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우신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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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신영 작가의 <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대치동의 학구열을 간접체험해보고 싶은 사람 2. 생활 밀착형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 3.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4. 음식 이야기라면 한번 다시 읽어보는 사람 5. 막판에 터지는 사이다 대사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 6. 학교와 학원에 치여 사는 사람



줄거리


생일날에 시험을 망치고 편의점 컵라면과 음료로 저녁밥을 해결하는 대치동 키즈 고미정과 성탄절에 아빠가 도망가 과일 트럭이라는 달콤한 꿈을 먹고 사는 편의점 알바생 백영만은 각각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감정적으로 삭막한 가정과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감정적으로 풍족한 가정에서 자라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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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정의 생일에 백영만이 폐기 직전의 보름달 빵과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되고, 배고픈 백영만에게 스트레스와 강박으로 손톱을 뜯는 고미정이 김밥을 사 주면서 가까워진 두 동갑내기가 험난한 대치동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쌍방 삽질하는 이야기입니다


느낀점


대치동의 이미지 자체가 워낙 부와 명예와 재력과 학구열 이쪽이고, 이 소설 역시 그 이미지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정말 대치동 고등학생으로 살아본 것처럼 그들의 학원 뺑뺑이, 저녁 편의점 식문화 같은 것들이 상세하게 담겨있어서 잠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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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과는 비교되지 않는 학구열이었지만 제법 교육열이 있었던 동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학원가에서 분식집 컵볶이를 먹거나 미니 피자를 먹었던 기억도 나고, 그 시절 공부는 힘들었지만 고미정과 백영만처럼 (뒤늦게나마)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인 추억이 오히려 몽글몽글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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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은 어떻게 다들 고난 속에 살아가고 있냐.. 고미정 가족은 공부에 극성인 모친 윤지완 때문에 부친 고길상까지 밖으로 돌아다니고 고미정은 말라비틀어지고, 윤지완의 아버지 윤재경은 퇴직 후 집에서 짐덩어리가 된 모습까지 알고 싶지 않았던 미래까지 보게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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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정의 생일에 촛불을 불기 위해 케이크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데 윤지완이 '사랑하는' 은 입모양으로만 부르는 것도, 싸웠다고 애가 열이 38.9도를 찍는데 살펴보지도 않고 나가는 저게 엄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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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해도 안 되는 게 있고 무조건 자신을 투영해서는 안 되는 법인데, 의사 자격은 있을지 몰라도 엄마 자격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함 제가 공부를 그만큼 못한 거 아니냐는 말에는 할 말 없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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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중고 입시생활 12년 동안 별의별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고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는 사람인지라 읽는 내내 윤지완이 끔찍하게 싫었거든요 딱히 윤지완의 서사도 집중해주지 않아서 좋음 고미정, 백영만, 박수복, 노서영 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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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얼굴뿐인 백영만과 박수복 모자는 고미정 가족과 반대로 화목하지만 가난한 가족의 끝판왕을 보여주며 대치동의 또 다른 현실을 맛보게 해주었고, '올리브유보다 매끄러운 화술에 K-성형 기술로 다듬어진 미모를 자랑하는 다른 강사들'과 달리 문학이 그저 수능에 나오기 때문에 유용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논술강사 노서영마저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할 수 없는 누구하나 행복한 사람 없었지만 부디 행복을 찾길 바라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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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기준이 항상 높은 1등급의 성적표인 건 아닌데, 저도 만약에 언젠가 부모가 된다면 저렇게 내 아이들을 성적으로 옥죄게 되지는 않을지 두려워지고.. 방임과 집착 그 사이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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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생각나는 ㅋㅋ 백제호텔 뷔페 '시티뷰'에서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필 윤지완을 마주쳤지만 폭언에 기죽지 않고 말로 갚아주는 게 통쾌했음 반란은 그게 끝이었..나 싶지만 19살이 처음으로 하는 반란이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도 내심 소중히 여겼던 말티푸 모찌를 물건으로만 생각한 업자에게 말하는 걸 보면 나름의 각성을 거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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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친구들과의 풋풋한 추억 때문에는 돌아가고 싶지만 공부를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학창시절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고, 먹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괜히 편의점 컵라면이나 맥도날드 햄버거 이런 거 한번 먹으러 나가고 싶어지면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다시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용구


