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 (2disc) - [할인행사]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제가 사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는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만화 채널에서도 종종 다이아몬드 광고를 합니다. (도대체 무슨 효과를 기대하고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런데 언젠가부터 광고 중에 자기들 가게에선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꼭 삽입하기 시작하더군요.


올 초에 아들 놈이 아빠!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뭐야?”하 고 물어 보길래 잘 됐다 싶어 현재 아프리카에서 내전 중인 국가들과 이들 내전 참가 세력들이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각종 자원을 자신들의 군자금으로 쓰고 있는 사정과 이들이 국제 시장에 내어다 팔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체하며 서구 사회의 귀부인들에게 팔아 넘기는 국제 귀금속상들의 비윤리적 운영에 대해 설명해 줬죠.

그리고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생각을 아주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까지.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회를 보려면 최소한 하루는 기다려야 됩니다. 그러니 여기 저기서 100분 토론회 관련 이야기가 나와도 1-2일 정도는 멀뚱히 영문도 모르고 있어야 하죠. 아무튼 숨죽이고 시청한 지난 주 100분 토론을 보고 있자니,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조중동 절독 운동과 광고 끊기 운동에 대한 의견을 들으며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각이 다시 떠 오르더군요.

토론 중에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답게 순간 순간 자신의 몸 높이와 의견 수위를 조절하는 지혜를 보이더군요. 특히나 조중동 광고 끊기 운동에 대해서는 조중동 기사에 불만이 있으면 조중동 절독 운동을 하면 되지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넣는 광고 끊기 운동은 세련되지 못한처사라는 비판을 합니다. 더불어 이런 식의 운동은 인터넷의 장점인 집단 지성이 아닌 집단 야만이란 인상적인 코멘트와 함께 말이죠.

과연 그럴까요? 조중동의 논조나 왜곡 기사 쓰기에 불만이 있으면 조중동만 보지 않으면 그만일까요? 그런 엉터리 언론사에 자사의 광고를 올리는 기업들에 항의 전화를 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일까요?

오늘은 아프리카에 있는 시에라리온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를 생산 수출하는 무장 단체들과 이들로부터 수입한 다이아몬드로 치부해 온 국제적인 귀금속상인을 규제하는 국제적인 노력을 알아보고 이를 통해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에 담긴 모순을 밝혀 보겠습니다.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 보려 시에라리온의 내전 역사부터 파헤치려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그냥 간단히 정리를 하죠. 시에라이온이란 아프리카 서부의 한 작은 나라에는 축복이 변해 저주가 되어버린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SierraLeone.jpg 

독재를 일삼는 정부와 이에 반기를 든 반군 세력 혁명연합전선(RUF)’간에 끝이 없어 보이는 내전이 벌어집니다. 거기까지야 제3세계에서 흔하디 흔한 스토리죠. 그런데 시에라리온에는 이 깊은 비극을 끝도 없는 지옥으로 몰아 넣은 요소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다이아몬드죠. 뭐 꼭 시에라리온 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앙골라, 콩고 모두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나라들이고 또한 내전으로 유명한 나라들이니까요.

이 다이아몬드 광산 덕분에 내전은 한 없이 길어지기만 하고 반군과 정부군 모두 자신들의 군자금을 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통해 얻어내죠. 다이아몬드 광산이라고 해 봐야 별 것도 없습니다. 그냥 땅바닥에 웅덩이를 파고 뜰채 하나로 계속 흔들다 보면 운이 좋으면 좁쌀만한 다이아몬드 한 알이 걸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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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라고 해 봐야 하루 먹거리 정도에 저렇게 좁쌀만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면 1.5달러우리 돈으로 1500 원 정도를 덤으로 받게 됩니다.

이렇게 모인 다이아몬드는 반군이나 정부군을 등에 업은 상인들을 통해 선진국으로 팔려나가 귀부인들의 허영을 채워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고요.

물론 이런 돈줄을 유지하는 것이 쉬울 리가 없죠. 그러니 사람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통해 자신의 점령지에서의 영향력을 굳건히 하는 각종 학정이 펼쳐집니다. 소위 소년병들에 의한 각종 강간과 손목 절단아예 두려움 정도가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반항의 의지가 없어질 정도의 절대적 공포를 심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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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청년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아니 두 손목이 다 잘려 나갔는데 무슨 운이 좋냐고요? 저 청년 마을에서는 저 청년 하나만 살아 남았습니다.

