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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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 17번째 서평단 도서는 전혜진 작가의 <김밥천국 가는 날>

이런 사람들은 읽어보세요


1. 분식이 소울푸드인 사람 2. 먹을것 소재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3. 인천과 연이 깊은 사람 4. 다양한 주제의 단편소설집을 선호하는 사람 5. 일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 6. 여성으로서 집과 직장에서 대우받지 못한다 느끼는 사람




줄거리


치즈떡볶이

지금까지 만난 시간을 전부 다 합쳐도 24시간이 안 될 것 시니어 회원의 본인상 후 40대 후반이라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학습지 교사 유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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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감다뒤' 과장의 피드백 때문에 매일같이 항의 전화와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문득 젊은시절의 꿈이었던 영상 찍기를 다시 시작해보려는 지방직 공무원 최은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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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라이스

결혼 후 산후우울증을 앓는 동안에도 남편 김상철과 시동생 상훈의 밥상을 차리다 막내고모의 조언으로 혼자 간 김밥천국에서 식사를 하게 된 후 그곳에서 숨통을 터왔던 신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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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만두

말기암 앞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가족에게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아픔을 돌아보는 은심의 회원이자 상철의 세무사 친구 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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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국수

베트남에선 엘리트였지만 한국에서는 조롱과 차별로 속상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사람들에 대한 희망과 미래에 대한 낙관을 놓지 않는 결혼이주여성 응우옌 티 리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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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애매한 경력과 취업난으로 꿈을 포기한 뒤 그나마 현실과 타협해서 비정규직 공무원이 되었다가 우울증 약을 먹는 수준에 이른 후 다시 꿈을 향해 다가가는 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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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덮밥

의경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무섭기로 악명 높았지만 혹시나 말단 병사가 밥을 굶을까 조용히 카드를 쥐여주던 상사를 우연히 만나 그를 향한 고마움을 새삼 깨닫는 교통사고 현장 출동기사 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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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자신을 성폭행했던 황상식 팀장 때문에 우울증과 자해를 시작하다가 암으로 인한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장례식장에 들어가기 전 후련한 웃음과 그때 흘리지 못한 눈물을 미리 흘리기 위해 식사하는 신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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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

수시로 늦춰지는 퇴근 탓에 어린이집에 전화해 연신 죄송하다고 사정하는 일상 속, 퇴근 후 아이 민서와 콩국수를 먹으면서도 사랑을 느끼는 돌싱 워킹맘 송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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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

출생율이 떨어진 세상에서 임신이라는 '애국'을 했지만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육아휴직은커녕 직장에서는 그저 “반쪽짜리 일꾼”, “짐짝” 취급을 받는 삶에 지쳐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남유현