이 동네 아이들에게는 반항이 추구미가 아니다. 촌스럽게 사춘기라고 말대꾸하지도 않는다. 올리브영 색조 화장품 코너에서 서성대지도 않는다. 그런 것도 열기가 있어야 하는 법. 다섯 살부터 하얗게 불태운 아이들은 재가 되어 있었다. 호르몬 파티나 사춘기 놀이를 할 여유도, 의욕도 없었다. 그런 건 달리기 속도만 낮출 뿐이니까. 부모가 컬링을 하듯 매끄럽게 닦아 놓은 트랙 위에서 어차피 도달할 결승점은 정해져 있었고, 중간에 기권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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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애들은 틀에서 찍어 낸 붕어빵처럼 비슷비슷해서 쉽지 않았다. 줄이지 않은 교복 차림, 화장기 없는 적당히 단정하고 적당히 모범적인 인상. 하지만 다른 동네 아이들에게는 없는 미묘한 부티가 났다. 은근히 좋은 시계, 교정을 마친 치아, 비속어 없는 말투. 하긴 사장님께 듣기로는 성장호르몬, 드림렌즈, 치아 교정이 이 동네 아이들의 기본 코스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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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가 한국에서 천천히 망하고 싶으면 자식한테 예체능 시키면 돼. 우리 집처럼."

"누나, 한국에서 빠르게 망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주식? 코인? 사기?"

"자영업. 그게 더 직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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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당과 탄수에서 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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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문학소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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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은 자기 주변의 남자아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생일 선물로 문구 세트 대신 할아버지 빌딩을 증여받는 아이들. 돌잔치 날 유아용 수트를 입고 청진기와 판사봉을 움켜쥐는 아이들. 물리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도 첼로 레슨을 받는 아이들. 사춘기 따위 생략하고 제 아버지의 미니어처가 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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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교육의 목적이 그런 거 아냐? 현실의 쓴맛을 찍먹해 보고, 세상사의 험난함을 예행연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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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완 교수가 도착한 데가 어딘데? 무시하는 남편과 공동 명의인 건물? 눈에 안 차는 딸이 뭉개고 있는 집? 아픈 사람들만 북적대는 병원? 그것도 아님 약통으로 가득 찬 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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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만 한 가방을 멘 어린아이들이 한 손에는 영단어장을, 한 손에는 마실 것을 든 채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기우유,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하나같이 달콤한 빛깔의 우유들. 학원 뺑뺑이의 쓴맛을 단맛으로 덮어 보려는 발버둥일까. 미정은 그 아이들의 얼굴에서 공차를 마시던 제 모습을 발견했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자 우주 최고 천재라 믿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자신의 등급을 너무 정확히 통보받는 아이들. 겨우 10대에 공부 인생이 망했다고 고지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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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를 모유처럼 먹고 큰 아이들은 빈곤을 조롱하고 혐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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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한 건 신용 카드가 아니라 축하 카드였다고요! 아줌만 그냥 날 억지로 키우는 거 같았어요. 주문해서 받은 옷이 맘에 안 드는데 시간 아까워서 반품도 못 하고, 그래서 그냥 옷장 구석에 처박아 놓고 입지도 않는 옷처럼 날 대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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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신선한 음식을 먹을 일이 있을까? 취직하면 모니터 앞에서 샌드위치 먹고, 결혼하면 새벽 배송된 밀키트 먹고, 나이 들면 실버타운에서 제공되는 도시락 먹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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