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 - 관계의 늪에 빠진 나를 구하는 회복의 심리학
해리엇 러너 지음, 양지하 옮김 / 부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의 이력만큼이나 사례가 하나같이 구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례 속의 인물들의 입장과 생각을 세세하게 언급하며, 여러 예시의 대화법을 제안해주는 저자의 화법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분명, 미국 저자의 책이라 우리나라와 다소 다른 '문화적 차이'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지만, 나는 어찌 된 일인지... 하나하나 공감하며 읽었다. 심지어... 내 과거까지 불러일으키며 당시의 내 생각과 대화법이 성숙하지 못했음을 일깨워주기까지 한 이 책. 참, 유익한 책이다.


<관계와 대화가 자아를 발전시킨다.>

나는 '자아'를 완전히 나만의 문제로 생각했다. '자아' 또한 '관계'에 의해 더 선명하게, 또는 다른 방향으로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그래도 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생각이 다소 오만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온전히 나올 수 있을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과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 언어 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끼기도. 그리고 앞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하며 "나는 과연, 튼튼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식적 생각도 하게 될 듯.


[대화를 할 때 우리는 단지 자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한다. 산꼭대기에 홀로 앉아 사색에 잠기거나 '내면 깊이 들어가' 스스로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물론 훌륭한 훈련법이긴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자아를 발견함과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19p)]


<관계의 단절을 선택한 나의 ‘침묵’>

20대 중후반 즈음이었나..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사고와 언행에 어떤 대꾸도 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채, 침묵을 일관했던 나. 그냥, 아버지와 이야기를 섞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하여 아버지와의 관계를 더 이상 만들어가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다. 관계의 발전이 아닌, ‘단절’을 선택했던 것이다.

저자분이 자아 대신 관계를 선택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나의 저 과거가 떠올랐다. (아 물론, 자아와 관계를 모두 선택하는 대화가 좋은 것이다. 단지, 그게 어려울 뿐. 자아 대신 관계를 선택하는 것 또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기에 좋다고 할 수 없다.)

나의 과거 행동은 자아와 관계 모두 선택하지 않고 버린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의 행동이 성숙하지 못했고, 극단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더 실감했다. 아빠가 살아왔던 가부장적인 환경을 감안하지 못했고, 내 대처가 미숙했다. (물론, 이것은 과거이고, 지금은 아버지랑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도록! 그리고 나를 지키는 일이, 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대화법이 나와있다. 그런데, 사실 그 대화법이 백 프로 들어맞을 순 없다. 왜냐면 인간은 워낙 복잡다단하니까. 이 사례에 나온 사람들처럼 관계가 딱딱 회복되거나 자신의 분명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서 상대방의 행동이 변화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게. 이 사례들이 모두 정답이 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저자분이 제안하는 대화법이 나의 생각을 전환시켜주었고, 앞으로 어떻게 성숙한 대화를 해야 할지, 훈련을 어떻게 해봐야 할지 생각하게 해 줘서 좋았다.

(저자 분도 사례가 모두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짚어준다. 상대방의 반응은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고, 기대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

자아와 관계를 모두 선택할 수 있는 내가 되기로!! 앞으로도 나에게 ‘무례함’을 선사해주시는 분들께 최대한 지혜롭고 성숙한 답례를 드리고 싶다.



[인상깊게 본 소단락]

<대화의 주제를 확장시키는 질문을 던져라>333p
<더는 들어줄 수 없는 한계선 설정하기>335p
<인간 자체보다 행위에 대해 문제 삼을 것>311p
<솔직한 것과 감정적인 것은 전혀 다르다>235p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목소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221p
<완고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187p
<한계선을 알리는 것과 최후통첩은 다르다>185p
<감정이 언어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때>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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