느낀점


<김밥천국 가는 날>은 전혜진 작가가 든든한 김밥천국 분식으로 각자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지친 인천 시민들의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열 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집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2017년 3월 아이디어를 얻고 쓰기 시작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2025년 4월 책으로 엮어냈으니 8년이 걸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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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번쯤은 김밥천국에서 이런저런 메뉴를 먹어본 기억이 있지 않을까요? 제 경우는 어린시절 친구와 놀다가 떡볶이를 먹기 위해 김밥천국에 들어가기도 했고, 학창시절에는 시험이 끝나면 라면을 먹자고 김밥천국 문을 밀고 들어갔고, 다니던 대학가와 걸어서 10분 정도에 먹을 건 딱히 없는 동네에서 살았던 대학시절 그 동네에서 가끔 식사를 위해 들렀던 게 김밥천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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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국적 맛집 체인점인 김밥천국이 '젊음이 주는 불온함과 흥분이 배어나오는' 도시, 항만과 공항이 위치한 이민자와 이주자의 도시, 개항의 역사가 가득한 도시, 우리나라 제3의 도시 인천에서 시작됐다니! 역시 책을 읽으면 이렇게 재미있는 토막상식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내 말투 왜 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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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을 집필한 전혜진 작가의 소개를 보니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로 소개되어서 분명 따뜻한 이야기랬는데 함정인가? 혼자 상상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는데, 역시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대단한 미슐랭도 아니고 파인다이닝도 오마카세도 아닌 흔한 김밥천국 음식들이 인천 소시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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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을 소재로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까? 싶었는데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내적 갈등, 가사노동과 임금노동이 양립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여성의 비애, 퀴어로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고독함,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과 배려,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 등등 김밥천국 메뉴판처럼 주제가 다채롭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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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 작가가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해보셨거나 공무원 지인이 있으신 건지 <치즈떡볶이> 은심, <김치만두> 진수, <오징어덮밥> 성우 외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공무원이거나 그와 연관된 직업이었는데 한정된 배경 안에서도 다양한 고충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스토리 구성력도 존경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살이 다 비슷하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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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라면 다 그런 법이지만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선한 본성을 갖춘 데다가 현재의 내 상황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치는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부조리한 일을 겪어도 어디 가서 싸우거나 크게 말하지 못하고 앓아가는 걸 보고 역시 정신과를 가야 될 놈들은 안 가고 그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만 가는구나 갑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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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김치만두>의 진수는 그리움과 서러움을 한켠에 두고 세상과 작별해야 했고 <육개장>의 수연은 아무에게도 상사로부터 입은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주춤하다가도 희망과 낙관으로 인생의 고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다른 인물들을 보니 진수의 마지막 순간에도 미련이 없었고 수연도 언젠가는 암울한 기억을 떨쳐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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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징어덮밥> 부분 읽을 때 당연히 서장을 또 남자로 생각했는데 서장실에서 손녀를 안고 달래주면서 성우와 하는 대화에서 여자임을 깨닫고.. 왜 2n년을 살아도 이런 편견은 고쳐지지 않고 N년을 책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하는데 전혀 발전이 없죠? 내 블친들도 질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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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설들은 <오므라이스> <콩국수> 였는데요, 아무래도 결혼 적령기 여성으로서 결혼임신출산육아 후 제게 닥쳐올 수 있는 갈등이라거나 불안함(임신이나 가사노동에서 여성의 노력을 은연중에 당연하다 생각하고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직격으로 던지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쫄면>도 임신 후 입덧으로 고생하며 자신의 돌아올 자리가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유현의 현재가 위태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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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밥천국에 갈 때 주로 라면을 먹는데요, 사유는 그냥 라면에 미친 라친놈이어서입니다... 뭐 위로랄 게 별거 있나요 그저 <오므라이스>의 영주처럼 나를 위해 누군가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지치게 하는 상황 대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숨을 돌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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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을 좋아하는, 특히 인천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김밥천국 가는 날>을 읽으며 입맛을 다시고 집 근처 김밥천국에서 좋아하는 음식으로 간편하고도 따뜻한 한 끼를 먹으면 좋을 듯 합니다