이런 끔찍한 만행은 다음 사진의 주인공 같은 어린 소년들에 의해 저질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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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얼굴에 AK-47 소총이라

각설하고

어느 순간.. 서구의 소비자들 중에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손가락에 끼워줄 결혼반지를 장식하는 다이아몬드가 저런 인권이 뒷간의 두엄덩어리만도 못하게 취급되는 끔찍한 환경에서 짐승만도 못한 작업장 환경과 최소한의 의식주도 해결해 주지 못할 정도의 임금으로 착취당하는 속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한 그룹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한 평생을 함께 하자는 맹세의 표시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손가락에 영원한 광채를 띄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고 싶은 소박한(?) 남정네들의 마음이 저런 끔직한 상황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비자 들이 모이기 시작한 거죠.

이들은 시에라리온을 포함한 아프리카산 다이아몬드 생산 현장의 참상을 알게 된 후,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지는 반지를 사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결국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분쟁이 없는 곳(conflict free)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만을 취급하는 보석 가게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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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브릴리언트 어스라는 보석 가게죠. 수익의 5%를 아프리카 어린이 교육 사업을 포함한 각종 공익 사업에 지출합니다. 다이아몬드 원석도 철저하게 아프리카 산을 배제하고 있죠.

이외에도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연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는 영화가 2006 12월에 개봉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더 이 문제가 선명하게 각인되게 되죠.

이 영화 출시 이미 훨씬 전에, 전 세계 다이아몬드 유통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드 비어즈 (De Beers)사는 알아서 자신들의 블러드 다이아몬드 취급이 소비자들로부터 보이콧을 유발하지 않을까 우려를 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최근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하기 않겠다고 선언한 여러 기업들을 떠 올리시면 될 겁니다.

또한 200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이들 인권 유린과 분쟁이 판치는 곳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가 주류 귀금속 시장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적인 노력이 경주되어 소위 킴벌리 프로세스 증명 제도(Kimberly Process Certificate Scheme)’ 이란 것이 설립이 되고 매년 유엔 총회에서 이에 대한 지지 결의안이 채택되고 있습니다. 47개국 정부와 NGO 그리고 개별 기업들 73개 회원들이 참여하는 거대한 국제적 노력이죠.

이처럼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국제 시장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는 국제적인 노력의 결과 국제적으로 이름께나 있는 보석상들은 모두 스스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를 전면에 내 세우게 되고, 실제로 이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설 자리가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형편입니다.

보셨죠?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처럼 조중동이란 망나니 언론을 세련되게퇴출하려면 조중동 절독 운동만을 해야 된다고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죠.

결국 아프리카에서 인권도 무시하며 처절한 내전의 군자금 마련의 창구가 되었던 블러드 다이아몬드 생산 업자들과 이들의 뒷배를 봐 주던 지역 군벌들에게만 압력을 가해서는 이런 처참한 현상이 발생하는 걸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생산과 유통을 막아 낸 것은, 자신의 아내나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끔찍한 내전을 부추기고 수 많은 아프리카인들의 인권을 짓밟아 버리는 행동이라는 걸 깨달을 소비자들의 각성이었죠.

현재 대한민국의 종이 신문 시장의 절대 강자인 조중동, 그 어마어마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한 가지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이 다르게 보도해 온, 양심을 져 버린 언론집단을 시장에서 퇴출하려면 단순한 절독운동만으로 턱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에 별 생각 없이 조중동에 광고를 주었던 개별 기업들이 자진해서 자신들은 앞으로 조중동과 거래를 끊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속적으로 그런 다짐을 영상 매체를 통한 광고나 타 신문사를 통한 광고에서 표명을 하게 만들어야죠. 물론 그런 압력은 위에 언급한 깨어 있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될 테고요.

더불어 단순히 개별 기업들의 광고 중단 다짐만으로는 부족하고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국제적 생산 유통을 감시하는 킴벌리 프로세스처럼 국내에서 조중동에 광고를 주는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조직의 설립이 필요하겠죠.

이번 기회에 단순히 포탈이나 동호회 수준의 조중동 광고 끊기 운동을 넘어 킴벌리 프로세스처럼 권위 있는 조중동 광고 끊기 운동이 뿌리를 내리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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