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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인 남자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줄리안 시먼스 지음, 정향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줄거리
위압적인 아내 클레어에게 억눌려 사는 소심한 대머리 남성 아서 브라 운존은 숨막히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붉은기 도는 갈색 머리와 턱수염을 가진 결혼보조 유한회사 사장 '이즌비 멜런'이라는 이름의 가짜 신분을 만들어 이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서가 클래너리 터브스의 볼품없는 발명품 '말끄미다끄미'에 투자해서 아내의 돈을 날리고, 이즌비의 결혼보조 유한회사를 찾아온 치명적인 여자 퍼트리샤 파커와 얽히는 등 몇 가지 실수로 두 개의 삶은 차츰 서로를 압박하고, 궁지에 몰린 아서는 마침내 한쪽을 완전히 지워버리기로 결심합니다
클레어와 이즌비가 불륜 사이였으며, 클레어가 자신과 함께 도망가지 않자 분노와 질투에 휩싸여 살해했다는 내용으로 연출한 계획은 치밀하고 실행은 거침없었지만, 그 계획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느낀점
한 인간의 자만과 파멸이 그대로 드러나는 소설인데, 배경이 생각보다 오래 된 과거인 줄 알았더니 실제로 오레 전 출간된 소설이었으며 작가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했다 합니다
범인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니고 처음부터 아서가 가지고 있는 계획이 잘 드러나 있었지만 계속 그가 어떤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과연 자신을 죽였다는데 매가리없는 아서와 허울뿐인 결정사를 운영하는 감자 스파이 이즌비 중 어떤 자신을 죽인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읽었습니다
아서가 퍼트리샤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 줄 알고 부인을 둘이나 두고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결국 한방 먹은거였다는 걸 알았을 땐.. 딱히 통쾌하지만은 않았음 어쨌든 주인공으로서 또 어떤 고난을 겪어서 독자를 지치게 하려는 거냐!
아서가 진지한 마음을 먹으면 상황이 우스꽝스러워지고, 완벽해지는 상황에서 하나씩 뭔가 사소한 우연으로 어긋날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 인간의 삶을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평범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압박과 억압이란 무엇인가? 아서가 직접 죽인 사람만 해도 클레어, 클래너리, 어쨌거나 아서 브라운존/이즌비 멜런 자신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이즌비로서의 삶에서 배우자인 조앤까지 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네요
압박을 쉽게 견디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아서가 잘못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버리긴 했지만, 이 나비효과가 사실 100% 아서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듦..
저 역시 가끔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인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오늘날처럼 모든 것이 디지털과 법의 관리 하에 놓여진 시대에,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든 국민에게 열세 자리 고유의 숫자를 부여하는 사회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겠죠
뭐니뭐니해도 일탈은 자신이 책임질 수 있고 위태로워지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최선이지 않나 싶습니다
인용구
아서가 은행 계좌를 찾고 있었던 것처럼 클레어는 사회적 부속품을 찾고 있었다.
아무도 독살범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수한 살인 수단 중에서, 독이야말로 일반적으로 가장 혐오스럽고 경멸스러운 수단이라 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도끼 살인범, 교살범, 총살범, 심지어는 희생자의 시신을 토막 내는 살인범에게도 동정을 보이지만, 독살범에게는 그러지 않는다.
요즘은 결례가 판을 친다. 그는 그것이 사람들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현대 생활이 워낙 다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조앤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의 심정과 세상사 사이에 일종의 섬유벽이라도 놓인 듯, 감정으로부터 절연된 것 같았다.
그는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주위의 어둠 속에 자유라는 불모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자유란 오직 제약과 관련해서만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생활 습관과 사고 습관은 신념과는 다르다." 그는 정확히 이런 말, 아니면 그 비슷한 말을 일기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