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언어의 의사소통 기술 - 신약성경 본문 읽기에 현대 언어학 이론 적용
박윤만 지음 / 그리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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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만은 현대 언어학 이론인 인지언어학과 담화분석의 통찰을 신약성경 이해에 적용한다. 신약성경의 저자(화자)가 어떠한 인지 과정을 거쳐 신약성경을 저술(발화)했으며, 동시에 신약성경의 독자(청자)는 신약성경을 어떤 인지 과정을 거쳐 읽고(듣고) 이해(수납)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신약성경 이해에 관한 언어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인지언어학은 의미가 글()에 있지 않고,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의미가 생성되어, ()에 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글()에 담는 의미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의미가 담긴 글()을 읽고(듣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해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따라서 인지언어학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담긴 성경을 저술한 사람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의미가 형성되었는지, 성경을 읽는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의미를 이해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1<신약성경 헬라어의 배경>과 제2<복음서의 문서적 성격과 틀의미론>에서는 인지언어학적 통찰을 신약성경 이해에 접목하기에 앞서 신약성경이 기록된 언어의 특징과 기록된 방법의 특징을 먼저 살핀다. 신약성경 특별히 복음서는 오늘의 출판 문화에서의 책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복음서와 오늘날의 책은 기록되었다는 특징은 같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오늘날의 출판 문화에서 책은 새로운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1세기 사회에서 책(두루마리)은 의사소통을 위한 보조적 도구 즉, 기억에 의존하여 의사소통을 시도할 때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보조적 도구로서 새로운 지식이 아닌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담아두기 위한 목적으로 기록했다. 2장이 본서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다. 1세기에 기록된 신약성경 본문 읽기에 20세기의 언어학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3<문맥에 기초한 본문 읽기>, 4<현저성에 기초로 본문 읽기>, 5<응집성에 기초한 본문 읽기>, 6<추론에 기초한 본문 읽기>, 7<동사상과 빌레몬서 담화 처리>는 모두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에 인지언어학적 이해를 더하여 성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 실제를 보여준다.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에 인지언어학적 이해를 더한다는 말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를 조금 더 명료화시킨다. 문맥은 성경 해석에 있어서, 성경 해석을 넘어 모든 언어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인지언어학적 이해는 응집성(coherence)을 바탕으로 틀(frame)이라는 경계를 지어 줌으로 그 문맥의 범위를 명료화 시켜준다. 둘째,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의 오류를 줄여준다. 저자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독자의 이해는 바른 이해인가? 일부 사람들은 저자의 손을 떠난 이후 모든 것을 독자의 것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저자의 의도를 비중있게 생각했다. 특히 성경 이해에 있어서는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의 궁극적(최종적) 저자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현저성(prominence), 동사상(verbal aspect)을 바탕으로 저자의 의도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셋째, 기존의 해석학적 이해를 위해 누빈 영역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을 누벼야 그 진정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추론이란 저자(화자)의 사고 영역과 독자(청자)의 사고 영역이 비슷할수록 쉽게 이루어지지만, 시대적으로,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거리가 멀수록 그 영역이 급격히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해석했다라고 말하기 위해서 누벼야 할 영역이 훨씬 넓어진다.


3장부터 제7장까지의 내용은 성경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가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이기 때문에 에 대한 언어학적 차원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복음서의 특징인 구술성이 인지언어학적 이해의 근거가 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복음서는 구술성의 특징이 담겨 있다는 주장과 인지언어학적 이해가 성경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있으나, 구술성으로 인해 인지언어학적 이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복음서의 특징이 구술성이 아닌 텍스트성이라고 해도 인지언어학적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지언어학은 텍스트의 성격이 구술성을 갖고 있느냐, 텍스트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적용 가능 여부가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구술성을 가진 텍스트든, 텍스트성을 가진 텍스트든 어떤 이해가 그 텍스트에 담기게 되었는지와 청자든 독자든 그 텍스트를 어떤 과정을 거쳐 이해하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인지언어학은 저자(화자)에게 A라는 개념이 생성되었다면, 그 생성 과정(곧 이해 과정)을 설명하고, 독자(청자)A라는 개념을 어떤 과정을 거쳐 이해하게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텍스트로 기록되기 이전의 단계, 그리고 텍스트로 기록된 이후의 단계를 설명해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저자(화자)A라는 개념을 텍스트에 온전히 담아냈는가? 바로 이 질문은 내러티브 비평(Narrative Criticism)에서 다룬다. 저자(화자)는 내레이터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펼쳐낸다. 내레이터는 저자를 대신하여 내러티브의 모든 것을 주관하여 내레이티에게 저자가 의도한 것을 전달한다.


따라서 인지언어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저자(화자)가 어떤 인지 과정을 거쳐 이해가 형성되었는지를 밝히고, 내러티브 비평을 통해 저자(화자)의 이해가 텍스트에 온전히 담겼는자를 밝히고, 다시 인지언어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청자)가 텍스트를 어떤 인지 과정을 거쳐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인지언어학적 이해와 내러티브 비평의 조화를 통해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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