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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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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하늘과 구름의 마음을 읽고 싶지 않느냐고.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는 나태주 시인의 서른아홉 번째 시집이다.

 나는 그동안 몰라보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로 우리에게 익숙한 풀꽃 시인의 많은 노래를.

 시가 어렵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인의 시는 쉽게 읽혔고,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47년째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원로 시인은 자연과 세상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풀꽃 가득 오솔길을 열었다나는 그 길을 따라가 보았다.

 

 <꽃필 날>

 

   내게도

   꽃필 날 있을까?

   그렇게 묻지 마라

 

   언제든

   꽃은 핀다

 

   문제는

   가슴의 뜨거움이고

   그리움, 기다림이다.

 

 뭐지, 이 울컥함은. 뜨거움을 갖고 기다리겠습니다.

 

 <종이컵>

 

  너무 쉽게 버려 미안하구나.

 

 길어 뭐하나. 시인의 마음과 우리의 미안함은 이 한 줄로 충분하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는데…… 쫒아가며 살피겠습니다.

 그 길에서 개울물과 인사도하고 꽃도 바라보고, 바람결을 느끼면서요.

  함께 하고 싶은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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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새장 알맹이 그림책 39
이경혜 지음, 이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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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를 사랑한 새장.

  시선을 옮겼습니다. 새가 아닌 새장으로.

새장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으로 새장 속 ○○’, ‘새장 밖으로’, ‘새장에 갇힌 ○○등이 나옵니다. 새장은 벗어나야 하는 곳일까요? 그러나 이 책은 그런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홍방울새를 향한 새장의 사랑과 구속에 대한 번뇌를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죠.

      “새야, 내 품 안에서 편안히 살겠니?”

    홍방울새는 매우 기뻐했어요.

      “정말? 아이, 좋아라! 그런데 나, 잠깐만 숲 좀 돌고 올게.”

      “그건 안 돼. 여기서 나가면 넌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하룻밤만 묵어가려던 홍방울새는 새장이 가여워 새장에서 머물기로 합니다. 새장의 정성에 홍방울새는 행복해 합니다. 새장은 더없이 아늑했죠.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옵니다. 그런데 홍방울새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결국 새장은 홍방울새를 떠나보내고 구속이 아닌 자유로움 속에서 사랑을 찾기로 합니다. 다시 눈이 내립니다. 그리고...

 

  이경혜 작가는 시를 읊조리는 듯 잔잔하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색의 변화를 통해 새장의 쓸쓸함과 기쁨을 표현한 이은영 작가의 그림은 참 단아하면서 따스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부부, 연인, 친구와의 관계에 이르기 까지 모든 사랑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철학동화 맞네요. 참사랑의 의미를 살펴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닫힌 문을 열기만 한다면 새장의 의미가 갇힘의 의미는 아닐 듯싶습니다. 홍방울새의 새장에 대한 사랑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관계 맺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부모나 절친의 늪에 빠져 친구를 구속하려고만 드는 아이에게도 권해 봄직한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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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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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을 읽고,

  

 단숨에 읽어간 흥미진진한 이야기

 

 5월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달이다. 어린이날 때문이다.

어린이날하면 선물?! NO! NO! 방정환 선생님이 가강 먼저 떠오른다.

칠칠단의 비밀은 방정환 선생님의 대표적인 탐정소설로 어린이라는 잡지에 연재됐었다. 당시 독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이 잡지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도 그랬겠다 싶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애잔하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이번 사계절에서 새로 꾸며져 나온 칠칠단의 비밀과 방정환 선생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출간된 1999년판과 비교하여 보니 산뜻한 표지와 가독성이 좋아진 글씨체, 색이 들어간 삽화가 다듬어져 이야기를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해줘서 좋았다. 이렇게 개정되어 나온 책이 독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읽혀졌으면 좋겠다. 사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에 대해서는 어린이날을 만드셨고, 어린이라는 잡지를 발간하셨으며, 어린이를 위해 살다간 위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아동문학을 보급하고 발전시키셨다고는 배웠으나 어떤 책을 쓰셨는지 알려고도 읽으려고도 하지는 않았다. 칠칠단의 비밀이란 책을 통해 방정환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 찾아 읽어봐야 하는 책들에 관심이 생겼다. 이야기의 재미도 재미지만 글 속에 숨은 애잔함과 희망, 용기, 지혜……. 이런 점도 찾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교훈적인 이야기만 있고 재미없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느낄수 있을뿐더러 글 속에 녹아있는 선생님의 마음이 읽혀져서 읽는 내내 가슴이 짠했다. 찾아 읽기를 권하는 책. 칠칠단의 비밀.

 

  책 내용을 말하자면 옛 책이라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단박에 깨는 현대판 탐정소설이다.

칠칠단의 비밀은 장편칠칠단의 비밀과 중편동생을 찾으러를 함께 엮은 책이다.

