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우관 사계절 아동문고 9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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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추리 소설 「사라진 조우관」
 ‘사라진 ○○○’ 제목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조우관이 사라졌다! 조우관이 어디로? 왜? 조우관이 뭐지? 사람인가?
 을지문덕.
 고구려, 살수대첩의 장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역사 속 인물의 등장. 위인전인가?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책을 얼른 펼쳐보게 했고 곧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사라진 조우관」은 추리 소설 읽듯 흥미로웠고 꼬마 을지문덕의 재치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자세에서  그의 인물됨을 짐작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범인으로 몰린 덕보
 을지문덕의 아버지가 한성에 다녀오시며 조우관을 들고 왔다. 양쪽에 금으로 만든 새 깃이 하나씩 꽂혀 있고 테두리도 황금빛으로 장식돼 있는 화려한 조우관. 그 조우관은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쓰던 관으로 고구려 지방 관직 중 으뜸 벼슬인 욕살께서 내려 주신 귀한 것이다.
 을지문덕 가문은 명망 있는 귀족 집안이 아니다.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을지문덕의 아버지는 비록 낮은 관직이나 관청에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조우관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용했던 집 안은 발칵 뒤집혔고, 말갈족 출신으로 최근 들어온 하인 덕보가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도망치지 않는 덕보를 보며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을지문덕은 집사에게 따져 물었다. 덕보가 진짜 범인인지.
 
 
“무조건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p.65)
 “그런데 말이야, 나머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과연 정당할까?”(p.66)

 
 장난꾸러기인줄만 알았던 을지문덕이 어른스럽고 멋져 보인다며 아이들이 꼽은 명장면 중의 하나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아시겠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상하고 어이없는 일도 겪으실 준비를 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한사람을 힘들게 해서 
  많은 사람들을 편안케 할 수 있다면 그도 나쁘지 않지요.”(p.66)

 
 과연 그럴까?
 “양보를 하고 이해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큰 딸아이는 집사처럼 쉽게 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 책에서 찾은 첫 번째 논제 거리다.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 그리고 스승
 기와에 남겨진 발자국을 그리며 단서를 모았고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며 덕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을지문덕은 애을 쓴다.
 사건이 있을 즈음부터 집안을 훔쳐보던 두 사람. 원숭이와 민머리의 소행일까. 집사의 행동도 의심스럽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그 증거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리고 조우관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덕보를 도와주는 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을지문덕의 스승, 설천.
 
 “네가 덕보를 지키기 위해서 뭘 했느냐?”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그게 바로 말의 힘이다.”(p.98)

 
 설천은 을지문덕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이끌며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 가르쳐준다.
 증거를 모으도록, 사건을 분석적으로 보도록 말이다. 설천을 보며 부모로서 지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 논제 거리. 말의 힘과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덕보는 누명을 벗나?
 조우관을 찾아내기만 하면 사건은 단박에 해결된다. 아마도 조우관은 집사의 집에 있는 듯하다.
 집으로 찾아간 을지문덕은 경당 동기이자 집사의 딸 나리와 위험에 빠지고 만다.
 원숭이와 민머리가 나리를 인질로 잡아 집사를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원숭이와 민머리의 위협 속에서 경당으로 향하던 을지문덕은 냉철한 상황판단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이 과정이 아이들이 가려 뽑은 두 번째 명장면이다.
 용기 있고 배짱 있는 어린 을지문덕의 행동에서 앞날 수나라와의 전쟁 때 보인 지략가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
 명석하고 주변을 허투루 보지 않는 꼼꼼함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조우관은 어디에 있지? 덕보는 누명을 벗을 수 있나?
 작은 아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부분은 마지막이다.
 “조우관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역시 가까운데서 찾아야 하는군!”
 이야기는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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