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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기쁨에 대하여
한은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은형 작가의 에세이 <먹는 기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드립니다
1. 먹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
2. 먹을 것 이야기라면 환장하는 분
3. 떨어진 입맛을 다시 돌이키고 싶은 분
4. 한은형 작가를 좋아하는 분
5. 자극적인 사회에 지쳐 잔잔한 책이 필요한 분
줄거리
딱히 줄거리랄 건 없지만.. 먹을 것에 대해 지식도 해박하고 경험도 풍부한 한은형 작가가 음식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는 에세이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제철음식 이야기 Season, 작가의 추억이 녹아 영혼을 가득 채워주는 소울푸드 이야기 Soul, 천천히 완성되며 느리게 사는 감각을 되새기는 슬로푸드 이야기 Slow, 음식이 만들어주는 상상력을 따라 다양한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 Story 네 파트로 나뉩니다
느낀점
자극적인 스토리에 익숙해서 처음에는 잔잔하다.. 생각했었는데, 정말 파트별로 다른 음식의 이야기도 이렇게나 많은 데다가 각 파트가 함유하고 있는 분위기(?)를 읽으면서 그대로 제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Season에서는 지금 당장, 올 봄에, 다가오는 여름에만 먹을 수 있거나 특별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생각나는 동시에 저번 겨울에 많이 먹지 않았던 겨울간식 찐빵이나 붕어빵이 그리워져서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잘 버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Soul에서는 계란밥, 냉면같이 쉽게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맛은 끝내주는 음식들이 나오는데 제일 배고팠던 것 같음.. 좋아하는 음식들도 많이 나왔어요 뭇국에 소금빵에 카레에 제일 가짜 배고픔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Slow는 파트명도 그렇고 나오는 음식들도 그렇고 바쁘다바빠현대사회에서 조금 숨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주는 내용이었고 배치도 한참 Season과 Soul을 읽다가 중간에 들어있으니 책 내용도 돌아볼 법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고요
Story에서는 해외에서 무덤을 걸은 후 배고파 의도한 것과 다른 걸 먹거나 공항 입국 시 적발될까봐 불안해하거나 하는 스토리로 여행 또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예술매체와 음식을 연관지으며 잘 모르던 세계를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파트별 최애 에피소드는 여러 지역명을 알게 해 준 <개불 여행과 나른한 수박> 음식 업계 상품 기획 PM의 삶이 궁금해진 <감자칩 연구원이라면> 음식이 우연히 인연을 만들어 준 <스타벅스 샐러드 토크> 따뜻한 초코라떼 말고 '코코아'를 마시고 싶게 한 <코코아를 기리는 노래> 그리고 음식이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에 공감케 한 <참새의 혀> 정도?
아무래도 읽으면서 작가와 제 자신의 입맛을 비교하게 됐는데, 저는 백도보다 황도를, 딱복보다 물복을 좋아하는 데다가 라면을 잘 먹기 때문에 입맛 차이가 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오히려 작가의 어머니께서 신맛을 싫어하시고 망고, 복숭아, 멜론 좋아하시는 게 너무 저였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제가 신맛을 싫어하긴 하나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들깨 토핑이 싫어서 내적 친밀감 +1
저라면 떡볶이, 미디예 돌마(+양고기 케밥), 냉면, 깻잎 통조림, 대학교 앞 할머니보쌈에 대해 쓸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하거나 추억이 감긴 음식들.. 그것들이 날 구원해 주었기 때문에 작가가 ‘Surprise’로 5S를 만들었다면 저는 S.O.S로 5S를 만들 듯 저건 구원해달라는 뜻이지만 아무튼 그런 결로 치삼!
읽으면서 여러 음식이 먹고 싶어졌는데, 특히 감자칩과 복숭아 그리고 김밥... 작가가 맛있어하고 좋아하는 음식이 아무래도 더 묘사도 맛깔나기 때문에 저도 읽으면서 동화되나 봅니다
책 내용과는 연관없지만 지금까지 해본 서평단 중 가장 굿즈가 혜자였던 책으로 남을듯
인용구
내 기준에 맛있는 라면은 일단 면발이 꼬들꼬들해야 한다. 그렇다고 설익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라면에 첨가하는 것들은 각각의 라면에 어울리는 걸로 넣어야 한다. 너구리에는 다시마와 미역을, 안성탕면에는 건표고 슬라이스와 홍고추를, 열라면에는 순두부를, 맛있는라면에는 청경채를 넣는 식이다.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지만 나는 라면을 이렇게 끓인다. 그렇기에 라면을 묶음으로 사지 않는다. 세 종류의 라면을 하나씩 사둔다. 내가 생각하기에 절대 라면에 넣지 말아야 하는 것은 양파다. 맛이 들큼해진다. 달걀을 넣는 방식도 달리해야 한다. 안성탕면에는 계란을 풀어서 원을 그리며 뿌려주고, 열라면에는 달걀 하나를 온전히 깨 넣어 소프트 에그로 익히고, 신라면이나 너구리에는 달걀을 넣지 않는다.
그녀가 '진하게'라면 나는 '은근히'를 추구하는 사람이므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은 상당히 다른 편.
피와 뼈만이 아니라 내가 만났던 사람과 내가 본 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짐은 언제나 연약하다는 게 탈이다. 눈길은 더러워지게 마련이고, 세상에는 곱게 취하는 법 같은 건 없다. 나만 그러는지?
나는 동화책이나 어린이를 위한 소설보다 이런 잡지와 신문, 그리고 어른들이 읽는다는 소설을 훨씬 좋아했다. 사무치도록 좋아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를 홀리게 하는 그런 것들을 읽느라 밥 같은 건 안 먹어도 되었으니까.
'나태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게으름을 피우다'라는 말에 질책이나 한심한 시선이 들어 있다면, '나태하다'라는 말 안에는 자유의지 같은 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혼나지 않아도 되는 느낌을 넘어선 느낌. 굳이 서두르려 하지 않는 느슨함과 또 굳이 해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공존한달까.
나는 지지 않아서, 손해 보지 않아서 잃었던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기꺼이 내게 져준, 그래서 아직까지 내 마음에 들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어 던지게 한 이솝 우화에 나오는 그 햇님 같은 분들을.
나는 상상을 좋아하고. 나를 상상으로 이끄는 것들을 좋아한다. 음식들은 나를 자주 상상하게 만들고, 상상은 나를 알 수 없는 저 세계로까지 데리고 간다. 그러니까 내게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음식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생각하다 보면 또 자연히 상상에 이르고. 이런 식이다. 아이슬란드에는 검은 갈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검은 갈치가 누비는 아이슬란드 심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이란의 쿰에서 난다는 '쿰 소한'이라는 과자를 상상하면 쿰의 양탄자와 향신료와 견과류와 꿀과 그것들이 뒤섞인 냄새가 밀려오는 것이다. 알던 음식도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알았다. 통영에서 고깃집과 치킨집이 번성하는 이유를 말이다. 해산물이 질리도록 풍족해서 그런 것이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 해산물이 비해산물을 구축하는 것이다…
저렇게나 비현실적이고 귀여운 인간이 있다니! 그가 꾸는 꿈은 비현실적인 가운데 또 구체적이어서 현실적인 인간인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리에게도 아이였던 때가 있었다. 미래라든가 과거 따위는 무시하고 순간의 느낌에만 충실하던. 그 저돌적인 순간들. 코코아를 마시면 '작은 나'를 만나는 느낌을 받는다. 잃어버렸던 대담함과 모험심과의 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