칠칠단의 비밀은 일본인 곡마단에서 자란 오누이가 공연을 위해 조선에 오면서 시작된다. 조선어를 모르고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던 그들에게 한 노인이 찾아오고 오누이의 이름이 상호와 순자이며 노인이 외삼촌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지금껏 매 맞고 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상황과 맞물려 원통하고 애처로웠던 순간이었다.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순자는 붙잡히고 곡마단 일행은 황급히 중국으로 떠난다. 혼자 빠져나오게 된 상호는 중국으로 여동생을 찾아 나선다. 외삼촌을 다시 만나고 순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호는 삼촌이 데리고 온 한기호라는 청년의 도움을 받아 동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지혜와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숨 가쁘게 펼쳐지던 순자구출작전. 이들은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똑 똑 똑 똑 똑 똑 똑

  ‘칠칠단이란 조직은 곡마단 단장이 이끄는 비밀조직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칠칠단과의 대결모습에서는 긴장감과 통쾌함을, 순자를 찾지만 이내 칠칠단의 단장에게 붙잡히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을,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인 협회의 도움으로 상호 남매가 가까스로 구출될 때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칠칠단 소굴에 들어간 상호가 침착하게 행동하는 모습과 기호가 문지기 분장을 감쪽같이 해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에서는 독자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방정환 선생님의 진면목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께 하게 되는 이가 또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라!

  작은 아이는 상호, 기호, 순자. 등장인물이 또래여서 실감나고 주인공들이 용감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했다. 큰 아이는 여느 탐정소설 못지않게 추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는 상호와 기호가 변장하여 단장을 속이고 치밀한 계획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긴장감과 속도감에 푹 빠졌다.

 

동생을 찾으러는 창호가 납치당한 누이동생 순희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이다. 이 당시에는 아이를 납치해 파는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이러한 사건이 많았던 터라 독자들은 내 일인양 더 실감나게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순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창호의 맘도 맘이지만 어려움을 함께하는 가족들과 선생님, 친구들이 하나 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과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이면 신고가 우선이고 섣부른 행동은 위험할 수 있겠으나 함께하는 마음을 살펴보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되새겨 봄 직하겠다. 순희가 있는 곳을 알아 낸 창호가 경찰서로 도움을 청하러 가지만 경찰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여기서 덧붙여, 나라를 잃으면 왜 안 되는 지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참 좋은 책이다.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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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건드리니까 사계절 동시집 12
장철문 지음, 윤지회 그림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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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건드리니까』

첫 동시집이란다. 젊은 작가인가? 그런데 어떻게 아이들을 이리도 잘 알까?
신인 작가인가 했더니 94년에 벌써 등단한 시인이자 작가였다.
 
<시인의 말>
첫 동시집이다.
(중략)
동시집을 내다니,
좋다!

 
동시집을 내서 좋다고 했다. 시를 읽고 나니 그 맘을 알 듯도 하다.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린이의 감정이나 심리, 그리고 어린이가 생각하는 세계를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시를 읽던 아이가 “엄마, 초등학생이 쓴 시 같아”한다. 그럼 좋은 동시 아닌가. 우리 가족도 오랜만에 동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 동시집이 참 좋다!

시가 이렇게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의 일상과 나의 어린 시절을 시인의 섬세한 감각으로 되살려 냈기 때문일 것이다.
‘베개에 얼굴 파묻고 빈둥빈둥 대고 있다. 숙제도 거의 다 했고 주말도 하루 남았다. TV도 게임도 별로고 그냥 누워서 뒤척거리고 있는 토요일.’
“참, 좋다”는 「토요일」. 맞는 말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정겹고 유쾌한 시.
시인은 전봇대의 늘어진 전선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봇대는 혼자다」에서 전봇대가 혼자라 팔을 길게 늘여 다른 전봇대와 손을 잡고 있다며 따뜻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서로 맞잡은 손과 손으로/기운이 번져서/ 사람의 집에도 불이 켜진다”며 혼자라 외로울 것 같지만 따스함을 잊지 않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묶음, 두 묶음... 다섯 묶음 이렇게 이루어진 시집은 아이들이 중간 중간 끊어서 읽기에 좋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단박에 읽어 내려갈 수도 있었겠으나 시인의 맘과 우리의 맘을 오랫동안 담아두고 싶어 시간을 두고 쉬엄쉬엄 읽었다.
 
내일 준비물은 포스터물감이다
엄마가 6시에 퇴근해서
밥 먹고 사러 가기로 했다
(중략)
엄마의 수다 신기록은
장장 2시간 45분,
문을 빼꼼히 여니까
초고속으로 달려와서 꽝 밀쳐 버린다
 
내일 준비물 가져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 좀 말려 주세요」중에서

며칠 전 바로 우리 집 상황이다. 아이는 엄마의 전화에 기다리다 지치고 학원도 늦고 말았다. 그때를 떠올리며 “엄마도 그랬잖아! 금방 끊을 것처럼 해 놓고선……” 한다. 준비물을 못 챙겨 갈까봐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바로 우리 아이의 마음이지 싶다. 살짝 미안했다.
 
“엄마, 나 염탐하는 거야? 휴대폰 보지 말라고…….”
사춘기 딸아이가 만날 하는 말이다. 나는 나대로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맘이 불편해서 늘 티격태격한다.
 
