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양장본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와 앨리건트 유니버스를 읽고 제대로 기초부터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선택한 것이 파인만의 책이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때 싫어했던 느낌에 비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파인만 시리즈 중 쉬운 책 위주로 보다가 물리학 강의로 들어갈까? 갈등되지만 거의 다 읽다보니 바로 물리학 강의로 뛰어들어가야 할 듯하다.

통섭을 화두로 공부의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그냥 헛발길에 그칠지 의학을 중심으로 하는 공부여정에 소중한 자산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사유의 틀을 넓혀주는데 부처님의 말씀과 물리세계의 법칙만한 것이 없지 않는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공부다.

이 책의 내용일부가 지금 입장에선 끌리는 지라 인용해서 마음을 표현해본다.

  ~“모든 별들은 지구와 동일한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장 속에는 엄청난 사연이 숨어 있어서, 이것 하나만으로도 웬만한 강연 시간을 다 때울 수 있을 정도이다. 시인들은 과학이 별의 구조를 분해하여 고유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간다고 불평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나 역시도 스산한 밤에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감상을 떠올릴 줄 아는 사람이다. ~ 나의 상상력은 드넓은 하늘을 가로질러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어쩌면 내 몸은 아득한 옛날에 어떤 별에서 방출된 원자들의 집합체일지도 모른다. 팔로마 산 천문대의 헤일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이 우주가 태초의 출발점을 중심으로 서로 멀어져가고 있음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 거대한 이동패턴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 안다고 해서 우주의 신비함이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진리란 과거의 어떤 예술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롭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시인들은 왜 이런 것을 시의 소재로 삼지 않는가? 왜 그들은 목성을 쉽게 의인화시키면서도 목성이 메탄과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구형의 회전체라는 뻔한 사실 앞에서는 침묵하고 있는가? 이렇게 한정된 소재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시인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모든 진핵생명체가 인간과 유사한 homeobox를 가지고 있다“ ”모든 무생물과 생물들, 그리고 우리 인간은 모두 별의 후손이며 supernavae가 폭발하면서 흩어진 잔해의 일부이다.-Supernovae do it all“ 한의사들은 생명을 분석하여 전체의 유기적 생명 본래의 모습을 놓치게 된다고 불평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현대생물학과 물리학의 진척은 분석적이고 전체적 안목이 결여된 근대학문의 틀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물론 개개 학자와 학파의 경향이 아직도 근대 뉴턴식 기계론적 사고 방식에 못 벗어난 경우도 있겠지만(대표적인 그룹이 현대의학자들이다.) 그건 그들 스스로의 관습과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수하는 탓이다. 이 점에서 한의계도 별 차이 없을 듯하다. 진화발생생물학의 유전학, 진화학, 분자생물학, 생화학, 발생학 등 모든 생물영역이 통합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물리학이 고전역학의 틀을 넘은 정도가 아니라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이론과 양자역학의 미시세계에 대한 이론을 통합하고 있는 시점에서 왜 한의사들은 명확한 사실과 학문의 성과 앞에 침묵하고 있는가?(물론 요리사가 물리학과 생물학을 더 안다고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충분히 현대과학의 성과를 흡수해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한정된 이론과 체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한의사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가?

 

나는 뭐하는 한의사인가? 그냥 끌리는 데로 공부하고 임상에 매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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