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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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 화가의 작품들, 아니 그보다 몇 백 년 전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림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당연한 질문이다.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보존과학이라고 한다.

미술 작품의 생명은 예술가에서 시작되지만 세기를 건너 당시의 색감을 우리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몰랐던 '보존과학'이라는 분야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 책은 미술관에서 보존가로 일하면서 맞닥뜨렸던 문제들과 현대미술 작품의 보존에 대한 고민 속에서 쓴 김은진 작가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과학고와 카이스트에서 공부했고, 여행 중 우연히 마주한 미술품 복원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해서 난해한 과학 보존의 세계보다는 미술 보존의 재미난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맘껏 들려준다.

1. 세월도 작품의 일부

그림 위쪽에는 새똥이 묻어 있고, 그림 곳곳에 물로 얼룩분 부분이 가득하고, 가장자리는 찢어진 작품을 미술관에서 본다면?

이는 미술관의 잘못이 아니라 뭉크가 그림을 보관하는 독특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한다.

뭉크는 야외에서 비바람을 맞고 약간 뿌옇게 변한 표면 느낌을 좋아했다고 한다.

- 142쪽

세월의 흔적마저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는 뭉크!

앞으로 그의 작품에서 시간의 자국을 찾아보는 것도 그의 그림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2. 미숙한 복원으로 더 유명해진 그림

인구 5000명의 작은 도시, 브라하.

이곳에는 그림을 보기 위해 연평균 1만 6,000명 정도가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바로 '원숭이 예수'라고 알려진 이 벽화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2012년 당시 80세 할머니는 성당의 벽화가 일부 떨어져 나가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색을 칠하면 칠할수록 원래의 그림은 사라지고 할머니의 그림만 남게 되었다.

이 잘못된 복원 사례, '원숭이 예수' 그림은 원작보다 더 유명해졌다.

위의 케이스는 0.001%도 되지 않는 성공사례이지 않을까 싶다.

한순간의 판단 오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되는 일이 어디 미술 복원뿐이겠는가.

3. 고흐의 숨은 그림 찾기

"사랑하는 동생 테오야, 잘 지내고 있나?

요즘은 아주 바빴어. 유화 수업 후 저녁에는 소묘 수업에 갔고, 10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클럽에서 모델을 그렸어. 이번 주는 대형 나체 흉상과 2명의 레슬러를 그렸어. 아주 즐거웠어."

_반 고흐의 편지에서, 1886년 1월 경

고흐의 편지에 명시된 2명의 레슬러 그림?

아마 이 그림을 본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미상으로 결론이 났던 <들꽃과 장미가 있는 정물> 작품이 고흐의 작품으로 결론이 났다.

매크로 엑스선 형광분석법(Macro X-ray Fluorescence)에 의해 그동안 사라졌던 레슬러의 그림의 존재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고흐가 1886년 안트베르펜 미술 아카데미 시절에 습작으로 그렸던,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언급한 2명의 레슬러 그림이, 파리로 이주한 이후 그가 그린 꽃 그림 아래에 130년이 넘도록 숨겨져 있었다' - 222쪽


이제 미술관에서

미술작품에 숨어 있는 예술가의 손끝만이 아니라, 작품의 생명을 보존하는 보존과학자의 손길마저 느껴보면 어떨까.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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