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가르쳐 준 것들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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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가르쳐준 것들. 

자폐증에 걸린 손자와 저자 대니얼 고플립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로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후,이혼을 하고 누이와 부모의 죽음을 차례로 목격한 불운의 경험을 하게 된다.

절망과 고통의 시간속에서 원망하며 지내는 삶이 아예없지는 않았겠지만, 담담히 받아들이고 손자와 함께 유쾌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자폐증이라는 증상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아스퍼거증후군(자폐 스펙트럼의 장애의 하나로 인지 및 언어지연은 없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는 특징을 보임)을 비롯해 경미한 발달장애를 겪는데, 아이들은 아주 생소한 것도 보통 중요한게 아닌것으로 받아 들인다.

모든게 질서정연하고 예측가능하면 편안해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극도로 불안해 한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의 인지 및 감각체계는 사물의 현상이 무서운 것으로 인식이 될수 있어 이 세상이 아주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위기감을 자주 느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형적인 자폐적 붕괴현상이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체계가 한계에 이를때 발현된다고 설명한다.

 

자폐증에 대해 몰랐던 상식을 자폐증에 걸린 손자를 바라본 저자의 모습과 경험에서 쉽게 느낄수 있다.

뜻대로 되지않아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자학하듯한 모습을 보이는 행위나 작은 형태나 모습이 변하면 불안해 하거나 화를 내는 등의 행위가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저자의 경험에서 찾아볼수 있다

 

자폐증은 일반적으로 평생 지속되는 질환이다. 자폐증 환자 중 지능(IQ)이 70 이상이고 5~7세 수준의 언어 소통 능력을 가졌을 때 최상의 예후를 가진다라고 보고 있다. 치료 환경과 가정 환경이 지지적이고 아이의 요구를 잘 수용할 수 있는 경우는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되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특정 영역에서 그 장애와 대조되는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도 자폐증의 한 증상으로 보고 되고 있다.

색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샘은 청록색 크레파스를 엄마에게 달라 하지만, 색이 맞지않자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엄마는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듯 자폐증 증상에는 아이의 요구를 잘 수용해 주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가족들의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고틀립 박사는 살면서 받은 상처와 용서라는 행위 앞에서 괴로워하는 어느 한국 청년의 편지를 소개한다. “살다보면 제게 깊은 고통을 준 사람들을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변함없이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 너무 힘듭니다.”라며, 고통을 참아내고 용서를 하라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 말하는 그를 위해 박사는 분노가 깊어질수록 상처는 더욱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바라보듯 자기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보라는 것. 울분이 가득찬 마음에 갇혀 사는 자신을 가엾게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자폐증은 평생 따라오는 질환이라,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계속되어야 하는 어떻게 보면 부담이 많이 되는 병이기도 하다.

자폐증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은 기쁨과 좌절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일 텐데,박사와 가족들은 자신들이 마주한 삶을 언제나 충실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살다보면 우리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이 때문에 우리는 힘들어한다. 우리는 머릿속에 있는 그림에만 매달리지 말고, 본연의 모습을 따라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손에 넣고 싶은 삶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대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삶을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고플립 박사는 우리는 이미 한때 ‘감동하고 사랑하는 법’ ‘희망을 잃지 않는 법’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단지 어른이 되면서 잊는 것뿐이라고.

박사와 샘의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를 한번쯤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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