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의 양식 - 한식에서 건진 미식 인문학
송원섭.JTBC <양식의 양식>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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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탐하는 식탐(食貪)을 너머

지식을 탐하는 식탐(識貪)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하나로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나도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그러하다.

추어탕을 먹을 때는 쪽대를 들고 미꾸라지를 잡던 시절이 영화처럼 흐른다.

조개 구이를 먹을 때는 친구들과 불을 피워 가리비를 구워먹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처럼 음식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음식에서 인문학적 통찰을 찾을 수 있다면?


<양식의 양식>은 올해 초까지 JTBC에서 방송된 8부작 교양 프로그램이다.

한 편도 시청을 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책으로 그들이 나눈 지적 수다를 대신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울푸드 8가지로 만나는 베테랑 논객들(백종원, 정재찬, 유현준, 채사장, 최강창민)의 감칠맛 나는 지적 수다.

그들이 선택한 소울푸드는 삼겹살, 냉면, 치킨, 백반, 국밥, 불고기, 짜장면 그리고 젓갈이었다.

자주 접하는 음식들이지만 이 음식들에 인문학적 수다를 가져본 적은 없다.

이유는 딱히 우리가 접하는 음식에 질문을 던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식에게 던지는 10가지 질문을 보고 놀랐다.

음식을 생각하면서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고,

딱히 뭐라 답해야 할 지 몰라서가 두번째 이유였다.


위의 질문 중에서 몇 가지만 정리를 해본다.


1. 삼겹살의 짧은 역사


삼겹살집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79년이라고 한다.

재래종보다 3,4배 더 체구가 큰 수입 비육종 돼지가 재래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성한 삼겹살(뱃살)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준 덕분.

그리고 부루스타와 철판이라는 새로운 조리 도루의 도입이 결정적인 영향 덕분이라고 한다.

삼겹살의 대중화에 기술의 영향 (부루스타와 철판) 덕분이라고 말한 백종원씨의 통찰력에 놀랐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요리 도구가 나온다면 삼결살을 대신할 부위가 나올까?


2. 치킨

우리나라의 수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를 보면서 우리의 독창성과 경쟁력에 대해서 생각한다.

전 세계인의 맛을 통일 시킨 KFC마저 한국에서는 동네 프랜차이즈에 밀린다.

다시 생각해도 멋진 일이다.

프랜차이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붐의 영향으로 보는 유현준 교수의 통찰력도 빛났다.

'아파트가 주거 문화의 핵심이 되어가면서, 단지를 중심으로 식음료 상권이 시작했고, 배달 문화가 진일보했다'

꼭 이것 때문에 한국이 치킨 강국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전혀 상관관계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무엇이든 하나의 산업이 발전을 하려면 인프라에 대한 발전 또한 필수적으로 살펴볼 일이다.

'한국 치킨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 미국으로부터 콩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시작됐다.

일단 콩은 그 자체로 닭을 사육할 수 있는 사료로 쓰일 수 있고, 한 번 가공하면 식용류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P128)


3. 한국인에게 국밥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은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로 대신 했다.


말린 토란대와 고사리에 선지를 넣고 끓인 국이었다. 두부도 몇 점 떠 있었다. 거기에 조밥을 말았다.

백성의 국물은 깊고 따뜻했다. 그 국물은 사람의 몸에서 흘러나온 진액처럼 사람의 몸속으로 스몄다. 무짠지와 미나리무침이 반찬으로 나왔다. 좁쌀의 알들이 잇새에서 뭉개지면서 향기가 입안으로 퍼졌다. (중략)

국에 만 밥을 넘길 때 창자 속에서 먹이를 부르는 손짓을 나는 느겼다. 나는 포식했다.


육개장의 모태가 된 음식이 개장국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개고기 대신 소고기로 바꿔 끓인 것이 육개장, 즉 '소고기로 끓인 개장국'이고 이 음식의 발상지가 대구이기 때문에 육개장을 '대구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음식의 유래를 아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과의 식사 자리가 즐겁지 않을까.


4.부와 권력의 상징 소고기


조선시대에 소를 잡아먹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우금령(牛禁令) 정책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를 잡아먹었으면 나라에서 이런 정책까지 만들었을까 ?

한국인이 먹어온 소고기의 역사를 보는 것은 새롭다.


20세기 초에 술안주로 양념갈비구이가 등장하고,1960년대 이후에는 로스구이라는 이름으로 얇게 썬 등심구이가 유행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로 들어서며 'OO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기업형 갈빗딥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친 뒤 '꽃등심'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고기가 달라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정채찬 교수는 이런 변화가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구별 짓기'의 일환이라는 점을 짚어냈다.

그것은 바로 소비를 통한 과시와 허세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과세와 허세가 어디 고기 소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가?

그렇지만 먹는 것에서 조차 이러하니 씁쓸하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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