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것이 한편 두편 읽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소설이나 수필을 읽듯 시집을 한번에 통채로 읽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렵게 꺼낸 시집을 한두편 읽다 다시 덮어놓는 일은 종종있는 일이다.
오래전 시를잊은 그대에게 라는 책으로 정재찬교수님을 처음 접했다. 제목부터 참 마음에 들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넘겼고 책은 그 기대치를 가득 채워주었다. 시를잊은 그대에게를 읽고 많은 감동이 있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기억 두가지는 1.시가 참 재미있다 라는 것과 2.이 사람은 정말 아름다운 글을 쓰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교수님이 소개해주시는 시도 좋았고, 중간중간 이야기하시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두번째 책인 그대를 듣는다를 출간하자마자 곧바로 읽기도 했다. 정말 좋아하고 꼭 만나뵙고싶은 작가의 세번째 책이 출간됐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마음, 공부, 생업, 노동, 부모 등 14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은 각각 키워드에 대해 작가의 말과 작가가 소개하는 시로 이루어져 있다. 그저 좋은 시를 주욱 나열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를 해설하는 것 도 아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중간중간 읽기 편안한 시를 한편씩 소개할 뿐이다.
정재찬 작가님 글의 장점은 읽기 쉽고 글이 편안하고 예쁘다는 것이다. 시를 가르치려하지 않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 없다. 시를 외울필요도 분석할 필요도 없다.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 행복한 시는 웃으면서, 감동이 있는 시는 마음으로, 슬픈 시는 눈물을 흘리면서 받아들이면 된다
‘아마도 내가 인생 최초로 본 마술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나한테 했던 “까꿍”일 겁니다.'
책의 문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우리가 아기들에게 했던 행동이 어쩌면 그 아이에게는 정말 재미있고 신기한 마술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 날은 점점 풀리고 봄날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이 때에 책에 나오는 시들을 읽고 감상하며 또 손으로 필사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