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새 - 상 - 나무를 죽이는 화랑 Nobless Club 8
김근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흐미~ 리뷰를 안 한지 한 달이 훌쩍 넘었네요. 그동안에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건 시험 때문이었죠. 지금은 다 끝나고 쪼오금 여유가 생겨서 시간 내키고 삘 생기는 대로 부리나케 이 두 권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한국형 판타지를 표방하는 작품인 <피리새>. 작가님은 <바람의 마도사>라는 작품으로 굉장히 유명하시다고는 하지만 정작 이 작가님을 알게 된건 다음 문학속세상에 연재되었던 산군실록 시리즈를 통해서였습니다. 쪼오금 보고 문체가 상당히 괜찮아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이 소설을 알게 되고, 대강의 시놉시스를 읽어본 다음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그게 9월 초인가 그랬는데, 오늘 아침에야 겨우 다 읽었네요. 어허허.. 

 

 이 이야기는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로 해서 작가님께서 재구성하신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리데기 설화가 뭐였나 읽을 당시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던 상태라서 그저 한국형 판타지 소설에 대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분량이 상하권 총합 950페이지 정도 되었던지라 부담이 없잖게 있었는데, 이게 예상 외로 읽는 동안에는 수루룩~ 하면서 잘 넘겨지더라구요. 약간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배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장에서부터 몰입도는 상당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여준 일등공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등장인물들마다 말투에서나 행동에서나 묻어나오는 뉘앙스가 천차만별이었고, 그들이 그려내는 모험담과 갈등을 통해 감정 이입이 뚜렷하게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지만 무당이 되기 위한 모험을 하면서 점차 변화해가는 주인공 피리새. 무뚝뚝하지만 자신의 사명을 꿋꿋이 수행하는 피리새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바오 가람. 당돌하면서도 귀엽지만 깊은 생각을 가지고 언니인 달이장과 대립하는 미루 공주 등등등등등.. 여기에 다 일일이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느낌이 서로 다르면서도 상당히 뚜렷합니다. 그 덕에 각각의 등장인물들에게 자연스럽게 동화가 돼서 어느새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구요. 그마저도 시험을 앞두고 바쁘기 그지없는 시간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요. (ㅠㅁㅠ;;

 

 이야기의 구조는 생각보단 평이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피리새가 주어진 운명에 따라 서역으로 가서 무당이 되기 위해 다른 인물들과 함께 외부적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나중에는 많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된다. 최대한 간추리면 이 정도로 줄일 수 있는 내용이랄까요. 이제 거기에 위에서 소개한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입을 통해 이런저런 사건들을 발생시킴으로써 갈등과 의문점을 만들어내다가 마침내 끝에 다다라서는 그 모든 것들이 시원하게 해소되는, 어찌보면 상당히 전형적인 이야기의 진행 구조입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었던 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아무튼 이제 결론을 내본다면, 굳이 바리데기 신화를 모른다거나 한국의 문화가 녹아들어있는 세계관이라거나 해서 꺼려진다고 해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간중간 배경 설명을 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벼운 느낌의 문체라서 읽는 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이 다른 소설에 비해 대화의 비중이 큰 편이라서 머릿 속에서 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보면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는 이게 실제로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그 방대한 분량의 대화를 영상화시키지 않는 이상 망할 것이 분명할지어니.. 

 

블로그 원문: http://emco.tistory.com/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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