엄마가 엄마 문자 보지 말라고 해도
도망 다니며 봤다
엄마가 왜 남의 문자를 보냐고 화를 냈다
휴대폰을 꽝 놓고
얼굴을 파묻고 막 울었다
자가는 내 문자도 다 보고 내 일기도 다 보고
내 방에도 막 들어오면서
엄마가 남인가 뭐! 
-「엄마도 남이다」중에서


큰 딸이 뽑은 베스트 시다. 그럴 만도 하다. 나도 뜨끔했다. 입장 바꿔 생각하니 아이가 억울해 할 만하다.
시는 평소 사소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보게 했다. 작은 울림, 큰 깨달음. 시에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자꾸 건드리니까』도 한 동안 나를 건드렸다. 간지럽게 부끄럽게……
공감 100% 동시집이다.
초등학생 뿐 아니라 청소년, 성인까지 나누고 싶은 이야기 꺼리로 가득한 동시 묶음들이다.
매화꽃과 여기저기 이름 모를 봄꽃이 가득한 봄날, 가족들과의 소풍 길에 동시집 한권을 가져가 읽어 봄이 어떨지……
“뭐야! 넘 오버하는 거 아니야.”하면서도 좋아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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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우관 사계절 아동문고 91
정명섭 지음, 이예숙 그림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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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추리 소설 「사라진 조우관」
 ‘사라진 ○○○’ 제목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조우관이 사라졌다! 조우관이 어디로? 왜? 조우관이 뭐지? 사람인가?
 을지문덕.
 고구려, 살수대첩의 장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역사 속 인물의 등장. 위인전인가?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책을 얼른 펼쳐보게 했고 곧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사라진 조우관」은 추리 소설 읽듯 흥미로웠고 꼬마 을지문덕의 재치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자세에서  그의 인물됨을 짐작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범인으로 몰린 덕보
 을지문덕의 아버지가 한성에 다녀오시며 조우관을 들고 왔다. 양쪽에 금으로 만든 새 깃이 하나씩 꽂혀 있고 테두리도 황금빛으로 장식돼 있는 화려한 조우관. 그 조우관은 벼슬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쓰던 관으로 고구려 지방 관직 중 으뜸 벼슬인 욕살께서 내려 주신 귀한 것이다.
 을지문덕 가문은 명망 있는 귀족 집안이 아니다.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을지문덕의 아버지는 비록 낮은 관직이나 관청에 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조우관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용했던 집 안은 발칵 뒤집혔고, 말갈족 출신으로 최근 들어온 하인 덕보가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도망치지 않는 덕보를 보며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을지문덕은 집사에게 따져 물었다. 덕보가 진짜 범인인지.
 
 
“무조건 죄가 없다는 게 아니라,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잖아.”(p.65)
 “그런데 말이야, 나머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과연 정당할까?”(p.66)

 
 장난꾸러기인줄만 알았던 을지문덕이 어른스럽고 멋져 보인다며 아이들이 꼽은 명장면 중의 하나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아시겠지만 세상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곳입니다.
  이상하고 어이없는 일도 겪으실 준비를 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한사람을 힘들게 해서 
  많은 사람들을 편안케 할 수 있다면 그도 나쁘지 않지요.”(p.66)

 
 과연 그럴까?
 “양보를 하고 이해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큰 딸아이는 집사처럼 쉽게 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딱 잘라 말했다.
 이 책에서 찾은 첫 번째 논제 거리다.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 그리고 스승
 기와에 남겨진 발자국을 그리며 단서를 모았고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며 덕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을지문덕은 애을 쓴다.
 사건이 있을 즈음부터 집안을 훔쳐보던 두 사람. 원숭이와 민머리의 소행일까. 집사의 행동도 의심스럽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그 증거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리고 조우관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덕보를 도와주는 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을지문덕의 스승, 설천.
 
 “네가 덕보를 지키기 위해서 뭘 했느냐?”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그게 바로 말의 힘이다.”(p.98)

 
 설천은 을지문덕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이끌며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지 가르쳐준다.
 증거를 모으도록, 사건을 분석적으로 보도록 말이다. 설천을 보며 부모로서 지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 논제 거리. 말의 힘과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겠다.
 
  덕보는 누명을 벗나?
 조우관을 찾아내기만 하면 사건은 단박에 해결된다. 아마도 조우관은 집사의 집에 있는 듯하다.
 집으로 찾아간 을지문덕은 경당 동기이자 집사의 딸 나리와 위험에 빠지고 만다.
 원숭이와 민머리가 나리를 인질로 잡아 집사를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원숭이와 민머리의 위협 속에서 경당으로 향하던 을지문덕은 냉철한 상황판단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이 과정이 아이들이 가려 뽑은 두 번째 명장면이다.
 용기 있고 배짱 있는 어린 을지문덕의 행동에서 앞날 수나라와의 전쟁 때 보인 지략가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었다.
 명석하고 주변을 허투루 보지 않는 꼼꼼함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나저나 조우관은 어디에 있지? 덕보는 누명을 벗을 수 있나?
 작은 아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부분은 마지막이다.
 “조우관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역시 가까운데서 찾아야 하는군!”
 이야기는 끝까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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