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를 찾아서

가짜 영웅 나일심 ㅣ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
이은재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3학년이 끝나기 전 좋은책어린이 저학년문고를 다시 다 읽어보겠다는 계획을 폭풍실천중인 11살 딸.
그런 딸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좋은책 어린이 고학년문고 3번째 책. <가짜 영웅 나일심>
책 표지에 홀로 서있는 남자아이의 모습이 괜시리 외로워 보이고, 힘에 겨워 보여 '책 내용이 가볍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아이들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거나, 아이가 읽고 난 후 제가 따로 읽어보는 편이었는데요.
<가짜 영웅 나일심>은 책표지가 너무 와닿아서 아이에게 권하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보았답니다.

좋은 사립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학교 내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일심이.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반장도 도맡아하던 일심이.
이 세상에 무서울 건 하나도 없었을 열세살 일심이에게 아버지의 사업부도는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우 였을 겁니다.
동네가 바뀌고, 집이 바뀌고, 학교도 바뀌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지탱해주던 자신만의 영웅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져버리고...
일심이는 아마도 세상에 홀로 버림을 받은 듯 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내용 중간중간 실린 무채색 위주의 그림은,
일심이의 마음과 일심이를 둘러싼 환경을 좀 더 몰입해서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많이 절제된 듯 한 표현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드러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갑자기 변화된 환경으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자신만의 벽을 쌓아버린 일심이.
온 몸에 가시를 세우고 살던 일심이에게 생각지않게 주어진 학교 보안관 명패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자신을 옮겨다 줄 도깨비감투였습니다.
문제는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짓과 환상을 현실과 구별하지 못하고 진짜라 믿게된 것이죠.

책을 읽던 딸이 묻더군요.
"엄마, 정말 이럴 수 있는 거야?"

실제로 마음이 병들어서 치료받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견딜수 없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마음이 병들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가짜 영웅 나일심>은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증상을 앓게된 일심이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내 주변에 끊임없이 누군가의 위로와 관심을 갈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모르고 사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고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자녀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더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짜 영웅 나일심>을 다 읽은 딸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져라."
"너가 받은 사랑을 주위 사람들에게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너 자신을 믿어라."
"엄마아빠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너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