인용구


세상에는 그저 희미한 배경처럼 취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경비원이나 택배 기사, 냉장고가 달린 카트를 타고 도로를 누비는 야쿠르트 배달원 같은 우체국의 집배원이나 가스 검침원, 늘 다니는 집 앞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학생도 그렇다. 사람 많고 바쁜 도시에서, 그들은 개개인이 아니라 입고 있는 작업복이나 제복, 들고 있는 수첩이나 업무용 파일에 새겨진 커다란 로고 따위로 기억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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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떡볶이를 먹다가… 떡 말고, 대파의 흰 부분 있잖아요? 양념으로 범벅이 된 그 대파의 흰 줄기를 씹은 것 같은 표정을 딱 지어요. 그러니까 너는 배경인데 왜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느냐, 그런 표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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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별하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유행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떡볶이 하나를 먹어도 평범한 것은 안 된다는 듯이 너도나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카레를 넣고, 누군가는 마라를 넣었다. 불닭볶음면처럼 맵고 화끈해 속이 쓰릴 정도로 강렬한 떡볶이가 나왔다. 떡 모양도 가느다란 가래떡을 손가락 길이로 썰거나, 굵은 가래떡을 납작하게 썰어 놓은 것뿐 아니라 새로운 모양이 나왔고, 어묵과 라면이나 쫄면 정도가 아니라 떡볶이에 별별 옵션을 다 추가하여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떡볶이 전문점이 생기고 온갖 떡볶이들이 다 나오면서, 정작 옛날에 먹던 형태의 떡볶이는 점점 밀려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오래된 전통시장 분식집이나, 김밥천국을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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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40대 후반이면 무엇을 시작하기에도 그렇게 늦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평범한 떡볶이에 치즈 한 장을 더하듯이. 무언가가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당장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쌓아가다 보면 쌓아 올린 작은 것들이 파가 되고 치즈가 되어 자신의 인생에 조금은 더 깊은 맛을 더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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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 친구가 사 준 거예요. 제가 완전 좋아하는 머그컵인데. (…) 여기 있으면 자꾸 죽고 싶은 거예요. 근데 제일 좋아하는 머그컵이 유품이 되면 이걸 사 준 제 친구는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그냥 안 죽고 다른 일 할 거예요,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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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라는 건 원래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아니라서 기적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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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사소한 음식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역사들이 담겨 있지. 일제강점기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한국인들 상당수가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느꼈던 시대의 풍성한 김밥들과, IMF 시대, 그리고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과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 외지인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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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중을 해방해야 한다고 잘만 떠들어대던 놈들도 끼니때 되면 여자가 해주는 밥 앉아서 받아먹겠다고 아우성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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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채소를 데치고 익혀서 간장과 참기름, 깨로 양념한 나물 반찬의 중심은 당연히 채소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중심을 참기름과 깨로 생각한다.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는 고수가 익숙하니까 잔뜩 넣어 먹지만, 한국의 중년층들은 그 향긋한 냄새를 샴푸에서 먼저 맡아버렸으니까 샴푸 맛이 난다고 트집을 잡는 것이다. 마치 민트초콜릿을 치약 맛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처럼. 그렇긴 해도, 비빔국수에 땅콩 분태를 넣고, 돌솥비빔밥에 모차렐라치즈를 집어넣듯이, 자기 나라 음식에도 맛있어 보이면 이것저것 집어넣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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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랬어."

"그건 감기처럼 흔한 병이라는 뜻이지, 감기만큼 쉬운 병이라는 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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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이뤄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여자나 어린아이는 자기보다 아랫사람 취급을 하고, 자기보다 피부색이 어둡거나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하면 얕잡아 보고, 지방 출신이라고 하면 조롱하고, 국가유공자나 공무원이라고 하면 세금을 축내는 밥버러지라고 욕하면서 자존감을 채우는 부류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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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게 죽어주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데는 그만큼의 용기가 더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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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입은 은혜는 계속 생각하고, 자기가 남한테 뭘 해줬다 싶은 건 빨리 잊어버리는 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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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 명 있으면 당연히 그 애한테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양쪽 집안에 할머니 할아버지 풀세트로 갖춰져 있는 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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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희우는 젊은 남자들이 행복한 결혼이나 정다운 가정을 생각하면서도,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아이를 낳을 여자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 없이 지내는 게 눈에 걸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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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띠, 용띠, 말띠 해에 태어난 여자들은 드세다며 태어나기도 전에 낙태를 해놓고는, 그해에 태어난 남자아이들이 학교에 갔더니 여자 짝꿍이 모자라서 울고 있다며 불쌍하다고 했다. 여자애들이 죽도록 공부해서 대학 캠퍼스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게 되자, 공부로 여자에게 밀려서 좋은 대학에 못 가는 남자애들을 불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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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밖에서는 민주주의와 노동 해방을 외치던 남성 지식인들도 집에 가면 아내에게 밥을 시켰듯이,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들이 업데이트가 되는 시대가 되어도, 남자들의 관념까지 하루아침에 새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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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기 몫으로 할당받았다고 생각한 것이 제 의지를 갖고 자신을 거부하는 게 억울해서 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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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답시고 결혼을 하면서 자기 성 물려 받은 자식도 낳고 돈까지 벌어와서 자기를 먹여 살려줄 성능 좋은 가전제품을 기대했던 주제에, 저 새끼는 뚫린 입이라고 말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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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남자들이 임신한 여자는 무슨 사회적 특권층이라도 되는 양, 자신의 권리를 빼앗아가고, 지하철 의자의 빈자리를 빼앗아가고, 회사에 와서도 자기 일을 다 남들에게 떠넘긴다는 식의 망상들을 게시판에 올리는 바로 그 순간에도, 임신한 여자는 시시각각 불어나는 아기와 양수의 무게를 감당하며 회사 일이든 집안일이든,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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