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
안정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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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시끄럽고 심란한 틈에 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힘들게 두 권 연이어 읽었더니 내 마음은 이미 콩밭 저 너머에 가 있다. 젊은 시절에는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다닐 수 있을 때 많이 다니라는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에 힘입어 세계 여러 나라를 즐겁게 돌아다녔고 이 정도면 훗날 후회하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여행은 해도 해도 모자라고 뭔가 부족한 것만 같다.

 

 

   안정희 님의 사색하기 좋은 도시에서를 만났다. 현재 국립 중앙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계신 필자는, 대학 졸업 후 출판사 및 도서관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불쑥 멕시코로 떠나 2년간 스페인어를 배우며 라틴 아메리카와 지중해 연안을 여행했다고 한다. 그녀가 밟은 40여 개국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 사진들을 만나는 동안 내내 가슴이 뛰었다. 이런 두근대는 흥분을 잠시 아니 꽤 오래 잊고 지냈었던 거구나.

 

 

   ‘지적인 여행이 필요한 순간,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곳이라는 부제목이 달린 책이었으나, 구지 지적인 여행이 아니더라도 지구 건너편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한 순간 펼쳐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 순서도 대륙별인지, 시간 순서상인지 구애받지 않고 작가가 풀어내는 대로 그냥 마음을 맡기고 쭉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잠깐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지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 에세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든 클래식 음악이며, 소설, , 혹은 영화 이야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 실려 있는 여행지의 사진을 보며, 내가 다녀온 곳을 또 다르게 추억하거나 또는 이곳은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어 참 좋았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이 바로 나의 희망이다. 세상의 모든 파란 빛깔을 가져다 풀어 놓은 곳이라고 표현해 놓은 광대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언젠가는 꼭 찾아가리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곳은 바로 멕시코 캔쿤이다. 오묘한 에메랄드 빛 색깔을 지닌 채 넘실넘실 춤을 추던 캔쿤의 바다를 오랫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던 새하얗고 부드러운 모래와 찰싹거리며 부서지던 파도 소리와 거품들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다시 되찾아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떠나고 싶은 나날이다. 그냥 조용히, 오직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나고 싶다. 작가님처럼 어느 날 훌쩍 기약도 없이 그렇게 떠나고 싶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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