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을 읽고 잠시 책을 덮었다.
흔히 우리는 예술가의 독창성을 이야기할 때 '영향을 받았다'는 말로 가볍게 넘긴다. 마치 독창성이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하지만 유홍준 작가는 그것을 훨씬 더 정확한 언어로 부른다. 화가로서 수업기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인적 수련과 연찬(硏鑽)이라고. 연찬이란 갈고 닦는다는 뜻이다. 재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개성은 무(無)에서 솟아나는 게 아니라, 철저한 고전 학습과 성실한 반복 위에서 비로소 힘과 자신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기반 위에서, 60세 이후 겸재는 폭발한다. 수직의 암봉과 부드러운 토산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금강전도, 76세의 노화가가 비 갠 뒤의 인왕산을 오직 먹으로만 압도적으로 담아낸 인왕제색도. 이 그림들이 뿜어내는 힘과 자유로움은 결코 타고난 천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누구도 모르게 쌓아온 길고 느린 수련의 시간이 있었다.
겸재는 대기만성의 거장이었다. 그리고 그 대기만성은 운이나 기다림이 아니라, 겸손하고 성실한 장인적 연찬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