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태도와 감정이 최소한의 예의로만 대하려하던 점에서부터 각자의 몸과 마음을 쏟으려하는 부분까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은 간질간질하면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릴리안의 분위기를 포함한 모든 것에 빠져드는 프랜시스의 복잡하지만 그 무엇보다 확고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고 혼란스러워했지만 서서히 마주하고 확신하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덩달아 설레며 짜릿했다.
둘의 '첫날밤'을 그려낸 장면은 보다 사실적이면서도 은은하게 다가왔고 혹 레너드나 레이부인이 들이닥치면 어쩌지? 불안하면서도 어서 서로에게 좀 더 깊이 다가서길 바라면서 읽었다
그 후에도 관계중에 누군가 예정보다 일찍 귀가하진 않을지 마음 졸이며 읽어나갔다.
릴리안과의 관계가 짙어질 수록 집안일을 소홀히하는 프랜시스를 보며 그녀가 외면하고(=전 애인인 크리스티나와의 그 당시의 관계) 떠나보내야했던 (남자 형제들의 죽음)것들. 그로 인한 공허함을 릴리안을 통해 달래려다 결국엔 이전의 그녀를 검게 태워버리고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릴리안과 잠시 떨어져 있게된 순간 그리고 릴리안의 엽서를 받기까지 나도 프랜시스처럼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엽서를 보고 안도하게 됐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후, 릴리안의 '임신 고백'이 프랜시스에게는 절망스러웠겠지만 나는 관계의 끝을 맺음으로써 이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족, 레너드로 인해 찌든 삶을 살던 릴리안에게 프랜시스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고 그 끈이 더 간절했기에 유산시키기로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뭔가 확실히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모든 계획의 마무리가 레너드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고 레너드의 추궁,신체적인 압력ㅇ,로 인해 그를 죽이게 되는 릴리안. 과연 우발적인가 아님 살인 또한 평소에 늘 생각해오던 계획이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지못해 비밀리에 사랑해오면서 둘이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싶기도 했다. 사랑은 점점 농도 짙어가는데 그만큼 주변을 신경써야하는 아슬아슬함이 짜릿함보다는 막중한 스트레스였을지도.
레너드는 죽었지만 세상에 드러나게 되면서 경찰의 수사망이 그녀들을 조여오는 과정 속에서 차라리 자수하고 떳떳하게 관계를 알리면 어떨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용의선상에 오르는 과정에 그녀들은 물론 나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안도했고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자 떨어져서 지내게 되어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듯 둘은 다시 사랑하기 전으로 돌아가게 되거나 보다 더 악화된 관계로 남게 되진 않을까 걱정됐다.
결국 마지막으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이의 무죄가 선고되고 릴리안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구나하고 돌아서서 혼자 그 곳을 빠져나온 프랜시스를 보며 안타깝고 그동안 그녀가 릴리안을 위해 했던 보통의 사랑을 비롯해 추접스러운 증거인멸등 모든 것들에 대해 내가 다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그러한 릴리안이 원망스러웠지만 결국 둘의 첫날밤 때처럼 다시 혼자 있는 프랜시스를 찾아와 진심어린 고백을 하는 릴리안, 다시 서로에게 기대는 둘을 보고 처음처럼 평범하진 않지만 결국 각자에겐 서로가 유일한 버팀목이구나 싶어 뭉클하면서도 달달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