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가다듬는 나의 철학 루틴 - 박정은 에세이
박정은 지음 / 보민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눈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새벽에 샘물을 긷듯이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야 한다. 그냥 삼켜서도 안 되고, 표주박에 버들잎 한 장을 띄우고 나서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보다 먼저 살다간 철학자들의 삶이 오롯이 우러나올 것이다. 당신이 섭취하는 것이 정수(淨水)된 수돗물이 아니라 당신의 내면에서 솟아 나오는 정수(精髓)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철학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것이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관념 세계에서의 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하기는 고담준론이 아니라 소소하게 수렴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혼의 최선의 상태를 추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랑과 행복은 배워서 일상에서 갈고 닦아야만 하는 기예라고 강조한다. 심지어는 죽음까지도 공부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당위성으로서의 윤리가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의 윤리를 설파한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자의 담박한 삶이 읽힌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법정 스님의 고독하지만 철저했던 삶이 겹쳐진다. 그리고 배수아 작가와 박연준 작가, 그리고 에밀리 디킨스의 삶과 함께, 그들의 산문과 시가 떠오른다. 읽는 내내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읽고나서 어느새 내 마음의 면역력이 길러졌고 생각의 근력이 커졌음을 느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삶을 긍정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