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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사 - 거미는 움직이지 않는다
최윤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평점 :
축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펼치자마자 차례로 전반전, 선제골, 후반전, 동점골, 역전골, 로스타임이라는 구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제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흐름 덕분에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축구 경기 장면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어느새 명관과 준우의 시선으로 최강민의 경기를 응원하며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한 팬이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축구 스타의 화려한 세계에 발을 들이고, 그 안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다. 인물들의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상황 이해가 어렵지 않않았다. 특히 명관의, 누군가를 향한 동경이 어떤 계기를 통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변해 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이어져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복수라는 소재는 익숙하지만 사람의 욕망과 집착, 죄책감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줘서 늘 흥미롭게 읽게 된다. 그래서 파우사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계속 궁금했다. 사건이 커질수록 긴장감도 함께 높아져 다음 장이 계속 궁금해졌고 읽는 것을 멈추기가 어려웠다.
심리 묘사가 촘촘해서 명관과 강민의 상황에 따른 감정에 더욱 몰입하며 읽게 됐다. 두 인물은 닮은 부분도 있지만 결국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재능과 돈, 명예처럼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모습이 계속 대비되어 더 흥미로웠다. 특히 강민은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자주 보여주는데, 자신의 입장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감정에 휩쓸려 움직이는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그 인물의 성격이 잘 나타난 것 같다. 명관은 강민을 전적으로 동경하는 팬으로서 비합리적인 상황에서도 그의 일을 대신 처리하고 배신을 당한 뒤에도 자신에게 남은 것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그를 믿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는 약간의 사이다를 느끼기도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는데 마지막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묘한 찝찝함이 커져서 불안한 마음으로 읽게 됐다. 예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결말이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생각이 나는 것 같다. 복수는 끝이 나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누군가를 무너뜨리면 자신도 똑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작가님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복수가 시원하게 끝났다는 느낌보다는 복잡한 마음이 오래 남는다.
요약하자면 초중반의 흡입력이 정말 좋았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 읽는 재미도 있었다. 읽는 내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사이다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이야기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밝고 통쾌한 복수와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생각보다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심리전과 서스펜스, 인물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마지막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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