳐진 스펙트럼상에 존재해요. 살면서 자기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위치를 탐색을 통해서 찾아가는 겁니다. (중략) 내가 나를 어떻게 인식하냐의 문제인데 그건 고정된 게 아니에요. 또 관계 안에서 바뀔 수가 있고요.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든 사람들을 몇 가지 분류에 다 넣을 수가 있나요? 그건 불가능해요. 결국 나와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지극히 사적인 선택의 문제이고 거기에 다른 사람은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없어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백 투 더 퓨쳐를 했던 OO는 폐허 같았던 마음이 풍요롭고 단단해졌으며 다른 사람이 되었다.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겨우 견디며 살았던 OO는 이제 세상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변한 자신을 믿고 자존감 뿜뿜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나는 내가 아주 맘에 든다."


나를 사랑하기 힘든 세상, 사람들, 기준, 가치.그것들을 무너뜨리거나 변하게 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세상의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 존재하는 독특한 '나'. '나'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좋아해주고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일! 정은 작가의 소설 속에서 발견했고 배우게 되었다. 짧은 소설이지만 마음에 크고 넓은 파장을 주는 물수제비 같은 「백 투 더 퓨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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