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생활 인문학 - 도시에서 만나는 공간과 사물의 흥미로운 속사정
스파이크 칼슨 지음, 한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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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참 많죠. 제 아이 같은 경우는 어릴때부터 골목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이 덕분에 저라면 가보지 않았을 골목이란 골목은 다 돌아다녔고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는 골목을 돌아다니며 온갖 돌아가는 실외기를 보면 흥분해서 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하수구는 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하수구를 보면 그 안을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했지요.
설거지를 하면 물이 어디로 내려가는지 궁금해 했고,  공연을 보러가면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 조명을 쳐다보았어요. 색깔이 수시로 바뀌고 계속 움직이는 게 신기했나 봅니다.  온갖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코드에 대해 물어봅니다. 코드는 어디로 가는지, 전기는  어디를 통해서 집으로 오는지, 집 안에 어디에 코드로 통하는 길이 있는지, 어떤 물건은 코드가 어디 있는지  매일 물어봅니다.

저도 아이의 끊임없는 질문들에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 하수구나 전기에 대해서, 건물에 대해서, 표지판에 대해서, 여러 작은 문자에 대해서 아이 덕분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사실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원래 전혀 관심도 없었는데 아이 덕분에 생겼습니다.

아이의 끝없는 호기심으로 이제야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저와 이 책을 쓴 작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가는 어느 추운 날, 수도가 얼어 물이 안나오는 상황이 되어 수도국에 전화를 걸었어요. 얼마나 추웠는지 상수도가 얼어붙어 이틀간 예약이 꽉 찼다고 합니다. 이틀 후 수리하는 기사가  와서 수도를 해동했다고 합니다. 수돗물을 틀어놓으며 작가는  집 밖의 바깥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장소를 찾아가요.

발전소 관리자, 수도관리국 관리자, 우편물류센터, 집배원, 자원회수시설,  하수처리장, 제로웨이스트,  로드킬  당하는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 자전거 전용  도로, 아스팔트 도로, 골목길, 콘크리트, 주차, 걷기, 동네, 비둘기 키우는 사람, 공원, 잔디, 도시나무, 청설모, 도로 감독, 신호등, 표지판, 로터리, 차선, 도로명, 번지수, 그라피티 등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직접 발로 뛰며 자세히  물어보고 알아보았습니다.

보통은 궁금하면 책을 찾거나 검색을 하거나 할텐데 이 책의 작가는 행동합니다. 직접 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 물어봅니다.  주변에 익숙했지만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우리 주위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 해 볼게요.

아스팔트가 고대의 초강력 방수 접착제이며 마법의 밀봉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스팔트를 이용해 바구니나 목욕통, 저수지, 배의 방수제로 사용하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방부 처리할 때도 아스팔트를 사용하였다고 해요.

아스팔트가 이렇게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물감이었어요.
1800년대 중반 머미브라운mummy  brown  물감이 유행하였는데 이 물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아스팔트로 보존된 미라를 곱게 간 후에 백색 역청과 몰약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라가  그렇게 많았을까요?
그리고 그 물감을 쓰는 화가들은 그 물감의  제조 과정을 알았을까요?
이 물감의 분위기와 색조는 그 어떤 것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여서 유행하였다고 합니다.
이 물감이 1960년에 미라가 희귀해지면서 귀해졌다고 해요.
어떻게  미라를 갈아 물감으로 쓸 생각을 했는지 소름이 끼쳤습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 구분할 줄 아시나요?

저는 사실 콘크리트와 시멘트가 같은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엄연히 다른 거였더라고요.

시멘트는 주로 물과 석회, 실리카, 철, 알루미나 등 여러가지가 섞인 반죽이며,
콘크리트는 시멘트에 모래와 돌, 그리고 골재를 넣어 섞은 덩어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요즘  건물을 지으려면 철근으로 뼈대를 만든 후 건물이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고대 로마인들은 뼈대 없이 가장 큰 콘크리트 돔을 완성해내요. 그 건물은 판테온이라는 건물인데 아쉽게도 그 기술은 로마제국이 몰락하면서 맥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 판테온이란 건물이 2100년간 지금까지 건재하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그 기술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걷기에 대한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저도 매일 만보 걷기를 실천중인데요.
블루존의 대표 댄 버든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현재 인도의 폭은 122센티미터이고 차도는 4차선으로 너무 넓다고 이야기 해요.
인도가 더 넓어야 한다고 주장하죠.
도로를 2차선으로 줄이고 새롭게 생긴 공간을 활용해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만들고 나무도 더 심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도시를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무엇보다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 참 인상깊었어요.
도로를 보면 차 중심이잖아요. 
저는 차를 운전하지 않아서인지 횡단보도 앞으로 나온  차들을 보면 보행자 우선인 횡단보도 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인간이 중심이 아닌 차 중심이죠. 
인간 중심인 이런 도시라면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전하고 여유로운 도시가 될 거 같아요.

그밖에 제로이스트를 생활하는 베아 존슨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고 신호등의 유래와 표지판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익숙한 도시를 파헤치며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책입니다.
깊이 있게 파고 들며 도시에 대해 거리에 대해 다각적인 관점으로 보게 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 물과 전기, 하수 시설을 관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며, 신호등을 책임지는 사람들. 모두 '필수적인' 존재라고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맞아요. 이 책을 읽고 저희 아파트에서 하루종일 밖에서 예초 작업하는 경비 아저씨가 생각났어요. 묵묵히 일하는 그들. 필수적인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배려심 많고 헌신적인 시민들이 모인 작은 집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마라. 사실 그들은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유일한 존재다.

마거릿 미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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