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패스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이 책은 지금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일 수 있는 기대로 선택했다. 
물론 선택의 한 축에는 눈에 들어오는 '하버드 최고의 인기 강의' 도 한몫을 했지만 ... :) 

저자인 마이클 푸엣(Michael Puett) 교수는 하버드대 중국사 교수이며, 그의 중국 철학 강의는 하버드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한다. 
이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동양철학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서양철학자들에 의해서 지루한 것으로 평가를 받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철학자가 헤겔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음. :) 

어찌 되었든  동양인으로서 나름 긍지가 느껴진다.  

그럼 무엇이 학생들을 동양철학 강의로 모이게 하는 동력이 될까?  

"중국 철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강렬해요. 삶의 방식을 바꾸면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가능성에 눈 뜨게 되죠"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의 말이다.  

상상도 하지 못한 가능성에 눈 뜬다. 
이 멋진 말에 우선 부러움이 앞섰다. 멋진 교수 밑에서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학생보다 더 많은 기회가 앞에 있었던 것 같다. TV에서 오프라인에서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공맹사상을 얘기하고 장자를 얘기했던가. 
왜 나는  이들의 말에서 상상도 못한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을까? 

이 책의 제목 The Path는 중국 철학자들이 말하는 도道에서 가져온 말이다.

도道는 우리가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조화로운 '이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선택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또는 관계를 맺을 때 꾸준히 따라가야 하는 통로나 길을 의미한다. 우리는 살면서 매 순간 '길'을 새롭게 개척한다. 

지금까지 도道에 관해서 배운 것은  이상이었는데, 관계를 맺을 때 꾸준히 따라가야 하는 길이란다. 
오래전에 제시된 길을 잘 걷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 다룬 중국의 사상가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 그리고 작자 미상의 자기 신격화 운문 모음집 <내업>을 다루고 있다. 

마이클 푸엣 교수가 이들 사상가로부터 찾은  철학의 바탕은 '일상'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일상적인 가상 의식은 새로운 현실을 상상하고 서서히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수단이다. 우리 삶은 그런 일상에서 시작하고, 그런 일상에 머물러 있다. 오직 일상에서 진정 위대한 세상으로 바꾸는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 공자, 가상 의식 편 (92쪽)

일상에서 가상 의식은  아이와 함께하는 숨바꼭질이나, 역할 바꾸기 게임 등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니 이를 통해 '인'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인의 실천방식이 창의적인가. 

맹자 또한 일상에서의 변화를 강조한다. 

'부단한 노력으로 일상에서 사소한 것을 바꾸면서 나와 타인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을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일상을 바꿀 수 있는  실천으로 '동료를 늘 지금과 같은 사람으로 보기보다 다중적이고 끝없이 복잡한 사람으로 본다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라고  되어 있다.  

'그 사람은 이렇다' 라고 한 번 정의를 내리면  거의 그대로 간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복잡한 면을 생각할 수 있다면 상황을 바꾸기 위한 방법 또한 다양해 짐을 맹자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철학의 방법이 참 쉬워진다. 

노자의 영향력에 관한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영향력은 어떤 힘을 제압하는 다른 힘에서 나온다기보다 별개의 대상, 상황, 사람들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  - (142쪽)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인간관계를 재정립한다면, 말 그대로 내가 곧 도가 된다' - 158쪽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무위를 실천하는 사람, 즉 움직이거나 행동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아주 대단히 막강한 사람이다. 

'현인이라면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누군가를 마주칠 때마다 부드러움과 융통성으로 내 주위를 하나의 세계로 만든다.' 

이렇듯 노자가 얘기하는 영향력 또한  바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세계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진정한 상상력과 창조력은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답하는 핵심이다. 세계 전체를 드넓은 열린 공간으로 체험할 때 모든 순간이 창조적이고 즉흥적이 된다. 

장자 편 변화의 세계에 나오는 글이다.
장자하면 무위자연. 이게 배운 기억의 전부인데, 4차 혁명을 바라보는 지금 시대 가장 필요한 상상력과 창조력을 장자에서 찾으니,  장자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중국사상가를 말하면서 세상과 떨어져 스스로를 수양하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공자처럼 일상에서 사소한 예와 인을 찾는 법, 노자와같이 일상에서 도를 실천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이처럼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큰 울림이 될 수 있었기에  하버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답을 추론해 본다.

자연 속으로 들어갈 중국철학을 일상으로 가져다준 책이다. '

장자를 공부하고 싶다.
내겐 '장자'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