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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너구리 라스칼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1
스털링 노스 지음, 이민아 옮김, 존 쉰헤르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단어와 그 단어의 이미지가 반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악동도 그 하나의 예에 속 한다. 악동은 나쁜 아동
이다. 그러나 악동하면 보통은 천진난만 하지만 조금 장난이 심한 장난꾸러기 소년을 연상하게 된다.
주인공 스털링은 깔끔을 떠는 엄마의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심한 악동이다. 이 아이는 스컹크, 마못쥐,까
마귀,고양이 그리고 침흘리는 세인트버나드 종인 와우저를 집 안팎에서 기른다. 거실에서는 톱밥을 날리며
완성하는데 일 년 이상이 걸리는 5미터짜리 카누를 만들고 있다. 이런 아이가 새끼 너구리까지 데려왔으니
어느 엄마가 참아 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스털링 자신이 개구장이거나 말썽꾸러기가 아니다. 엄마의 치마폭에 싸여 모든 것을 의존하는 나약
한 아이가 아닌 혼자서 자신의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아이이다. 병아리를 재미삼아 키우는 그런
아이가 아닌 동물들을 사랑하는 아이이다. 다만 이 아이가 악동이 된 것은 그가 키우는 동물들 때문에 주위
서 그런 평가를 받을 뿐이다. 특히 너구리 때문에. 따라서 스털링을 악동으로 만든건 라스칼이다.
사람은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보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스털링은 여덟 살에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둘이서 사는 외로운 아이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하면서 살도록 아버지로 부터 허
락 받고 있다. 물론 방임이 아닌 배려로. 그 혜택으로 동물을 마음대로 기르는 스털링은 어느날 새끼 너구리
한마리를 잡아와서 기르며 일 년 동안 매우 재미있게 논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는 자연이 원하는 바도 잘 아는 것 같다. 새끼 너구리가 크자 자연의 품이 필요한 것
을 알고는 서운 하지만 야생으로 돌려 보내준다. 사랑이 집착이나 소유가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애초에 어미와 같이 있는 새끼를 잡아 온 것이다. 이 점에서 차라리 새끼가 어미 떨어져 있는
것을 데려와 보살피는 것으로 설정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나름대로 재 창작을 해 본다.
"딱딱한 예배석에 앉아 후튼 목사의 설교를 들을 때 보다 정원에 앉아 콩을 딸 때 우주 질서에 대해 더 많
이 배웠다"는 스털링의 말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오래 있다가 오면 많은 공부를
한 듯 해 흐뭇해지는 바보 같은 엄마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가 아닌가 하여. 자연이 좋은 줄 알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연에서 놀지 못하게 하는 어리석은 엄마에게 던지는 작가의 꾸짖음인 듯 하다.
끝으로 "어이 꼬마친구, 이 세상에선 노력을 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지."라는 숲 속 오두막집
주인의 이야기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세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