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동 : 위기, 선택, 변화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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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사적 거대 담론을 다룬 <총, 균, 쇠>는 지금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82세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번에는 범위를 문명사가 아닌 현대 국가들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는 무엇이며 그 위기는 극복 가능한 것인지를 독자가 읽어가는 텍스트에 맡긴다. 읽는 동안 노교수의 놀라운 분석력에 와우! 했다


6년간의 엄청난 데이터,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은 핀란드와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칠레와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는 과거를 이해하면서 그들이 위기 극복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반복된 학습을 통해서 이해하게 만든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핀란드, 인도네시아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의 근현대를 이해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지적 재미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일본과 미국,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해설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제시된 문제나 해법이 남의 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동일한 문제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읽힌다.

해서 이 책은 이런 분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드린다.

- 지금이 위기인가, 아닌가?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 위기는 맞는 것 같은데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의 평화와 공존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 국가의 위기가 아니라 개인의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위기 해결에 영향을 주는 12가지 요인 (70페이지)을 옆에 두고 읽으면 우리의 문제와 연관해서 상당한 인사이트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국가적 위기의 결과와 관련한 요인

1.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의 수용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자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6. 국가 정체성

7. 국가의 위치에 대한 정직한 자기평가

8.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 위기

9.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10.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11. 국가의 핵심 가치

12.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위의 내용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점진적 위기에 빠져 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 IMF 당시는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가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장롱 속 넣어둔 금붙이를 꺼냈던 그 순간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정치는 여전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정책적인 합의보다 늘 앞에 서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국가 정체성은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나라를 잃었을 때는 '독립'이 우리의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내리고 국민을 끌고 갈 수 있는 리더가 있는가?

또한 지금의 문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문제를 두고 있다. 예들 들면 낮은 출산율, 인구 고령화, 부의 불평등, 정치 양극화 등. 이러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은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찾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야기한 12가지를 변용해 우리의 문제에 적용해야 한다.

- 국가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 지금 우리 국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현재 우리의 정치. 경제에 대한 정직한 자기평가는 무엇인가?

우리도 과거 일제의 폭압, 그리고 6.25전쟁 같은 역사적 위기를 극복한 좋은 사례가 있다. 당시의 위기 극복을 한 사례를 스스로 분석해보면 지금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이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서 밝힌 국가의 위기를 논할 때 가장 흔히 제기되는 의문으로 밝혀진 두 가지.

하나는 "국가가 중요한 선택적 변화를 시도하도록 자극하려면 위기가 먼저 있어야 하는가? 혹은 문제를 예상하고 행동한 적이 있는가?"

다른 하나는 "지도자가 차이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먼저 '국가가 중요한 선택적 변화를 시도하도록 자극하려면 위기가 먼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서 다룬 7개 국가 중 '메이지 시대 일본과 핀란드,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위기가 닥치자 변화를 시도했고, 그 후로 더 이상의 위기가 없어도 향후의 위기를 예상하며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변화를 시행했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와 독일은 위기가 구체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칠레는 위기가 악화되는 걸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 551쪽

두 번째 질문, "지도자가 차이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이 물음에 대한 엇갈린 주장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존재하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의 이른바 '영웅사관'이 있다. 칼라일의 주장에 따르면 역사는 올리버 크롬웰(1599~1658)과 프리드리히 대제(1712~1786) 같은 영웅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반면 지도자와 장군이 역사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 레프 톨스토이의 견해가 있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장군들이 내리는 명령이 전투가 벌어지는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 명령임을 고발하는 허구적인 이야기로 자신의 견해를 역설했다.' - 552쪽

'역사의 흐름은 위대한 지도자의 정책이나 결정보다 많은 세부 항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견해가 요즘의 역사학계에서는 대세를 이룬다'라고 하지만 정치, 경제에서 탁월한 리더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무엇이 맞는 주장이라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끝으로 우리가 다른 나라의 과거를 포함한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핵심적인 내용이라 조금 길지만 옮겨 적는다.

"우리가 역사에서 유용한 교훈을 배울 가능성을 묵살하지 말라는 내 설득이 타당하게 여겨진다면, 이 책에서 다룬 국가가 맞은 위기의 역사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일반적 논제를 언급했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걸 인정하고 다른 국가를 탓하거나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 이제 국가를 위한 어떤 노력도 효과가 없다는 의식에 짓눌리지 않고,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해 울타리를 세워야 한다. 도움을 얻을 만한 국가를 찾아내고 당면한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 표본으로 삼을 만한 국가를 찾아내야 한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시도는 실패할 수 있고 연속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며 인내해야 한다. 어떤 핵심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고 어떤 핵심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지 심사숙고하며, 정직하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 - 566쪽

"비관주의자는 이런 제안에 "당연한 말을 늘어놓는 거잖아. 정직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표본으로 삼을 만한 국가를 찾고, 피해 의식에 빠지지 말라는 교훈을 얻자고 굳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책을 읽을 필요는 없어!"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그 '당연한' 조건이 과거에도 시시때때로 무시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걸핏하면 무시된다는 게 명백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책이 필요한 것이다." - 567쪽

위의 두 구문에 국가 대신 '개인'을 대입해 보아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써 손색이 없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방향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 위기는 과거에도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현대 국가와 현 세계는 앞으로 위기에 대응하려고 어둠 속에서 헤맬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다이아몬드가 역사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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