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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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먼저 우리 곁을 떠나간 예술가들의 생애를 폭넓게 써 내려간 책이다. 단순한 업적의 나열이 아니라 그들이 행한 예술의 삶과 숨결까지도 담아내어 잔잔한 울림을 준다. 

  소개된 서른세 명의 예술가 중, 나는 솔직히 아는 인물을 찾기 힘들었다. 알더라도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에 그칠 뿐이었고, 그들이 어떤 세상과 시간을 지나왔는지 궁금해한 적도 크게 없었다. 마음 속에 늘 관심은 있었으나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도 막막했는데, 운 좋게도 각기 다른 우주를 품었던 예술인들을 지면으로나마 만나게 되었다. 나의 예술입문을 책이 도와준 셈이다. 


  살아생전 남겼던 작품과 그 해설, 관련 이야기가 한 권에 가득 담겨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 역시 진하게 남아있다. 천경자의 슬픈 전설을 마주해야 한다는 소신과 <미인도>, 숭고함 속에는 덧칠된 고통이 있음을 일깨워 준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처럼. 예술가들의 ‘일’이 녹아있는 개인의 삶을 샅샅이 살펴내 예술가들이 잊히지 않게끔 했고, 오래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장부터 ‘예술가의 일’이란 무엇인지, 당신은 예술가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일러주어 읽는 데 어려움이 적었던, 친절한 책이다. 또 다른 예술가가 떠나간 예술가들의 일을 써내는 일을 함으로써, 독자에게 ‘새로운 일’을 선사해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 덕분에 나의 세계는 조금 더 풍요로워졌으므로. 


  바람 부는 가을에, 잘 읽었습니다. 


  2021.9.15. 임서연 씀 



  이 서평은 작가정신으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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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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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나라, 실은 진짜 존재하는 듯한 ‘삼탈리아’를 여행하는 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작가가 정말 완벽하게, 스스로 만들어낸 삼탈리아에 몰입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작가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어야 하겠지만, 실재하지 않는 나라를 머릿속에서 만들어내 세밀하게 주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애초에 한국에서는 벌이가 될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시(詩)가 재화가 되고, 솜사탕 맛이 나는 눈보라가 치는 나라가 상상만으로 탄생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무려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삼’탈리아라니, 작가는 그야말로 소설 같고 생소한 공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망망대해로 떠나는 거대한 배에 올라 선장 바로 뒤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주인공과는 좀 다르게, 쾌적하고 안전하게 삼탈리아로 떠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소설 속, 그리고 주인공 이원식의 독백과 소설 뒤편의 해설까지 읽어보면 작가가 생각하는 ‘시(詩)’란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해보게 된다. 한국의 시가 유행하는 먼 나라 삼탈리아, 그리고 주인공이 찾아나선 시인이자 요리사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연관성을 생각해도 그렇다. 주먹을 꽉 쥐게 되는 시를 쓴다고는 했지만, 망망대해에서 만난 신의 말씀처럼 주인공에게는 시심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의 서정은, 그러니까 이 책 전부가, 아주 길고 복잡하고 상세한 시집 같다. 

  실은 어느 누구보다도 마음 한 편에 아련한 시심이 흘러넘치는 누군가가, 바다를 건너 삼탈리아에서 겪은 일들을 아주 길고 두꺼운 시집으로 엮어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삼탈리아 여행용 배낭에 가볍게 넣을 두께가 아니라는 점이 아쉽지만! 


  잘 읽었습니다. 



  2021.6.26. 임서연 씀 




  이 서평은 작가정신으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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