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이름을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여기에 적을 내용들이 편안한 느낌이 아니라 좀 치열한 느낌이라 조만간 적절한 이름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당..

둘째 육아를 하면서 나의 자아찾기가 정말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인것 같아.  어쩌면 애 하나 키울 때는 나의 넘치는 에너지 덕분에 나의 밑바닥까지 가보지 않았던 것 같아. 둘을 낳고 키우니 다른 사람들이 정~말 힘들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 

 언니도 둘째를 낳을 생각하니 긴장되지? ㅋㅋ 각오해야 될꺼야.. 정말 힘들어. 

  요즘은 언니, 나의 실체를 발견한 느낌이야.. 비폭력 대화 책에 <가면>이라는 시 있었던거 기억나? 나는 그저 우아하게 가면을 들고 있는 손일 뿐이라고, 가면 속에는 얼굴이 없었다고... 책 읽으면서도 정말 가면속의 나를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가면 속의 내가 어떤지 발견하고 있어. 그 끔찍한(?) 실체를 말이야.. 

  언니. 나는 화가 많이 나... 내가 생각해도 다른 사람보다 더 격하게 화가 나는 것 같아. 나는 그게 다른 사람보다 정의감이 많은 줄 알았고, 사회참여도가 높은 줄 알았고, 호남 출신의 피(?) 때문인가도 생각해봤고..아빠에게 폭력을 당했기 때문인가도 생각했는데.. 

  이 모든 가면들을 하나씩 벗겨나갔어..(그 고통스러운 시간동안 전화받아줘서 고마워^^;) 아빠를 연민하고, 내가 사는 지역을 이해하고, 이 사회를 개혁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남편 및 시댁으로 이어지는 보수적인 것들의 바탕에 그들의 나약함이 있는 것을 알고 났더니... 가면속의 내가 보이는데.. 

  가면속에는... 다른 사람 눈치보며 내가 누군가에게서 단절될까봐... 두려워 떨고있는... 내가 있었어.  

  가면속의 내가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앞으로도 더 찾아야 되겠지만.. 나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니 나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T.T   좀 더 당당하고 자신있고 활기차고 에너제틱한 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런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에너제틱한 주미로 보이게 하는 적절한 가면을 만들고 쓰고있었나봐..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할때는 늘 나의 솔직한 감정과 느낌과 생각을 숨기고 억누르며 관계를 하다가 문득문득 그 답답함이 사회에 대한 정의감입네...하면서 불을 뿜으며 '화'로 올라오고..아이에 대한 사랑입네...하면서 영재를 때리기도 했고.. 집 앞 마트 아저씨(체리를 비싸게 팔아서)와 싸우기도 하고... 동네 언니에게 괜히 시비(왜 억지로 뭔가를 하냐고)걸어 싸우고... <우리친정에서는 날.. 싸움닭이라고 표현함....^^;> 

  언니 난 두려워. 내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면 내 옆에 아무도 없을까봐. 내 단순함과 무식함을 사람들이 알고 나면 별거 아니네 하면서 돌아서 버릴까봐. 늘 답답함과 분노를 가지고 살던 내가 그런 느낌들을 표현하면 다들 나를 무서워할까봐... 

 그래서 외로워... 그런 나를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을꺼라고 생각하니.. 아무도 그런 나를 안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T.T   어쩌면 언니와 이화언니에게 비폭력대화를 하자고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비폭력대화 해보자고 하는건.. 내가 외롭기 때문이었나봐.. 나를 받아달라고..

  언니. 그 외로움의 한 가운데.. 정중심에 누가있는지 알아? 

  그건 바로 엄마였어. 

  그런데.. 더 마음이 슬픈건.. 아빠에게는 무시도 하고 비난도 하고 아빠 마음을 아프게 찌르며 내 고통을 알아달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엄마는 못하겠어..  내가 그렇게 했을 때 엄마가 얼마나 아플 지를 상상하니까.. 정말 못하겠어.. 지금까지도 엄마는 늘 힘들었는데.. 나에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마음에 대못을 박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나도 여기서 머뭇거리고 있어.. 

  그냥 나 혼자 위로하고 치유해볼까? 그런 고민도 하는데.. 어쩌면 어두운 곳에서 차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이 밝은 가로등 밑에서 여기가 밝다고 여기서 찾겠다고 우기고 있던 이야기도 생각나고.. 

  언니가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말 많이 하잖아.. 그 말 뒤에.. 언니의 아픈 마음이 많이 보여.. 

  언니.. 나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영재와 승연이는 외롭지 않게 하고 싶어.. 

  그러고 보니 승연이의 분리불안이 반가워지네.. 내일은 더 많이 안아줘야겠다.. 영재오빠에게 장난감을 뺏겨도 별 표정없이 무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것도 생각나고.

  장사를 하던 우리집은 너무 바빠서 나에게 먹을걸 줄 시간도 없었데.. 바쁜시간이 다 지나고 젖을 주려고 방에 들어가면 나는 발 뒤꿈치가 다 까지도록 동동대다가.. 목이 다 쉬도록 울고.. 지쳐서 잠들었다나.. 

  유아기에 그렇게 방치되면 심리적으로 타격이 있나? 궁금하다.. 알려주라..^^ 

  언니. 두서없이 쓴 글 같지만 심혈을 기울여 썼어. 나에게는 최선이야. 잘 읽어줘. ㅋㅋㅋㅋㅋ 

  리뷰도 꼭 달아줘. 알았찌? 솔직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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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4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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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4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4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