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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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탐방한 적이 있다. 매립지를 홍보하는 한 관계자는 해당 매립지가 쓰레기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땅에 묻고 있는지, 냄새를 어떻게 최소화하는지 등을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쓰레기를 싣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거대한 트럭 여러 대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럼 이 다음은?’


 위의 인천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2025년 종료된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남짓 남은 셈이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많은 나라들이 찾는 대안은 동남아시아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이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게 돈을 주고 쓰레기를 처리하게끔 한다. 경제적 원조가 필요한 개발도상국은 쓰레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 처리한다. 선진국은 손쉽게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을 눈앞에서 깨끗이 치워버릴 수 있다. 그들의 생계와 삶은 관심 밖이다.

 

 올리버 프랭클린-윌리스의 웨이스트 랜드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작금의 현실을 날카로운 눈으로 담아낸다. 그는 악취를 이겨내고 모두가 외면하는 버림받은 땅에 선다. 그는 폐기물 산업의 세계화 과정을 여러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생동감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 선진국이 외면하고 버린 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사람들은 쉽사리 암에 걸리고, 아이들은 공부 대신 쓰레기 산을 뒤지는 일상을 보낸다.


 이 책은 단순히 쓰레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는 쓰레기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가 일상에서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넓게 보면 쓰레기 안에는 각종 산업 폐기물,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된 공기, 음식 쓰레기를 처리할 때 생기는 오수, 전기를 생산하며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 등이 포함된다. 놀랍게도 기부를 목적으로 한 중고 물품도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오염된 것들은 개발 도상국으로 수렴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기업이 일부러 물건을 오랫동안 못 쓰도록 설계하는 계획적 진부화가 쓰레기를 생산해내기도 한다. 환경 보전을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여 그린워싱한 뒤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도 많다. 이처럼 쓰레기 뒤에는 제국주의와 소비 지상주의, 기업의 교활한 판매 전략 등이 숨어있다. 이 책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재활용률은 처절할 정도로 낮고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한계가 있다. 답은 책 속에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다. “소비를 적게 하라.” 부족함을 우리의 동반자로 여기고 함께 지니며 사는 것이다. 풍요로움에 익숙해져 눈이 멀었지만 부족함은 인간의 오랜 친구였다. 넉넉히 사는 습관, 남으면 버리자는 마음과 같은 사소한 것들이 모여 지금의 쓰레기 대란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더 근본적으로는 폐기물 체계의 변혁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폐기물 발자국을 투명하게 밝히고 소비자들이 관련하여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어야겠다. 무엇보다 쓰레기를 외면하지 않는 것. 지금처럼 다른 나라로, 바다로 눈 앞에서 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직면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가 거닌 쓰레기의 여정에 함께 한다면 내 눈앞의 쓰레기가 한결 다르게 보일 것이리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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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채소 과일식 - 한약사 조승우 선생님이 알려주는 식습관 개선 프로젝트
조승우 지음, 오승만 그림 / 한경키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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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에는 왜 소세지가 나오나요?" 채식 영양수업 중 나온 한 수강생의 질문이 가슴에 꽂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가공육이 어째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냐는 물음이었다. 강의를 하던 영양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리의 간편성을 물음의 답으로 제시했다.


채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동물권 운동, 환경 보전, 건강 등을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다. 군대에서도 채식급식이 제공된다고 하니 말이다. 학교는 언제쯤?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채소 과일식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탕후루, 마라탕, 과자,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채소 과일식은 낯설 뿐만 아니라 거부감마저 느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동물성 단백질은 필수가 아니냐는 대중의 반발마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소 과일식은 어린이에게 필수불가결한 식사법임을 저자는 쉬운 이야기로 풀어 알려준다. 한약사인 저자가 자신의 삶을 녹혀 도사 캐릭터로 등장함으로써 느껴지는 읽는 재미는 덤이다. 무엇이 진짜 음식이고 무엇이 가짜 음식인지를 알게 된다면 식탁 위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강조한다. 채소 과일식을 통해 건강한 몸으로 재탄생되는 것은 물론이다.


혹자는 채소 과일식을 현실로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사탕이나 액체과당 등이 간식으로 제공되는 현실이니 말이다. 저자는 이를 겨냥해 건강한 CCA 주스 만드는 법,식사에 7대 3의 법칙을 적용하기 등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에 빠져들다보면 건강하고 맛있는 채소 과일식 한 끼를 하고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성장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돕는 것, 그것이 부모와 교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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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사지 않아도 얻고, 버리지 않아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 비건의 삶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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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리 궁상’이란 말이 있다. 매우 가난한 행색을 보이거나 그런 행동을 보이는 구두쇠에게 붙는 말이다. 과도한 절약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이 말 앞에 ‘지구를 위한다’는 수식어구가 붙는다면 어떨까?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 저자의 행동에 독자들은 혀를 내두를 것이다. 샤워 전 따뜻한 물이 나오기 전의 물을 받아다가 가습기를 채우는 데 쓴다거나, 비누와 식초를 이용해 머리를 감는다거나 하는 일은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수도를 틀면 물이 바로 나오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각종 세안 제품들이 화려하게 마트 매대를 채우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미 잊힌 지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드러난 작가의 삶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다보면 꽤나 귀찮아보이기도 한다.


 세제 대신 소프넛 열매로 대신 세탁을 하고, 손쉬운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삶아 사용하려면 그만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효율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감히 짐작건대, 저자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계속되는 이상 기후 현상, 수도권 매립 시설의 포화 등 지구는 가용량을 이미 넘겼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다만 못 본 척하는 것 뿐이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용기 있게 직시한다.


 300쪽 가까이 계속되는 저자의 직언에 독자는 어쩌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랬다. 나는 2년째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윤리적 이유에서 시작된 지라 처음에는 비건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연결고리를 발견한 뒤로는 삶을 하나둘씩 바꾸어 가려고 노력 중이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환경적 삶을 실천하고 있었을까하고 책을 읽으며 자문했다. 새로운 비건 가공식품이 나왔다는 이유로 필요치 않음에도 사들이기도 했고, 그렇게 무분별하게 남은 식재료들 중 일부는 먹지 않아 버렸다. 비건을 명분으로 비닐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지속했던 셈이다. 더 재수 없는 사실은, ‘내가 택한 먹거리는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내가 입에 넣는 먹거리는 무해하고 친환경적이라는 뿌듯함으로 가슴 속이 부풀고 코가 한껏 높아졌던 순간들’(174쪽)을 만끽했다는 사실이다. 표리부동했던 지난날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느껴졌다.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쓰레기와 고기를 줄이는 일은 궁상이 아니라, 필환경 시대의 ‘멋’이자 ‘힙’이자 ‘간지’라고(197쪽). 지구에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저자의 고군분투는 편리함으로 무장한 풍요와 낭비의 삶에 균열을 낸다. 균열은 죄책감을 낳는 동시에 새로운 눈을 트이게 한다.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 지향의 삶은 단순한 유행이나 선택지가 아니다. 필환경 시대의 당연한 매너이자 세계를 보는 렌즈다. 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인식 방식은 독자들에게 잔잔히 번져나가 여러 명의 삶을 바꾸어나갈 것이다. 추후 독자들이 저자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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