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 정신분석학부터 사회학까지 다양한 학문으로 바라본 성
이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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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대한 얕지 않은 지식. 이인

 

어떤 사건이나 사안에 대해 우리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게 됩니다. 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성에 대해 보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끔 착각을 합니다. 성에 대해 쉬쉬하고 모른척하며 편협할수록 보수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성에 대해서 잘 알아야 나와 타인을 보다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총 8명의 인사들이 성에 대해 고민하고 치열하게 투쟁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무의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종교가 차지하던 신성한 위치를 이라고 하는 무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했죠. 무의식적으로 성에 대한 억압이 있으면 우리 인생도 억압된 삶을 살게 됩니다.

 

마조히스트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성이라고 하면 너무 개인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는 제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 되었거든요. 이 책을 통해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고통 자체를 즐기는 것은 아니네요. 우리가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해 뜨거운 사우나에서 참고 참다가 최고로 답답한 순간에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는 원리죠. 유럽의 중세 수도사들이 성욕을 참으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 오히려 성욕이 증가한데서 기원했습니다.

 

성관계는 단순한 종족 번식이나 애정 행위가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사회의 권력입니다. 저자는 성관계는 언제나 사회성을 지닌다.’라고 합니다. 아무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둘만의 은밀한 행위인데 어떻게 사회성을 지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구강성교가 금지되어 징역까지 살아야 했던 법이 미국에 1998년도까지 존재했습니다. 그렇기에 빌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나눈 구강성교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법을 어겨가며 성을 탐했다는 지탄을 받았죠.

 

인류가 지금처럼 일부일처제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는 이 사람 저 사람과 자유로운 성생활을 누렸습니다. 그러다가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재산을 물려줘야 하니 내 자식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졌죠. 이로서 내 자식이 아닌지 맞는지 구분하기 위해 여자들을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도 원숭이처럼 힘 있는 한 명의 남자가 많은 여성을 거느리던 시대에서 중간계층이 성장함에 따라 오늘날과 같은 일부일처제가 정착되었습니다.

 

인류가 누려온 성을 현대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해괴망측해 보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성애보다 동성애가 더 높은 수준의 사랑으로 인식되기도 했거든요. 소크라테스도 부인 크산티페를 악녀라고 하면서 자신은 미소년과 사랑을 나눴답니다. 그 시절에는 그게 정상이었나봐요. 멀리 갈 필요도 없네요. 우리나라만 해도 젖가슴보다 배꼽이 더 성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니까요.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이 다리를 훤히 내놓고 다녀서 야하다고 하고, 한국인은 서양 사람들이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다녀서 야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가장 야한 책 2위에 해당합니다. 물론 저자도 이 책이 이렇게 읽혀질까 걱정을 했습니다. 성에 대해 삐뚤어진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성에 대해서 섣불리 말하기도 어렵다고 하죠. ‘성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니까요. 자기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과 소통할 때 유용하기도 합니다’. 이 말이 저자가 하고 싶은 가장 큰 주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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