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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120일의 계약결혼 (총3권/완결)
재겸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남주 마커스 행어는 금사빠에, 거침없이 구애하다가도 상대가 마음을 내어주고 고백하면 금새 마음이 식어버리는 바람같은 남자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벨로나 공작 부인에게 반했지만, 유부남만 만난다는 벨로나 공작부인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게 돼요. 그렇게 퇴짜를 맞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여주 어려움에 처한 엘루이즈를 만나게 됩니다.
여주 엘루이즈 스타우드는 자작가의 둘째 딸이지만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홀로 스타우드 저택을 건사하는 아주 성실한 사람이에요. 죽은 언니의 딸인 조카를 자신의 딸처럼 키우며, 마네에서 제일 가는 가정교사로 이름을 날리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슬슬 조카 줄리엣의 혼처를 찾아주고자 떠난 곳에서 마커스를 만나게 돼요.
둘은 정말 우연히 길에서 만나고 마커스의 도움으로 거처를 제공받으며 함께 살게 되는데요. 문제는.. 벨로나 공작부인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하고 ‘유부남’ 조건을 달성하여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황당한 발상으로 마커스는 엘루이즈에게 계약결혼을 제시합니다. 기간은 고작 4달. 120일의 계약결혼은 그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문제는 엘루이즈가 굉장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넘어 귀엽고 러블리한 면모를 가졌다는 것이고, 황당한 계약결혼을 하게 만든 마커스 또한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에 있어요.
둘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매사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당차게 살아온 엘루이즈에게 마커스는 첫사랑이고, 심지어 마커스에게도 엘루이즈는 첫사랑이에요. 마커스는 수많은 여자들에게 반했고 매번 진심이었다고 하지만 엘루이즈를 만나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게 사랑이라면 과거의 감정들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꺠달을 정도로요.
서로에게 스며들고 왠지 모르게 시선이 가고, 상대의 귀여운 면모를 발견해 귀엽다고 생각하게 되고, 괜한 질투를 하게 되고.. 이런 미묘하고 간질거리는 감정들을 굉장히 잘 그려낸 작품이에요.
그리고 둘은 그렇게 사랑을 자각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사랑으로 가득차 벅찬 마음과 그 사랑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모두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들, 더 뻗어나가는 상상들.. ‘사랑’이라는 감정선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 작품이어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적으로 거대한 장치가 있지는 않아요.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잔잔한 이야기 속에 적절히 들어있는 유머코드들도 좋았고, 촘촘하고 섬세하게 깔아놓은 감정들이 펼쳐져서 간질간질 설레기도 하고 때론 함께 슬퍼도 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독특한 인물들이 많은데 그 인물들과 쌓아가는 관계성도 좋았고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정말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정말 가독성 좋게 쓰여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 읽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가독성이 워낙 좋아서 앞으로 작가님 다른 작품도 도전해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