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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으로 읽는 성경 세트 - 전3권
차동엽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성경은 어렵다는 생각으로 통독을 못해 보았던 내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고, 책 세권을 다 읽고 나니 성경의 맥이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주님께 청할 때,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
과연 어느 열쇠로 막힌 문을 열 것인가.
‘하실 수만 있다면’이 아니라, ‘당신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이다.
아니 이마저도 아니다. ‘무조건’이다. 그냥 ‘믿사오니’다.>
나는 그냥 기도만 하면 다 들어주시는 거라 착각을 하고 살았나 보다. ‘당신 뜻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이 말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기도 응답이 없다면 그것은 주님 뜻에 어긋난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리라.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무슨 비유로 그것을 나타낼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마르 4,30~31)
마르코 복음 3장 말미부터 이미 예수님의 인기가 기울고 있음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그분은 점차 시비를 당하고 배척을 받았으며, 심지어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에 의해 제거 대상 표적인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예수님의 공생활의 위기를 열두 제자는 함께 겪었다. 그들도 그 여정에 동참하면서 같이 괴로워하였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 그 길이 왜 그리도 험한지 사도들은 당혹감과 불편을 느끼고 있었다. 일이 왜 이처럼 비틀어지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그러는지 의아하게 여기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혼자서 자라나는 씨의 비유, 겨자씨의 비유를 통해 사도들에게 일종의 백지수표를 요구하신다. 곧 당신에게 절대 신뢰를 요구하신다. 모든 것이 아직 ‘씨앗’의 상태일 뿐이다. 이는 곧 “지금 우리는 빈털터리지 않느냐?”라는 뜻도 된다. 이 비유를 통해 말씀하시려는 요지는 자명하다.
“너희들이 나와 함께 씨를 뿌려야 해. 희생해야 돼. 열매를 보지 못할지도 몰라. 따 먹지 못할지도 몰라. 그러나 나와 함께 씨를 뿌리자. 보이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씨를 뿌리자.”
하지만 이 말씀으로 끝나지 않으신다. 이 말씀에 이어 예수님은 절망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모처럼 용기를 주시려고 당신의 권능을 보여주신다. 그래서 풍랑을 잠재우고 게라사 지방의 악령을 몰아내고, 하혈병 앓던 여인을 치유해 주고, 야이로의 딸을 살리는 것을 보여 주신다. 이 기적들을 통해 예수님은 “이런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 겁은 먹지 마라. 그러나 가야 할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고, 배척의 길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것이었다.
씨앗의 비유는 우리를 위한 초대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비유를 통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또한 성경을 읽는 우리에게 하신 말씀일 것이다. “백지수표”를 달라는 표현을 들어 예수님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한 차동엽 신부님의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주님을 따르는 것에는 조건을 달지 말고 무조건, 그 옛날 제자들이 그랬듯이 그물과 배를 버리고 따라야 하는 것이리라.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
이 책은 성경 속의 이야기들에 읽기 쉽게 해설이 가미되어서 이해가 쉬웠다. 평소 어렵다 생각한 성경도 즐겁게 읽게 되고, 주님께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