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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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한 리뷰들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제의 무거움과 심각성 때문에 읽기를 주저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들과는 반대로 이 책을 읽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동성폭행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이 남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아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매주 목요일마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인턴학생으로 근무하기 위해 나간다. 운 좋게도 이 책을 출간 직전에 SNS에 올릴 감동문구들을 발췌하기 위해 먼저 볼 수 있었는데, 그때 나는 그저 그럴싸한 문구를 빠르게 찾아 정리할 생각 외엔 없었으므로 책의 내용이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보나마나 뻔한 감동스토리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말이다. 시작은 이렇듯 참 가벼웠다. 그 심각성도 모르고.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글을 쓴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매일같이 성범죄 뉴스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한번은 인터넷 기사를 뒤져서 과연 우리나라 에서 성범죄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조사해봤어요. 제가 직접 조사를 해보니 하루에 한 번 꼴로 성범죄가 일어나더라고요. 더 심각한 건 3일에 한 번은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여자 3명 중 1명은 20살이 되기 전에 성범죄를 당한다는 얘기잖아요. 이렇게 심각한 일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심히 넘기지만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관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썼어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여자 3명 중 1명은 20살이 되기 전에 성범죄를 당한다는 사실은 내 주변을 둘러봤을 때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중, 여고(및 심지어는 초등학교 까지) 앞의 수많은 관음증 환자들의 얘기를 자라오면서 수없이 들어왔다. 실제로 눈앞에서 변태를 만난 적도 있었고, 어렸을 적엔 그냥 미친 아저씨들 때문에 그날 하루 재수가 없었다 하고 지나갔었는데 왜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겼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았다. 하지만 그때 당시 주위 어른들에게 말했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남성들의 성범죄에 관해 무척이나 관대하니까 말이다.

 


<실제 조두순 사건 피해 아동이 그린 그림> 

 

P.81 : 지윤이는 자신의 배꼽에 달린 주머니를 경멸했다. 감정이 사라진 모습은 마네킹과 비슷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했고, 지난 일의 기억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일지언데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쉬지 않고 분출했다.

정신분열의 기미까지 더해졌다. 지윤이는 아무도 없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가장 갈망하는 누군가를 보호적 차원으로 만들어내며 생기는 심각한 상태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대상 이외에는 누구의 접근도 꺼렸다. 지윤이는 여성마저도 경계의 대상으로 삼았다. 

 

사회에 만연한 남성 중심적인 성인식에 대한 사회 전체의 성찰 없이는 결코 반복되는 성폭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동성폭행문제는 과거에도 존재했었지만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못한 채 쉬쉬하며 피해자들의 악몽으로만 묻혀있었다. 성폭행을 불가항력적인 남성의 성욕이 유혹적인 여성에 의해 촉발되어 일어나는 사건으로 이해하는 문화권에서는 아동성폭행사건이 가시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츰 성폭력이 약한 상대를 힘으로 무력화시키고 상대로부터 성을 착취하는 ‘폭력’이라는 개념이 정착되면서, 아동성폭행사건은 가시화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10%에도 못 미치는 신고율과 40% 밖에 되지 않는 기소율을 높이기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개선하거나, 가해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왜곡된 성인식을 교정하는 체계적인 교화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피해아동과 가족의 재활을 지원하는 등, 장기적인 노력과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은 제자리 수준이라고 한다.

 

때문에 소재원 작가의 소원과 같은 작품들이 더더욱 관심을 받고 흥행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여러 정책들이 변하기 때문이다. 영화 도가니 이후 속칭 도가니법이 만들어졌던 것처럼. 소원도 단순히 조두순 사건에만 머무르지 말고 아동성폭행 예방문제라든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지원책 등 여러 사회정책들로 이어지길 바란다. 

 

참고: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2806

        http://bookdb.co.kr/bdb/Inter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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